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승찬 칼럼] 중국 공산당과 마윈의 복잡한 함수관계
2020-12-27 17:51
알리바바 창업자인 마윈 회장이 중국정부에 앤트그룹의 일부 지분 국유화를 제안했다는 외신보도가 최근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대부분의 반응은 ‘역시 중국 공산당이 모든 것을 소유하고, 모든 것을 결정하는구나’하는 비판적 시각으로 귀결된다. 이번 앤트그룹의 일부 지분 국유화 이슈는 아직 확정된 게 없는 상황에서 꼬리에 꼬리를 물고 확산되는 추세다. ‘중국정부가 규제를 더욱 강화해 자금줄의 목을 조인 뒤 앤트그룹의 지분을 인수할 것이다.’ ‘중국정부가 마윈 회장을 포함한 앤트그룹 경영진을 불러 협박했고, 심리적 압박감을 느낀 마 회장이 어쩔 수 없이 일부 지분 국유화를 결정했다’는 등 점차 확대 재생산되고 있다. 상황이 심상치 않은 것은 확실해 보인다. 지난 10월 24일 ‘상하이 와이탄 금융포럼’ 기조연설에서 마윈 회장은 금융당국을 우회적으로 비판하면서 중국정부에 괘씸죄에 걸렸다. 20여분의 마 회장 연설 중 공산당의 심기를 건드린 내용은 크게 4가지로 정리된다. 첫째, 마 회장 전에 연설한 왕치산 부주석의 P2P 금융사기사건 등과 같은 중국 금융리스크 안정의 중요성에 대해 반대되는 입장을 간접적으로 피력했다. "중국은 금융리스크가 문제가 아니라, 근본적으로 금융시스템이 없다." 둘째, 보수적인 중국 금융관리감독기관을 간접적으로 비판한 점으로 "감독만 있지, 관리는 없다"는 것이다. 셋째, 중국금융기관을 과거 전당포 영업에 비유한 점으로, "디지털 금융혁신 없이는 글로벌 금융경쟁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넷째, 중국정부가 야심차게 밀고 있는 디지털 화폐에 대한 불만을 간접적으로 언급한 점이다. 중국정부가 디지털 위안화를 통해 기존 알리페이와 위챗페이가 양분하고 있는 모바일 결제 독점시장을 통합하려고 하는 의도를 반박한 것이다. 4가지 내용의 핵심은 금융규제가 심하면 심할수록 새로운 금융혁신이 일어나기 어렵다는 대의적인 내용과 앤트그룹을 겨냥해 발표된 '온라인 소액대출규제'와 시장통합의 의도에 불만을 토로하는 섭섭함이 포괄적으로 내포되어 있다.
전인대 위원까지 지낸 마윈 회장과 중국 공산당의 함수관계는 그렇게 간단치 않다. 복잡한 정치관계 속에서 이들의 함수관계를 살펴봐야 한다. 마윈 회장이 처음 미운 오리털이 박힌 것은 2014년 알리바바가 뉴욕에 상장할 때였다. 중국 공산당은 국내상장을 권고했지만, 마 회장은 이를 무시하고 뉴욕에 상장했고, 결국 중국기업이 중국인이 아닌 외국인들만 돈을 벌게 해줬다는 것이다. 2015년 1월 중국 국가공상행정관리총국이 발행한 백서에서 타오바오에서 정품을 판매하는 비중이 37%에 불과하다며 알리바바를 정면 공격했고, 그로 인해 마 회장은 직접 사과표명을 했다. 이번 사태는 공산당과 마윈 간 표면적인 충돌보다는 감추어진 이슈가 더 크게 작용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크게 4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알리바바 및 앤트그룹이 중국정부가 통제 불가능할 정도로 너무 방대해졌고, 그에 따른 정보의 비대칭성이 생겨나고 있다는 것이다. 