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석학에게 듣는다 ①]자칭궈 "코로나로 미중 역학관계 변화할 것"

2021-01-07 04:00
베이징대 교수 겸 정협 상무위원
코로나 이후 미중 경제 격차 축소
경쟁 지속되면 中 국력 사용 확대
바이든 행정부, 트럼프보다 낫다
韓, 줄타기 말고 가교역할 맡아야

지난해 예고 없이 찾아온 코로나19 사태가 글로벌 세력 재편이라는 나비 효과를 불러일으켰다. 특히 코로나19에 맞선 대응력의 차이가 미·중 간 역학 관계에 변화를 초래하고 있다. 안보는 미국에, 경제는 중국에 의존하는 한국은 이 같은 변화를 초조하게 지켜볼 수밖에 없다. 본지는 중국 정치학계의 석학인 자칭궈(賈慶國) 베이징대 교수와 자오후지(趙虎吉) 중국 공산당 중앙당교 교수를 만나 향후 국제 정세와 미·중 관계, 한반도 문제 등에 대한 전망을 들어봤다.
 

자칭궈 베이징대 교수가 아주경제와의 신년 인터뷰에서 미·중 관계와 국제 정세, 한반도 문제에 대한 의견을 밝히고 있다.[사진=이재호 기자 ]


"중국 경제가 미국을 추월한 뒤의 정세는 양국 간 상호 작용에 달렸다. 경쟁적 국면이 계속된다면 (중국의 신장된) 국력의 쓰임새가 더 많아질 것이다."

자칭궈(賈慶國) 베이징대 국제관계학원 교수는 아주경제와의 신년 인터뷰에서 코로나19 사태 이후의 국제 정세를 묻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자 교수는 중국 경제의 지속적인 성장과 그에 따른 정치·군사적 영향력 확대를 상수로 봤다. 결국 중국의 도약을 미국이 어떤 시각으로 바라보고 대처하는지에 따라 미·중 관계와 글로벌 세력 균형의 향방이 갈릴 것이라는 얘기다.

그는 "미·중 간 상호 작용이 원활하면 협력·공영의 장이 펼쳐질 테고 국가 역량을 견주는 게 큰 의미가 없어질 것"이라며 "(미국의 선택이) 전 세계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의 조 바이든 행정부 출범은 미·중 관계 개선에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인권·홍콩 문제 등을 둘러싼 충돌은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 등 서구가 중국과 갈등을 빚는 건 체제의 차이를 인정하지 않는 데 따른 것이라고 지적하면서도 중국이 추진하는 정책·전략이 모두 옳은 건 아니라는 중립적 입장을 견지했다.

한국에 대해서는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어느 한편으로 완전히 기우는 건 지양해야 한다. 오히려 미·중 간 가교 역할을 모색해야 한다"고 조언을 건넸다.

자 교수는 32세 때인 1988년부터 30여 년간 베이징대 교수로 재직 중이며 2013~2018년에는 국제관계학원 원장을 지냈다.

지난 2008년부터 전국인민대표대회와 더불어 중국의 양대 정치기구인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 상무위원으로 3회 연속 선출됐다.

중국 내 군소 정당을 일컫는 민주당파 중 하나인 중국민주동맹 소속이지만 공산당 지도부와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며 다양한 의견을 개진하는 석학으로 꼽힌다.

-코로나19 사태 이후의 국제 정세를 전망해 달라.

"아직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논하기에는 시기상조이지만 현 시점에서 평가하자면 코로나19 사태로 힘의 균형에 변화가 생기고 있는 것은 확실하다. 코로나19에 잘 대응한 중국은 주요국 중 유일하게 경제 성장을 이뤘지만 (대응에 실패한) 미국은 마이너스 성장을 했고 그 폭도 크다. 이에 따라 미·중 간 경제력 격차가 빠르게 좁혀지고 있다. 2028년에는 중국의 국내총생산(GDP)이 미국을 앞지를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중국의 경제 규모가 미국을 넘어선다면 정치적·군사적 영향력도 커질 수밖에 없다. 이는 글로벌 세력 판도에 비교적 큰 영향을 미칠 변수다."

"미래의 판세는 어떻게 될까. 미·중 간 혹은 중국과 다른 주요국 간의 상호 작용에 달렸다. 상호 작용이 잘 되면 협력·공영이 이뤄져 국가 역량의 대비가 의미 없어질 것이다. 반대의 경우라면 경쟁적 국면이 조성돼 국력의 용처가 더 많아질 것이다."

-바이든 행정부가 집권하면 미·중 관계도 변화할까.

"분명 변화가 있을 것이다. 바이든은 이성과 원칙을 중시하는 인물이라 트럼프 행정부 때보다 불확실성이 줄어들 것으로 본다. 적어도 트럼프 때처럼 고의적으로 불확실성을 높이거나 대화를 거부하지는 않을 가능성이 높다. 물론 바이든 행정부가 들어서도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 부과 등을 바로 취소하지는 않을 것이다. 이를 지렛대 삼아 중국과의 새로운 협상을 노릴 것이다."

-바이든 행정부가 동맹·우방과 손잡고 대중 포위망을 더 강화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는데.

