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첫 온라인 신년회…‘통합’ 언급한 文, 사면론만 달아올랐다(종합)

2021-01-07 17:30
코로나 여파로 50명만 화상 연결…4대 그룹 총수·권력기관장 제외
“기축년, 회복·통합·도약의 해…우보천리로 소중한 일상 회복할 것”
靑 “文 통합 발언, 당연한 신년 메시지…MB·朴 사면 논의와 무관”

문재인 대통령이 7일 오전 청와대 본관에서 화상으로 열린 '2021년 신년인사회'에서 영상을 시청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7일 청와대에서 사상 처음 화상으로 진행된 신년인사회에서 통합을 화두로 제시했다. 문 대통령은 올해 기축년(己丑年)을 ‘회복·통합·도약의 해’로 명명하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극복 의지를 다졌다.

정치권에서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 사면 이슈가 뜨거운 가운데 문 대통령은 신년 메시지로 통합을 제시했다. 직접적인 사면을 언급하는 대신 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마음의 통합’을 강조했다. 청와대는 문 대통령의 발언과 사면의 관련성은 “대한민국 대통령이 신년 메시지를 통해 통합을 화두로 삼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하다”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문 대통령은 화상 신년인사회를 두고 “신축년 새해 신년인사를 두 번 다시 없을지도 모를 특별한 방법으로 하게 됐다”고 말했다.
 
권력기관 개혁 대신 코로나19 극복에 방점…남북관계 복원 언급도
올해 신년인사회는 코로나19 여파로 축소 진행되면서 4대 기업 총수와 권력기관장들을 초청하지 않았다.

영상회의에는 5부 요인과 여야 대표를 포함해 전국 상인·소상공인단체 등 경제계와 종교계·시민사회계 대표 등 50여명이 참여했다.

박병석 국회의장, 김명수 대법원장, 유남석 헌법재판소장, 정세균 국무총리, 노정희 중앙선거관리위원장 등 5부 요인과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등도 온라인 화상회의를 통해 연결돼 새해 소망을 밝혔다.

문재인 정부 들어서 처음 신년인사회를 연 2018년 1월엔 청와대 영빈관에서 280명이 모였고, 2019년엔 중소기업중앙회에서 350여명, 지난해 1월엔 대한상공회의소에서 260여명이 총집결한 바 있다. 지난해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4대 기업 총수가 참석했지만 올해는 포함되지 않았다. 윤석열 검찰총장과 최재형 감사원장 등 인사는 제외됐다.

지난해 새해 인사에서 강조했던 권력기관과 공정사회 개혁 등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남북관계에 대해선 신년 인사 말미에 “여건이 허용한다면 한반도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 남북 관계의 발전을 위해서도 마지막까지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는 내용의 한 문장만 내놨다.

문 대통령은 우보천리(牛步千里)라는 속담을 인용, “지난해 우리는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의 희생과 헌신으로 희망으로 지켜냈고, 지혜와 협력으로 함께 잘사는 나라로 나아갈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면서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듯 끈질기고 꾸준하게, 그리하여 끝끝내 소중한 일상을 회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2020년은 우리 모두에게 힘든 한 해였지만 서로가 서로에게 희망이 돼준 한 해이기도 하다”면서 “코로나 대응의 일선에서 섰던 방역팀과 의료진, 거리두기에 일상을 유지할 수 있도록 뒷받침해준 필수 노동자들 희생이 눈물겹게 고맙다”고 감사의 뜻을 전했다.

문 대통령은 “불편을 견디며 상생의 힘을 발휘한 국민 모두가 든든한 버팀목이었다”면서 “국민들은 성숙한 시민 의식으로 스스로 방역 주체가 돼주셨고, 덕분에 경제적 피해도 최소화할 수 있었다”고 자평했다.

문 대통령은 “방역과 경제 모두에서 선방한 대한민국은 온 국민이 함께 그려낸 2020 우리의 자화상이었다”면서 “우리 국민이 거둔 K방역의 자랑스러운 성과는 결코 퇴색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문 대통령은 새해를 ‘회복의 해’, ‘통합의 해’, ‘도약의 해’라고 명명하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 3차 재난지원금 지급 방안 등을 재차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더욱 중요한 것은 마음의 통합”이라며 “우리가 코로나에 맞서 기울인 노력을 서로 존중하고, 우리가 이룬 성과를 함께 긍정하고 자부하고 더 큰 발전의 계기로 삼을 때 우리는 우리 사회는 더욱 통합된 사회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코로나의 어려움 속에서 우리는 대한민국을 재발견했다”면서 “우리는 결코 이류가 아니었고, 영원한 2등도 아니었다. 우리는 K방역뿐 아니라 세계 최고의 디지털 기술, 빠른 경제회복, 뛰어난 문화역량, 발전된 민주주의 속의 성숙한 시민의식까지 다른 나라들이 부러워한 국민역량을 보여줬다”고 역설했다.

