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병식 칼럼] 안철수 출마, 나비효과 불러올까

2020-12-21 10:41

[임병식 위원]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마음을 바꿨다. 정치는 살아 있는 생물이라는 정치권 격언을 실감케 하는 급 변침이다. 그는 틈나는 대로 “서울시장에는 절대 출마하지 않겠다”고 했다. 불과 10여일 전에도 국민의힘 초선 의원 모임 ‘명불허전 보수다’에서 “출마할 의사가 없다”고 못 박았다. ‘절대’는 정치권에선 좀처럼 쓰지 않는 표현이다. 그런데 왜 갑자기 마음을 돌렸을까. 또 서울시장으로 체급을 낮춘 저의는 뭘까. 이번 도전은 성공할까. 어디까지 파장을 일으킬까.

겉으로 내세운 출마 명분은 ‘결자해지’다. 묶은 사람이 푼다는 것인데, 무얼 푼다는 말일까. 안철수는 2011년 박원순에게 서울시장 후보 자리를 양보했다. 당시만 해도 정치판에서 보기 드문 결정이었다. 이후 박원순은 최초 3선 서울시장 고지에 올랐다. 그러나 미투 논란 끝에 극단적 선택으로 생을 마감했다. 내년 보궐선거는 이런 결과물이다. 결국 보궐선거에 출마함으로써 자신이 양보해 시작된 불명예스런 퇴장에 종지부를 찍겠다는 뜻이다.

민주당으로서는 달갑지 않은 출마 명분이다. 안철수는 20일 출마 선언 자리에서도 민주당 심판론을 분명히 했다. 그는 “정기국회에서 민주주의가 완전히 무너지는 것을 보고 출마를 결심했다. 문재인 정부 폭주와 무도한 여당 독주를 저지하기 위해 끝까지 달리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시민후보, 야권 단일후보로 나서겠다”며 국민의힘과 연대 의지를 밝혔다. 출마 명분과 야권연대 지향점에서 ‘반 문재인 연대’임을 분명히 한 셈이다.

안철수는 수없이 주판알을 튕겼을 게 분명하다. 가장 결정적 동기는 당과 자신에 대한 반등 계기가 필요했을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당은 비례의석으로만, 그것도 3석에 불과하다. 2016년 총선에서 ‘녹색돌풍’을 일으키며 38석을 차지했던 것에 비하면 초라하다. 정당 지지율도 7% 내외에 그친다. 이런 상황에서 차기 대권으로의 직행은 무모하다는 주변 여론을 무시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서울시장으로 우회하는 게 차선책이자 교두보다.

서울시장은 17개 광역단체장 중 하나가 아니다. 수도 수장이라는 위상에다 대선 후보라는 상징 자산까지 더해진 중요한 자리다. 지지율에서 열세인 그에게 서울시장은 대선으로 가는 징검다리다. 서울시장으로서 정치력을 인정받는다면 차차기 대선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게 된다. 게다가 58세라는 나이도 여유가 있다. 반문(反文) 진영에서 존재감을 부각시키고, ‘안철수’라는 브랜드를 높인다면 장기적으로 유리하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이런 계산이 성공하려면 전제 조건이 있다. 첫째, 야권 단일 후보로 선출. 둘째, 본선 승리다. 안철수는 야권 단일 후보로 나서겠다면서 “유·불리를 따지지 않고 공정 경쟁만 된다면 어떤 방식도 좋다”고 했다. 세 가지 시나리오가 있다. 국민의힘과 합당해 경선을 치르는 방안, 독자적으로 있다가 국민의힘 후보와 경선하는 방안, 그리고 제3지대를 포함해 모든 야권 후보가 경선하는 오픈 프라이머리다. 하지만 본선 승리를 자신한다면 섣부르다.

여권도 서울시장 보궐선거가 지닌 의미를 잘 안다. 배수진을 치고 모든 화력을 쏟아부을 태세다. 야권은 일단 안철수가 가세함으로써 흥행을 기대한다. 또 반문(反文)연대를 통한 지지층 결집도 꾀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지금껏 민주당에 무기력하게 끌려 다니고, 아직도 태극기 부대 잔상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 같은 고리를 끊고 외연을 넓히는 게 관건이다. 그러나 ‘안철수’라는 브랜드가 이전만 못해 회의적 시선은 파다하다.

넘어야 할 산도 적지 않다. 가장 큰 산은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의 관계다. 김 위원장은 “야권연대를 원한다면 안 대표가 국민의힘에 입당하면 될 일, 야권 후보 중 하나일 뿐”이라며 일축했다. 국민의힘 당원들로부터 지지를 끌어낼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만일 야권 단일 후보로 선출되지 못하거나, 본선에서 패할 경우 치명상은 불가피하다. 정계은퇴까지 각오해야 한다.

어쨌든 안철수 출마가 정치권 판도에 일정부분 영향을 미치는 건 사실이다. 정치권은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고리로 ‘반 문재인 빅텐트’를 예상하고 있다. ‘야권 단일후보’를 앞세운 세력 구도 재편이다. 출마를 저울질하는 여야 인사들 발걸음도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여권에선 박영선·추미애, 야권에선 유승민·나경원·오세훈이 거론된다. 만일 야권이 승리한다면, 정권 심판론은 힘을 얻고 대선에도 직접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여당으로서는 피하고 싶은 시나리오다. 정치권은 이미 박근혜 탄핵 과정에서 ‘나비효과’를 경험했다. 20대 총선 서울 종로에서 민주당 정세균 당선과 국회의장직은 출발점이었다. 오세훈이라는 유력한 주자가 제거되고 국회의장직을 내준 뒤 새누리당은 탄핵 정국에서 힘도 방향도 잃었다. 결국 국회에서 탄핵안 통과를 무기력하게 지켜봐야 했다. 서울시장 보궐선거 결과가 둑을 무너뜨릴 균열의 시작일지, 허망한 3수 도전기로 끝날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