"많은 이들이 예상하고 나도 마찬가지로 생각하는데 바이든 행정부는 (트럼프 때보다) 인권이나 신장위구르자치구, 홍콩 문제에 더 집중할 것이다. 다른 국가와 함께 중국을 압박하는 방식이 예상된다. 이는 미·중 관계에 충격을 주겠지만 파급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본다. 미·중 양국은 공동의 이익이 있고 협력의 필요성도 여전히 크다. 바이든 행정부는 이성적이라 중국과의 대화 재개를 원하고 있다고 본다."

-미·중은 한국의 중요한 전략적 파트너라 양국 간 갈등이 곤혹스러울 수밖에 없다.

"한국은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어느 한편에 선별적으로 서면 안 된다. 리스크가 매우 크고 미·중 모두를 불쾌하게 만들 수 있다. 미국은 안보의 수호자이며 중국은 경제적 이익을 보장하는 나라다. 어느 쪽에도 미운털이 박혀서는 안 된다. 오히려 미·중 간 상호 이해도를 높이는 가교 역할을 수행하는 건 어떤가. 한·미·중 대화 채널을 구축하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다."

-북·미 간 대화 재개 가능성은 어떻게 보나.

"실무진급 대화는 필연적이다. 양측 모두 북핵 문제 해결을 원하기 때문이다. 다만 (정상회담과 같은) 최고위급 대화는 단기간 내에 실현되기 어려울 것이다. 북핵을 제거하는 방식에 대한 이견이 너무 심하다. 북한이 핵 처리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으면 미국의 압박도 강화될 수 있다. 경제적 제재뿐 아니라 코로나19가 안정되면 한·미 군사훈련 등이 다시 시작될 수도 있다. 6자 회담은 북핵 문제를 관리·해결하는 데 도움이 되는 기제다. 6자 회담이 모두가 수용할 수 있는 방식으로 재개된다면 중국 정부도 적극 참여해 조율 작업을 수행할 것이다"
 

자칭궈 베이징대 교수가 아주경제와의 신년 인터뷰에서 미·중 관계와 국제 정세, 한반도 문제에 대한 의견을 밝히고 있다.[사진=이재호 기자 ]


-다당제가 정착한 서구에서는 중국을 일당 독재 국가로 본다. 두 정치 체제의 차이가 갈등의 원인인가.

"서구의 민주주의도 다양한 방식이 있다. 대통령제와 의원내각제가 있고 선거의 결과도 어떤 국가는 승자 독식인 데 반해 어떤 국가는 비례제를 채택하고 있다. 중국도 8개의 민주당파가 존재하기 때문에 일당제로 볼 순 없다. 어떤 체제가 더 나은지는 각국의 상황에 따라 달라진다고 본다. 선진국은 부와 자원의 합리적 분배가 최대 화두이지만 개발도상국인 중국은 심도 있는 사회 변혁이 우선이다."

"중국은 권력이 집중된 체제라 정책이 수립되면 시간이 얼마가 걸려도 밀어붙일 수 있다. 많은 반대를 무릅쓰고 추진해 성공을 거둔 개혁개방이 대표적인 사례다. 반면 지도자가 잘못된 결정을 하면 돌이킬 수 없다는 단점도 있다. 10년이나 지속된 문화대혁명이 그 예다. 문화대혁명의 교훈으로 중국 정치는 과학화와 합리화를 중시하게 됐다. 물론 중국의 정책과 전략이 모두 옳다는 건 아니다."

"서구는 다수의 이익을 대변해야 하기 때문에 누가 집권해도 엄청난 일을 벌일 수 없다. 근본적인 개혁이 어려운 이유이기도 하다."

-지난해 11월 체결된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나. 또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에 중국이 참여할 가능성은 있나.

"RCEP는 회원국들이 스스로의 장점을 발휘해 국가 경제를 발전시킬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특히 한·중·일 3국에 미칠 영향이 크다. 경제적 측면의 이점과 더불어 정치적으로도 협력·우호적 관계 형성에 기여할 것이다. CPTPP는 훌륭한 국제 무역·투자 기제이지만 진입 문턱이 높다. (중국의 참여 여부는) 내부적으로 경제 발전과 개혁에 도움이 될지에 달렸다. 미국이 CPTPP 내에서 어떤 역할을 맡을지도 중국 입장에서는 중요한 변수다."

-최근 중국에서 반독점을 강조하며 인터넷 플랫폼 기업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앤트그룹 사태 이후 금융 안전에 대한 우려가 커졌다. 많은 이들이 첨단기술 기업의 독과점 문제를 지적한다. 이는 중국뿐 아니라 미국 등 전 세계가 주목하는 문제이기도 하다. 중국은 규범에 따른 공정한 기업 경쟁을 원한다. 독과점은 효율적이지 않고 국가 경제에도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다."

△자칭궈 교수는

중국 허난성 출신으로 베이징외국어대 영어과를 졸업하고 미국 코넬대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1988년 베이징대 부교수로 임명됐고 2013~2018년 국제관계학원 원장을 역임했다. 11~13기 정협 상무위원으로 공산당 지도부에 의견을 개진할 수 있는 소수의 학자 중 한 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