아울러 “이제 우리는 한국판 뉴딜의 본격적인 실행으로 빠르고 강한 경제회복을 이루고 선도국가로 도약할 것”이라면서 “또한 2050 탄소중립 정책으로 세계와 함께 기후변화 대응을 이끌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文 대통령 ‘함께 건강한 한 해’ 소망…8명 일반 국민과 뜻깊은 시간
올해는 ‘위기에 강한 국민’을 상징하는 의미로 그간 사회에 대한 헌신과 용기로 위기 상황을 극복하고 미래를 향해 정진하는 일반 국민 8명이 특별초청자로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특별한 주인공은 △지난해 10월 울산 주상복합 화재 현장에서 주민 18명을 구한 뒤 포상금 전액을 다시 불우이웃돕기 성금으로 기탁한 의인 구창식 ㈜바로바로산업개발 대표 △병원을 코로나19 전담병원으로 통째로 내놓은 김병근 평택박애병원 원장 △폐방화복을 재활용해 가방·팔찌 등을 제작하고 수익금의 절반을 암투병 중인 소방관들에게 기부한 사회적 기업 119레오의 이승우 대표 △역대 최초로 비대면으로 개최한 제15회 국제표준올림피아드 본선에서 배달로봇의 안전기준과 시험방법을 제시해 대상을 수상한 박용원 한국과학영재학교 학생 △한복을 현대적으로 디자인해 한복세계화에 성공한 김남경 단하주단 대표 △착한 릴레이 기부 1호로 나눔을 실천하는 배우 겸 유튜버 한소영씨 △교량에서 극단적 선택을 시도하려던 시민을 안전하게 구조해 광주 광산경찰서의 ‘우리 동네 시민 경찰’에 선정된 김래준씨 △고속도로에서 의식을 잃은 운전자를 구조한 김동환 경북경찰청 경위 등이다.

각자의 소망을 밝히는 시간도 이어졌다. 박용원 학생은 “온라인 수업으로 혼란스러운 시기에 모두가 노력해서 어려움을 이겨냈다”면서 “코로나를 극복해서 원하는 걸 이루는 한 해가 되길 소망한다”고 말했다.

김남경 단하주단 대표는 “더 밝게 펼쳐진 새해에 한국의 전통과 아름다움이 세계의 공감을 얻도록 노력해 한복이 문화사업의 주축이 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김동환 경위는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나라를 만들고 국민의 사랑을 받는 경찰이 되겠다는 포부를 밝혔고, 400여만명의 구독자를 가진 유튜버 겸 배우인 한소영씨는 “전 세계인이 작년에 힘들었지만 나보다 더 어려운 이웃을 생각하는 한 해가 되길 바란다”고 새해 소망을 밝혔다.

‘2021년을 여는 영상’ 시청으로 시작한 신년인사회는 문 대통령의 신년 인사말과 함께 5부 요인 등의 신년 덕담 등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진행됐다.

‘2020 코로나19 분투기 영상’에서는 국내에 최초로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했던 작년 1월 말부터 현재까지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온 국민이 하나된 모습으로 일사분란하게 대응했던 주요 장면이 소개됐다.

영상을 통해 초기의 마스크 확보, 승차검진형 선별진료소 운영에서부터 헌신적인 의료진의 활약과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 참여 등 외국도 인정한 우리의 K방역을 다시금 확인하고 지속적인 실천과 협력을 다짐했다.

이후 발달 장애 청소년으로 구성된 볼레드 합창단이 가수 조용필의 ‘바람의 노래’를 영상 공연으로 선보였다. 영상 중에 ‘나는 이 세상 모든 것들을 사랑하겠네’라는 마지막 소절에서 두 번의 큰 박수가 쏟아졌다고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이 서면 브리핑을 통해 전했다. 문 대통령의 소망은 ‘함께 건강한 한 해’였다.

문 대통령은 "화상으로 열린 신년인사회에 참석하셔서 어려움을 겪는 국민들에게 따뜻한 말을 해주셔서 감사하다"고 말한 뒤, 행사 참석자들과 함께 새해 소망을 적은 ‘새해 소망 페이퍼’를 들어보이며 행사를 마무리했다.

문 대통령은 “새해에는 우리 국민 모두 건강하고 행복하시길 어느 때보다 절실한 마음으로 기원한다”면서 “한 해 동안 우리 국민 모두의 헌신과 노고에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국민들께서도 어려움 속에서 최선을 다했다는 사실에 긍지를 가져주시길 바란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