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베트남 시대를 논하다] 코로나도 못막는다, 신남방 파트너 베트남 가는길

2020-12-24 10:30
삼성, 총리까지 '러브콜'···스마트폰 공장 이어 R&D센터 건립
현대차, 10년째 협력 관계···日 도요타 제치고 시장점유율 1위
LG전자, 생산설비 구축 넘어 전장사업 기술개발 거점 낙점·투자
한화, 10만㎡ 규모 항공기 엔진부품 공장 건립···철저한 현지화
효성, 2019년 매출 2조3000억, 10년 투자 결실···중남부 투자 강화

재계가 문재인 정부의 '신남방정책' 핵심 파트너인 베트남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삼성·현대차·LG·한화·효성 등 국내 대기업은 코로나19 상황 속에서도 베트남 시장에 대한 접근을 강화해 진정한 경제 동반자로 거듭난다는 방침이다. 

◆삼성전자, 생산공장 이어 R&D센터까지 건설··· 베트남 총리도 러브콜 

23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코로나19 상황 속에서도 베트남에 스마트폰, 디스플레이 생산 공장 등을 운영하며 베트남 경제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현재 베트남에는 박닌 생산법인(SEV), 타이응우옌 생산법인(SEVT), 호찌민 가전복합단지(SEHC), 삼성디스플레이 베트남법인(SDV) 등이 있다. 삼성 갤럭시 스마트폰의 절반이 베트남에서 생산된다. 

올해 3월부터는 하노이에 동남아 최대 규모의 베트남 연구·개발(R&D) 센터를 건설하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난 10월 베트남을 직접 방문해 R&D센터 공사 현장을 살펴봤다. 당시 응우옌쑤언푹 베트남 총리도 동행했다. 베트남에서 삼성전자의 역할이 적지 않다는 방증이다. 

실제 응우옌쑤언푹 총리는 지난해 한국을 방문해 이 부회장에게 "삼성이 베트남에 반도체 생산 공장을 설립해달라"고 요청한 바 있다. 베트남 경제가 한 단계 성장하고, 삼성전자와 더 긴밀한 동반자 관계를 맺기 위해서 반도체 공장이 필요하다는 생각에서다. 
 

지난 10월 베트남 하노이 총리실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왼쪽)이 응우옌쑤언푹 베트남 총리를 예방하고 경제 협력방안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사진=베트남통신사(TTXVN)]

◆현대차, 베트남과 협력관계 10년째··· 올해 시장점유율 1위 달성 

현대차는 내년이면 베트남과 협력 관계를 맺은 지 10년째가 된다. 현대차는 2011년 베트남 탄콩그룹에 부품 재조립을 통해 생산을 위탁하는 방식(CKD)으로 처음 연을 맺었다. 2017년부터는 탄콩그룹과 생산합작법인(HTMV)을 세워 생산 능력을 확대하고, 본격적으로 베트남 시장에 진출하기도 했다. 

장기간 베트남 현지에서 협력 관계를 유지한 결과, 올해 상반기에는 베트남 승용차 시장에서 도요타를 제치고 1위를 차지하는 쾌거를 올렸다. 올해 1~6월 현대차가 베트남에 판매한 승용차(소형 상용 포함)는 2만5358대로, 도요타를 181대 앞섰다.

현대차의 시장점유율은 올해 상반기 말 기준 21.3%를 기록해 매년 점증하는 모습을 보였다. 2017년 13.3%로 시작했으나 2018년 19.2%, 지난해 18.7%로 확대됐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최근 베트남 시장의 추이를 감안하면 올해부터 현대차가 본격적으로 도요타를 제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계열사인 기아차도 베트남에서 존재감이 만만치 않다. 베트남자동차제조협회(VAMA) 등에 따르면 지난달 베트남에서 가장 많이 팔린 자동차 '톱10'에는 현대차 엑센트, 그랜드 i10, 싼타페 모델을 비롯해 기아차 셀토스와 쎄라토가 포함됐다. 
 

베트남에서 판매되는 현대차 엑센트와 모델.  [사진=현대자동차 제공]

​◆LG전자, 글로벌 생산·성장동력 연구 거점으로 베트남 낙점

LG전자는 생산 설비를 구축할 뿐 아니라 기술개발도 베트남 현지에서 진행하고 있다. LG전자는 지난 9일 베트남 다낭에 'LG 전장사업(VS) 개발센터'를 공식 오픈했다. 이곳에서 LG전자가 미래 성장동력으로 낙점한 전장사업 관련 기술을 개발할 예정이다.

