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IT업계 총결산] ⑤ 코로나가 쏘아올린 OTT

2020-12-26 00:25
글로벌 OTT의 성공 열쇠 된 '한국'
토종 OTT, 투자 확대에 해외 진출

올해는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의 전성시대였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집콕족이 늘자 수혜를 입었다. 글로벌 공룡 OTT인 넷플릭스는 입지를 더욱 공고히 했으며, 디즈니플러스와 HBO 맥스(Max) 등도 세를 불렸다. 토종 OTT인 웨이브(wavve)와 왓챠, 티빙 등도 콘텐츠 투자 확대를 통해 가입자 유치 및 경쟁력 강화에 힘썼다. 말 그대로 물 들어올 때 노를 저었던 한 해였다.

 

[사진=넷플릭스]


◇글로벌 OTT의 성공 열쇠 된 '한국'

넷플릭스는 단연 화제의 중심이었다. 토종 OTT를 긴장케 한 동시에 망 중립성 문제로 SK브로드밴드와 대립각을 세웠다. 또 현지화한 오리지널 콘텐츠는 물론이고, 코로나19로 극장 개봉이 어려운 영화까지 섭렵하면서 전 세계 2억명에 가까운 가입자를 확보하게 됐다.

특히 국내에는 2015년 발을 들여 현재까지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에 7억 달러(약 8000억원)를 투자하는 등 최적화를 거쳤다. 넷플릭스가 OTT 강자로 우뚝 서기까지 한국의 덕이 컸다는 평가도 나온다.

실제 넷플릭스는 올 3분기 신규 유료 가입자가 220만명 증가했는데, 이 중 101만명(46%)이 한국과 일본을 중심으로 한 아태지역에서 발생했다고 밝혔다. 지난 9월 말 기준 아태지역 유료 가입자 수는 2350만명으로, 한국은 14%에 해당하는 330만명 수준이다. 넷플릭스는 내년에도 "막대한 투자와 함께 한국 대중문화를 외부에서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만들겠다"고 말했다.

올 한 해 넷플릭스는 '킹덤 시즌2', '보건교사 안은영', '인간수업' 등을 한국 오리지널 콘텐츠로 선보였다. 아이돌 그룹 블랙핑크를 주인공으로 한 다큐멘터리 '블랙핑크: 세상을 밝혀라'도 있었다. 이 중 '킹덤 시즌2'는 뉴욕타임스 선정 '2020년 최고의 인터내셔널 TV쇼 톱10'에 오르기도 했다. 국내 영화 중에는 '사냥의 시간', '콜', '승리호'(예정) 등이 넷플릭스행을 선택했다.

이런 가운데 월트디즈니의 OTT '디즈니플러스'가 내년 한국 진출을 준비하면서, 넷플릭스에서는 지난 9월 말을 기점으로 디즈니 콘텐츠가 모두 빠졌다. 그래서 디즈니플러스가 올 하반기 중 국내 서비스를 론칭하는 것 아니냐는 기대의 목소리가 나왔다.

 

[사진=AP·연합뉴스]


디즈니플러스는 아직 상륙 전이지만, 우리에겐 이미 너무 친숙하다. 디즈니·픽사 애니메이션부터 마블·스타워즈 시리즈, 내셔널지오그래픽 등 남녀노소에게 사랑받는 콘텐츠가 가득 담겨 있다. 캐릭터도 고전의 미키마우스와 오늘날 여자아이들의 워너비인 엘사까지 시간의 흐름 속에 다양하게 발전해왔다. 어른들에겐 아이언맨을 중심으로 한 어벤저스가 있다.

그 파급력은 가히 엄청나다. 디즈니플러스는 서비스 시작 1년여 만에 유료 가입자 수 8600만명을 돌파했으며, 오는 2024년에는 2억3000만~2억6000만명을 목표로 하고 있다. 미국·캐나다 등 북미 지역에서 서비스를 시작해 현재 호주, 뉴질랜드, 유럽 국가(일부), 인도, 일본, 남미 국가(일부) 등 30개국에 진출해 있다. 내년에는 한국과 홍콩, 동유럽 등에 서비스를 론칭한다.

디즈니플러스는 넷플릭스와 달리 현지 오리지널 콘텐츠 투자 계획은 없다. 신작과 관련해선 향후 마블·스타워즈 시리즈를 각 10편씩 공개하고, 디즈니·픽사 시리즈 및 영화도 총 30편 공개할 예정이다.

