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치료제, 이번엔 구충제? '이버멕틴' 효과·부작용 보니...
2021-01-05 09:44
영국의 데일리 메일 인터넷판이 4일 보도한 바에 따르면 이집트, 아르헨티나, 방글라데시 등 개발도상국에서 코로나19 환자 총 1천400여 명을 대상으로 진행된 11건의 임상시험 결과 이같은 결과가 나왔다고 알려졌다.
또한 이 매체는 영국 리버풀대학의 바이러스 전문학자 앤드루 힐 박사가 전체 임상시험 자료를 종합 분석한 결과 이버멕틴을 투여받은 환자 573명 중에서는 8명, 위약(placebo)이 투여된 환자 510명 중에서는 44명이 사망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전했다.
힐 박사에 따르면 이버멕틴은 환자의 체내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를 제거하는 속도도 빠른 것으로 알려진다.
이집트에서 증상이 경미한 환자 200명을 대상으로 진행된 임상시험에서 이버멕틴을 투여받은 100명은 5일 안에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사라진 반면, 위약이 투여된 100명은 바이러스가 사라지는 데 10일이 걸렸다는 것이다. 이어 중증 환자 200명을 대상으로 진행된 임상시험에서는 이버멕틴을 투여받은 100명은 6일, 위약을 투여받은 100명은 12일이 걸린 것으로 나타났다.
방글라데시에서도 이버멕틴의 효과를 확인하기 위한 임상시험이 진행된 바 있다. 이 경우 시험에 사용된 이버멕틴의 투여량은 대부분 0.2~0.6mg/kg이었으나 12mg의 고용량이 투여된 임상시험도 한 건 있었던 것으로 알려진다.
이 임상시험들은 세계보건기구(WHO)가 의뢰한 것으로 주로 개발도상국에서 진행됐다.
이버멕틴에 대한 관심은 호주 모나시대학 연구팀이 지난해 4월 발표한 논문에서 시작됐다. 이버멕틴에 노출된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유전물질이 48시간 만에 소멸했다는 시험관 실험 결과가 골자였다. 이후 세계 여러 곳에서 코로나19 환자를 대상으로 이버멕틴을 활용한 임상시험이 진행돼 왔다.
당시 우리나라 방역 당국에서도 호주의 논문에 대해 언급한 바 있다. 지난해 4월 정은경 중앙방역대책 본부장은 정례 브리핑에서 이버멕틴을 활용에 대해 "굉장히 무리가 있고 한계가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저도 호주의 연구 논문을 검토해 봤는데 환자나 사람에게 투여해서 효과를 검증한 게 아니라 세포 수준에서의 효과를 검증했고, 효과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제시한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번에 진행된 11건의 임상시험의 일부는 임상시험의 최적 표준방식인 이중맹(double blind)으로, 일부는 공개방식(open label)으로 진행됐다. 이중맹이란 시험약과 위약이 누구에게 투여되는지를 참가자와 임상의가 모두 모르게 하는 것이고, 공개방식은 참가자들이 모두 알게 하는 것이다.
현재 총 7천100명의 코로나19 환자가 참가하고 있는 다른 이버멕틴 임상시험 결과들도 앞으로 몇 달 안에 발표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버멕틴을 코로나19 치료제로 연구하고 있는 과학자들은 이 약이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생명주기(life cycle)를 방해하는 것으로 믿고 있다. 그러나 의학계 일각에서는 임상시험이 대부분 표본집단이 작고, 사용된 이버멕틴 용량이 일정하지 않은데다 다른 약과 병행 투여된 경우도 있다면서 이 결과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아울러 지난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코로나19 치료의 '게임 체인저'(game changer)가 될 것이라고 장담했다가 효과가 없는 것으로 판명된 말라리아 치료제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의 사례를 들며 이버멕틴이 그 전철을 밟지 않을까 우려하는 전문가들도 적지 않다.
한편 이버멕틴은 1970년대에 개발된 구충제로 머릿니(head lice), 옴(scabies) 같은 기생충 감염 치료에 사용되는 대중적이고 저렴한 약이다.
이버멕틴의 부작용은 다리의 부종, 변비, 눈의 염증 등이 있다. 또한 다른 약과 병용했을 때 급격한 혈압 강하, 간 손상, 구토, 설사, 복통, 현기증 등을 일으킬 수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