그것의 핵심은 금융이 아니라 빅데이터이다. 현재 알리바바 생태계가 구축하고 있는 빅데이터는 약 10억명에 이를 정도로 엄청나다. 중국공산당이 통제한다고 하더라도 알리바바 자체적으로 운영·관리할 수 있는 빅데이터의 역량은 무궁무진하다. 나아가 알리바바는 해외 인터넷 금융기업의 인수·합병(M&A)을 통해 인도, 태국 등 제3국의 빅데이터도 구축하고 있다. 따라서 중국 공산당은 알리바바 생태계를 정부통제 하에 두고 지속적으로 관리할 필요성을 느낀다는 것이다. 둘째는 공산당의 영향력에서 벗어나려고 한다는 것이다. 정부의 직·간접적인 지원과 도움으로 알리바바가 성장했고 엄청난 부를 축적했는데, 점차 공산당의 생태계에서 빠져 나가려고 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한 경고의 시그널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중국정부는 판단하고 있다. 이미 거대 플랫폼 사업자 반독점 방지안 초안도 공개한 상태이고, 2008년 '반독점법' 시행 이후 처음으로 알리바바 인베스트먼트 등 3개사에 대한 벌금을 부과하는 등 플랫폼 기업에 대한 단속이 강화되는 추세를 보더라도 알 수 있다. 지난 16~18일 진행된 중앙경제공작회의에서도 알리바바와 같은 빅테크 기업에 대한 규제의 필요성이 핵심 이슈로 등장했다. 이번 중앙경제공작회의에서 확정된 2021년 8대 중점내용 중 여섯번째가 바로 ‘반독점 방지 및 자본시장의 무질서한 확장 방지’라는 항목이다. 그 내용은 플랫폼 기업독점, 데이터 수집 및 사용관리, 소비자 권익보호에 대한 법적 규범을 개선하고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셋째는 앤트그룹의 온라인 신용 소액대출규모가 자산 대비 위험할 정도로 너무 커졌다는 것이다. 지속되는 P2P 금융사기 등 핀테크 산업의 부작용과 리스크가 최고점에 도달한 상황에서 향후 개인파산이 확산될 가능성을 미연에 방지하고자 하는 것이다. 350억 달러의 세계 최대 IPO를 앞두고 사전 리스크 헤지 필요성이 공산당 내부와 전문가들 사이에서 대두되었다는 것이다. 넷째는 정쟁(政爭)적 이슈도 일부 작용했을 가능성이다. 상하이방 계열의 앤트그룹 지분참여 등 시진핑 주석을 견제하는 상하이방과 마윈 회장 간 커넥션 가능성이다. 알리바바는 항저우에서 창업했지만 상하이에서 본격적인 성장을 했고, 그로 인해 비주류이지만 상하이방과의 커넥션이 매우 깊다는 애기다.
국내외 매체에서 쏟아내고 있는 앤트그룹 관련 기사는 단편적인 사실에 입각해 보도한 측면이 강하다. 중국의 규제개혁은 ‘선(先)허용, 후(後)규제’ 방식이다. 사회적 혼란을 야기하지 않는다면 규제하지 않겠다는 것이 원칙이다. 핀테크 산업은 창조와 붕괴가 동시에 일어나는 빅뱅 파괴의 대표적 분야이다. 좀 더 다각적이고 입체적인 관점에서 이번 앤트그룹 지분 국유화 이슈를 봐야 한다. 중국을 이해하는 키워드는 개방과 통제의 병행(竝行) 메커니즘을 이해하는 것이다. 공산당과 마윈의 함수관계는 그러한 메커니즘 속에서 들여다봐야 이해할 수 있다.
중국 칭화대에서 박사를 취득하고, 대한민국 주중국 대사관에서 경제통상전문관 및 중소벤처기업지원센터 소장을 5년간 역임했다. 미국 듀크대학교 방문학자와 함께 현재 사단법인 중국경영연구소 소장과 용인대학교 중국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