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상제 적용이 더 이득?..."HUG보증 살아 있지만, 택지비 검증받겠다"

2020-12-27 11:12
서울 인현동 세운6-3-4구역, HUG보증 쥐고 택지비 검토 요청
앞서 래미안 원베일리 택지비 검토 때 이득보며 분위기 반전

서울 인현동 '세운푸르지오헤리시티' 투시도[사진 = 네이버부동산]

정부의 공시가격 현실화에 따라 부동산 개발업계에서 분양가 상한제가 재조명되고 있다. 일부 시행사는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분양보증이 유효함에도 불구, 한국부동산원에 택지비 검토를 요청하기도 했다. 

27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서울 인현동 '세운6-3-4구역'(세운푸르지오헤리시티)은 앞서 HUG로부터 3.3㎡당 2760만원에 분양보증을 받았고 아직 보증이 유효한 상태지만,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받는 편이 더 유리할 것으로 예측하면서 한국부동산원 측에 택지비 검토를 요청했다. 세운6-3-4구역이 속한 세운재정비촉진지구는 서울 사대문 안 마지막 대규모 재개발로 주목을 끌어온 곳이다.

세운6-3-4구역의 시행사인 한호건설 관계자는 "택지조성비용이 잘 반영돼 (HUG 안보다) 좀 더 높게 나올 것을 기대하고 접수했다"고 말했다.

한국부동산원은 한호건설이 접수한 택지비 검토 요청에 '재평가'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달했다. 한호건설 측은 늦어도 내년 초 이후면 최종 검토결과를 받아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 적정성검토부 관계자는 "다른 곳들은 검토가 끝났는데, 세운6-3-4구역은 부적정이 떠서 그쪽(한호건설)에서 재검토 중"이라며 "수정된 안은 아직 접수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사실 세운6-3-4구역은 상한제 적용을 피할 수 있음에도 택지비 검토를 자청한 사업장이다. 앞서 울며 겨자먹기로 상한제를 받아들인 서울 반포동 '래미안 원베일리'가 기대보다 높은 가격에 택지비를 인정받으면서, 상한제 적용이 HUG 적용보다 나을 수 있다는 기대감이 인 것으로 보인다. 

HUG 관계자는 "원칙적으로 지난 7월 말 이후 분양단지는 상한제를 적용받는다"면서도 "한호건설의 경우 9월 28일까지 입주자 모집공고 승인을 받는 조건으로 7월 28일 분양보증을 발급받았고, 9월 28일이 되기 며칠 전 입주자 모집공고 승인을 받아 보증이 아직 유효한 상태"라고 했다.

서울 반포2동 래미안 원베일리는 정부의 공시가격 현실화 방침에 따라, 택지비 검토 때 이득을 본 경우다. 지난달 한국부동산원으로부터 택지비 감정평가액 3.3㎡당 4200만원을 승인받았다. 감정평가액에 기본형 건축비, 가산비, 적정이윤 등을 더한 일반분양가는 3.3㎡당 5200만~5400만원 정도일 것으로 보인다. HUG가 통보한 분양가(3.3㎡당 4891만원)보다 오히려 300만~500만원 정도 높은 수준이다.

한국부동산원이 세운6-3-4구역 측에 재평가를 통보하긴 했지만, 한호건설이 제시한 원안대로 갈 가능성도 낮지 않다. 앞서 한국부동산원은 원베일리가 최초 제시한 3.3㎡당 4200만원을 한 차례 반려했지만, 이후 같은 액수로 재검토 요청이 들어오자 적정하다는 평가로 돌아섰다.

세운6-3-4구역은 한호건설이 '힐스테이트 세운 센트럴'의 후속으로 선보이는 단지다. 한호건설은 힐스테이트 세운 센트럴의 아파트분 잔여물량 소진시기에 맞춰 세운6-3-4구역 분양시기를 조정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부동산 전문가들은 원베일리 이후에도 상한제 적용이 유리한 사례가 나오게 되면, 지금보다 분양물량이 늘어 청약과열 현상이 안정될 수 있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앞서 상한제로 인해 조합·시행사가 분양시기를 조정하면서 분양물량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예측돼온 것과 상반된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