北김정은, '금강산관광 자체개발' 경제 5개년 계획 발표…멀어진 관광협력

2021-01-09 10:30
경제발전 5개년 계획 상정…추진·집행 주체로 내각 지목
"인민 생활 향상 토대 마련해야…흔들림 없이 자력갱생"
"금강산 관광지구 개발, 5개년 계획기간 단계별로 진행"
해금강호텔 등 南시설 철거 지시…자체개발 의지 재확인

지난 8일 평양에서 노동당 제8차 대회 4일차 회의가 열렸다고 조선중앙통신이 9일 보도했다. 사진은 이날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발언하는 모습. [사진=조선중앙통신 홈페이지 캡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자력갱생 기조의 금강산관광 자체 개발이 포함된 새로운 국가경제발전 5개년(2021~2025년) 계획을 발표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이 진정되면 제일 먼저 하고 싶은 것이 ‘금강산관광 재개’라며 남북 금강산관광 협력을 기대했던 이인영 통일부 장관의 계획에도 차질이 생길 것으로 보인다.
 
◆국가경제발전 5개년 계획 상정···자력갱생 기조 유지

9일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공개한 제8차 당 대회 당 중앙위원회 사업총화 보고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자력갱생, 자급자족의 기조를 유지한 새로운 국가경제발전 5개년 계획을 상정했다.

김 위원장은 “새 5개년 계획은 현실적 가능성을 고려해 국가 경제의 자립적 구조를 완비하고, 수입 의존도를 낮추며 인민 생황을 안정시키기 위한 요구를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우리 당의 경제전략은 경제사업체계와 부문들 사이의 유기적 연계를 복구·정비하고 자립적 토대를 다지기 위한 사업을 추진해 우리 경제를 그 어떤 외부적 영향에도 흔들림 없이 원활하게 운영되는 정상궤도에 올려세우는 것이 목표”라고 강조했다.

대북제재, 코로나19, 수해 등 삼중고에 따른 경제적 피해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북한의 새로운 경제발전 5개년 계획은 2019년 말 전원회의에서 밝힌 ‘정면돌파전’의 연장선으로 보인다. 기존 ‘정면돌파전’의 발전된 전략으로 이른바 ‘정면돌파전 2.0’으로 자력갱생의 기조를 더욱 강화해 경제발전을 이루겠다는 것이다.

김 위원장은 새로운 경제발전 5개년 계획 방향에 대해 “경제발전의 중심고리에 역량을 집중해 인민 경제 전반을 활성화하고, 인민 생활을 향상 시킬 수 있는 튼튼한 토대를 구축하는 것”이라고 했다.

또 중심과업으로 금속공업 및 화학공업으로 투자 집중을 꼽으며 “인민 경제 모든 부문에서 생산을 정상화해 농업부문의 물질·기술적 토대를 강화하고 경공업 부문에 원료, 자재를 원만히 보장해 인민소비품 생산을 늘이는 것으로 설정됐다”고 부연했다.

아울러 전략생산 확대, 석탄·기계 공업 발전, 교통 운수 부문 개선, 살림집(주택) 건설, 이동통신기술 발전, 국토관리 및 생태환경보고 사업 중시, 관광사업 활성화, 지방경제 발전, 농업생산 확대, 수산업 과학화, 국가방위력 강화, 첨단과학기술 개발 촉진, 방역기반 강화 등도 사회주의 경제건설을 위한 5개년 계획으로 언급했다.

김 위원장은 새로운 경제발전 5개년 계획을 추진하고 집행할 주체로 내각을 지목했다.

그는 “새로운 5개년 계획은 내각이 나라의 경제사령부로서 경제산업에 대한 내각책임제·내각중심제를 제대로 감당”하는 것을 전제로 했다고 말했다. 경제 분야에서 내각의 역할이 한층 강화될 것을 시사한 셈이다.
 

지난해 12월 20일 김덕훈 북한 내각총리가 금강산관광지구의 개발사업 현장을 시찰하고 있다. [사진=노동신문 홈페이지 캡처]

 
◆“금강산 관광지구, 북한식으로 개발”···멀어진 개별관광

북한의 새로운 경제발전 5개년 계획 중 주목할 대목은 ‘관광사업 활성화’이다.

김 위원장은 관광사업 활성화를 언급하며 금강산지구를 북한식(式)의 현대적 문화관광지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해금강호텔 등 남측 시설물들을 모두 들어내겠다는 의지를 내보였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금강산 관광지 개발 계획 공개도 사실상 남북 관계에 기대지 않고 독자적으로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 위원장은 “고성항 부두에 있는 해금강호텔을 비롯한 시설물들을 모두 들어내고 금강산의 아름다운 자연경관에 잘 어울리면서도 우리 인민의 정서와 미감에 맞는 전형적인 우리식 건축형식의 건물들을 세워야 하는 것에 대한 과업이 제시됐다”고 전했다.

아울러 금강산 관광지구 총 개발계획에 따라 고성항 해안관광·비로봉 등산 관광·해금강 해안공원 등의 지구와 체육·문화지구들을 특색있게 꾸미기 위한 사업을 새로운 경제발전 5개년 계획 기간에 연차별·단계별로 진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지난해 12월 20일에 진행된 김덕훈 내각총리의 금강산 관광지구 개발사업 현장 시찰이 금강산관광 개발사업을 경제개발 5개년 계획에 포함하기 전 최종 점검차 이뤄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당시 김 내각총리는 금강산 관광지구 개발사업 현장을 시찰하고, 사업추진 상황을 점검하며 금강산 관광지구를 북한식으로 건설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김 위원장이 금강산 관광지구를 북한 자체적으로 개발하겠다는 의지를 재차 드러냄에 따라 한국 정부가 계속해서 제안했던 남북 관광협력 방안도 물거품이 될 거란 우려가 나온다.

정부는 그동안 북측을 향해 대북제재에 저촉되지 않는 관광, 인도적 지원 등을 중심으로 남북 교류협력을 제안해 왔다. 특히 북한 개별관광을 추진해 남북의 신뢰를 회복하고 북미 비핵화 협상 재개를 추동하겠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김 위원장은 이번 사업보고에서 “남조선 당국은 방역 협력, 개별관광 같은 비본질적인 문제들을 꺼내 들고 북남(남북)관계 개선에 관심이 있는 듯한 인상을 주고 있다”며 정부의 개별관광 방안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드러냈다.

김 위원장은 2019년 10월 금강산을 방문해 “보기만 해도 기분이 나빠지는 너절한 남측 시설들을 남측과 합의해 싹 들어내도록 하라”면서 현대적인 봉사시설을 우리 식으로 다시 건설해야 한다고 지시했다.

이후 남북은 금강산 관광지구 내 시설물 철거와 관련 협의를 진행했지만, 원활하게 이뤄지진 않았다. 그러다 코로나19 여파로 협의가 중단됐다.

북한은 남측과 협의가 중단된 상황에서 코로나19 사태 장기화가 예상되자 남측과 별도 협의 없이 금강산 관광지구를 자체적으로 정리하고 개발한다는 계획을 이미 수립한 것으로 관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