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O?]'독불장군' 마오타이 회장…당국 "입조심하라" 경고
2021-01-04 15:24
가오웨이둥, 낙하산 출신 40대 회장
"올해 실적은…" 친목행사서 입방정
상하이거래소 "규칙 위반" 징계조치
징계 당일 호실적 발표로 여론 무마
주주 무시 등 파격행보, 호불호 갈려
"올해 실적은…" 친목행사서 입방정
상하이거래소 "규칙 위반" 징계조치
징계 당일 호실적 발표로 여론 무마
주주 무시 등 파격행보, 호불호 갈려
중국 증시의 대장주 구이저우마오타이(貴州茅台·마오타이)의 가오웨이둥(高衛東) 회장이 당국의 징계를 받았다.
비공식적인 자리에서 실적과 관련해 부적절한 언급을 한 것이 화근이 됐다.
올해 초 낙하산을 타고 마오타이 수장이 된 가오 회장은 기존 관행에 얽매이지 않는 경영 방식으로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리는 인물이다.
◆세밑 선물로 받은 당국 징계
3일 중국 주요 언론들에 따르면 상하이증권거래소는 지난달 31일 가오 회장에 대해 '젠관관주(監管關注)' 처분을 내린다고 발표했다.
거래소 측은 "(가오 회장이) 비공식적인 경로를 통해 회사 경영과 관련된 중요한 정보를 누설했다"며 "이는 주식 상장 규칙을 위반한 것"이라고 징계 사유를 설명했다.
상하이거래소는 중국 증권감독관리위원회(증감회)의 영향을 받는 조직이라 당국의 의중이 반영된 조치로 해석된다.
가오 회장은 지난달 16일 마오타이 판매상들과의 친목 행사에서 "올해 장샹(醬香·마오타이 브랜드 중 하나) 시리즈의 판매량은 2만9500t으로 잠정 집계됐고 매출액은 106억 위안으로 전년 대비 4%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거래소 측은 "기업 회장과 감사, 고위 임원은 법률·법규 및 규칙에 따라 상장사 정보 공개 의무를 이행하고 신속·공평·진실·정확하고 완전한 정보를 발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근 중국 증시에 상장된 주류 관련주들은 거품 논란이 일 정도로 주가가 고공 행진 중이다. 우량예(五粮液) 주가는 지난달에만 8.39% 올랐고, 산시펀주(山西汾酒)는 무려 32.38% 급등했다.
특히 마오타이는 주가가 가장 비싼 대장주로 투자자들의 이목이 집중되는 기업이다. 중국 상장사 최초로 주당 2000위안 돌파를 목전에 두고 있다.
중국 자본시장의 한 관계자는 "주류 기업 정보에 대한 관심이 뜨거운 상황에서 가오 회장이 시장의 혼란과 과열을 초래할 수 있는 발언을 했다"며 "당국이 입조심하라는 경고를 보낸 것"이라고 분석했다.
◆낙하산 출신답지 않은 파격 행보
거래소 징계가 발표된 날 밤 마오타이는 갑자기 '2020년 경영 실적'을 공시했다.
가오 회장이 징계를 받은 소식이 실시간 검색 순위에 오를 정도로 회자되자 물타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됐다.
실제 마오타이는 지난 2018년과 2019년 실적을 이듬해 1월 2일 공시한 바 있다. 해가 바뀐 뒤 실적을 발표하던 관행이 이번에는 적용되지 않은 것이다.
실적은 기대 이상이었다. 지난해 마오타이 전체 생산량은 7만5000t, 매출액은 977억 위안으로 전년보다 10% 정도 증가했다.
순이익은 455억 위안으로 역시 10% 늘었다. 일년 내내 코로나19 사태가 이어졌던 점을 감안하면 선방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마오타이 시리즈 중 장샹 브랜드 매출액은 가오 회장이 이미 언급한 수치와 같았다.
마오타이 측은 당국의 징계 조치를 의식한 듯 실적 공시 말미에 "향후 관리·감독 요구에 적극 부응할 것"이라며 "회사 운영을 더욱 규범화하고 안전하게 관리하겠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3월 취임한 가오 회장은 구이저우성 교통청 청장을 역임한 관료 출신이다. 당시 48세로 마오타이 역사상 최연소 회장으로 기록됐다.
가오 회장은 취임 후 첫 주주총회에 참석한 뒤부터 주요 주주들과의 교류를 끊었다.
주주들이 마오타이를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던 특권도 없애 버렸다. 또 주주총회 동의 없이 회삿돈으로 거액을 기부해 논란을 빚기도 했다.
주주 입김에 휘둘리던 과거와 단절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인데, 기존 낙하산 출신 회장과는 확연히 다른 행보다.
이 같은 경영 방식을 바라보는 시각은 다양하다. 악습을 끊으려는 시도에 박수를 보내는 이가 있는가 하면, 상장사 회장이 주주를 무시하는 행태를 비난하는 쪽도 있다.
전직 마오타이 임원은 "리바오팡(李保芳) 전 회장은 주주·업계·언론과 원만한 관계를 유지해 평판이 좋았다"며 "반면 가오 회장은 독불장군 같은 모습을 보여 투자자들이 불안감을 느끼는 게 사실"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