 

[사진=웨이브]


◇토종 OTT, 투자 확대에 해외 진출도

글로벌 공룡 OTT들의 공세에 토종 OTT들도 분주한 한 해를 보냈다.

우선 지상파 방송 3사와 SK텔레콤이 지분을 가진 웨이브는 지난해 9월 출범 이후 1년 만에 총가입자 수 1000만명(무료가입 포함)을 돌파했다. 유료 가입자 수도 200만명 수준으로 출범 초보다 60% 이상 증가했다. 웨이브는 향후 2~3년 내 매출 흑자 전환과 2024년 기업공개(IPO)를 목표로 하고 있다.

오리지널 콘텐츠의 경우 지난해 첫 오리지널 드라마인 '녹두전'을 시작으로 올해 600억원가량이 투자됐다. 구체적으로 김희선 주연의 '앨리스'와 '꼰대인턴', '레벨업 아슬한 프로젝트', '소년멘탈캠프' 등이었다. 웨이브는 오는 2023년까지 3000억원 규모의 투자를 진행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해외 진출도 준비 중이다. 웨이브 관계자는 "우선 내년 동남아시아 교민 대상으로 서비스를 시작해 데이트를 수집하고, 이를 보완해 점차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사진=tvN]


CJ ENM의 OTT 티빙은 올해 특히 바빴다. CJ ENM의 물적분할 일정이 당초 6월 1일에서 8월 1일, 10월 1일로 미뤄지기 일쑤였고, JTBC와의 합작법인 출범은 다자간 투자 유치로 선회했다. 웨이브로부터 '토종 OTT끼리 뭉쳐야 한다'는 압박도 받았다. 동시에 조직 내 영화 사업 부문의 출혈도 상쇄해야 했다.

대신 티빙은 tvN 채널과 JTBC에서 흥행한 프로그램 덕분에 견뎠다. 상반기 CJ ENM '사랑의 불시착', '슬기로운 의사생활'과 JTBC '이태원클라스', '부부의 세계'에 이어 하반기에는 CJ ENM '사이코지만 괜찮아', '비밀의 숲 시즌2' 등이 막강한 콘텐츠 파워를 자랑했다.

다자간 투자에 있어서는 HBO 맥스와 협상 중이라는 소식이 전해져 팬들을 설레게 하고 있다. HBO 맥스는 DC코믹스와 지브리스튜디오, 왕좌의 게임 등을 보유한 워너미디어의 OTT다. 특히 워너브라더스가 내년 개봉 영화들은 극장 동시에 HBO 맥스에서 상영한다고 밝혀 HBO 맥스의 국내 론칭을 바라는 팬들이 많다.

현재 HBO 맥스는 북미 지역에서만 서비스 중이며, 추후 유럽을 비롯해 최종적으로 190개국 이상에서 서비스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국내에는 2022년 전까지 상륙할 수 있을지 지켜보는 눈들이 많다.

 

[사진=아주경제DB]


지난 2016년 1월 처음 서비스를 시작한 왓챠는 추천 서비스에 대한 호평을 바탕으로 일본 진출에 나서는 등 경쟁력 강화에 힘쓰고 있다. 최근에는 '해리 포터' 시리즈에 이어 인기 영화들을 매주 공개해 눈길을 끈다.

왓챠의 시작은 영상 큐레이션 서비스 앱이었다. 그래서인지 가입자별 감상 패턴과 선호도를 고려한 취향별 맞춤 콘텐츠 추천 기능에 강점이 있다. 국가별, 장르별, 특징별 분류도 잘 돼 있다. 무엇보다 넷플릭스에서는 취급하지 않는 미국 드라마 '왕좌의 게임' 등을 시청할 수 있다.

독점 콘텐츠는 매달 '왓챠 익스클루시브'라는 브랜드로 소개된다. 최근 익스클루시브를 통해 '라우디스트 보이스', '킬링 이브', '와이 우먼 킬', '데브스', '이어즈 앤 이어즈' 등의 신작들을 서비스했다. 다양한 채널과 제작사의 콘텐츠를 제공할 수 있는 가능성과 통로를 확보하고 있다는 게 왓챠의 강점으로 꼽힌다.

또 일본에는 지난 9월 중순 론칭해 데이터를 수집 중이다. 내년 상반기 '왓챠 재팬'의 투자 유치를 별도로 진행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이후 동남아 등으로 서비스 대상 지역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