LG전자는 내년 3분기 VS 사업의 흑자 전환을 목표로 내걸고 전장사업 투자에 매진하고 있다. VS 사업의 R&D에 지난해 6293억원을, 올해 6000억원 이상을 투자할 예정이다. 베트남에 연구거점이 마련된 내년에도 관련 투자를 늘릴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4월에는 경기도 평택 스마트폰 생산라인을 베트남 하이퐁 법인으로 통합 이전했다. 인건비 등 생산 효율화 차원에서 공장을 옮기는 동시에 베트남 법인을 글로벌 생산거점으로 운영하겠다는 포부에서다.

2015년 준공된 베트남 하이퐁 생산법인은 TV, 세탁기, 청소기 등을 생산하는 거점 역할을 맡고 있다. 지난해에는 매출 4조1010억원, 당기순이익 1787억원을 기록해 베트남 현지 가전제품 시장에서 한 축을 담당했다.

◆한화, 김승연 회장 베트남 현지 준공식 방문··· 신년사에서 "베트남이 글로벌 전초기지" 발언도 

한화그룹도 친(親)베트남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한화그룹의 한화에어로스페이스·한화생명·한화테크윈·한화솔루션 등 다수 계열사가 베트남에 진출해 항공·금융·투자사업·제조·태양광 등 부문에서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2018년 하노이 인근에 10만㎡ 규모의 항공기 엔진부품 공장을 준공했다. 이는 베트남에 설립된 첫 항공엔진부품 공장이었다. 당시 김승연 한화 회장도 준공식에 참석했다. 김 회장은 2014년 이라크 신도시 건설 현장 방문 후 4년 만에 해외 현장을 찾았다. 

한화생명은 2008년 베트남에 처음 법인을 세웠다. 현재는 법인장과 주재원 몇 명을 제외하고 수백명의 직원을 베트남 현지 인력으로 채용할 정도로 현지화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한화테크윈도 지난해부터 박닌성에서 폐쇄회로TV(CCTV)와 영상저장장치(DVR) 등을 만들어 수출하고 있다. 한화투자증권은 지난해 하노이의 온라인 증권사인 HTF증권 지분 90%를 인수하는 등 시장 공략을 강화하고 있다. 

김 회장은 지난해 신년사에서 "지난달 베트남을 방문해 에어로스페이스 현지 공장의 새 출발을 함께했다"며 "생명에 이어 최근 테크윈, 에너지 사업까지 그룹 역량이 확대되고 있는 만큼 그룹의 핵심 글로벌 전진기지로서 성공신화를 만들어가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2018년 12월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왼쪽)이 베트남 하노이 인근 화락하이테크단지의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항공기엔진부품 신공장 준공식에 참석해 쯔엉화빙 베트남 수석부총리와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사진=한화그룹 제공]


◆효성, 10년 넘는 투자 이제는 결실··· 국내 이어 제2 생산기지화 

효성그룹도 10년이 넘게 베트남 시장에 투자한 데 대한 결실을 거두고 있다. 2007년 베트남법인을 설립한 효성은 2014년 매출 1조원을 넘어선 데 이어 2018년에는 2조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베트남 시장의 매출이 매년 두 자릿수로 급증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내년부터 3조원의 매출을 올릴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효성은 베트남이 글로벌 시장 공략의 최적지로 부상할 것이라고 판단하고 국내에 이어 제2의 생산기지로 낙점하고 오랫동안 투자해 왔다. 원가 부담을 낮출 수 있는 환경과 수출 확대를 위한 최적의 입지조건을 갖추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효성은 2015년 베트남법인 바로 옆 부지에 동나이법인을 설립해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했으며, 추가적으로 남부 바리어붕따우성과 중부 꽝남성에 각각 폴리프로필렌·타이어코드 공장을 착공하는 등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조현준 효성 회장의 적극적인 경영 행보도 베트남 시장 공략에 도움이 됐다. 조 회장은 2016년과 2018년 응우옌쑤언푹 베트남 총리를 직접 만나 사업 협력을 논의하기도 했다. 지난해 6월에도 브엉딘후에 베트남 부총리를 만나 협력을 논의했다. 

조 회장은 베트남 부총리와 만난 자리에서 "효성 핵심 제품을 모두 생산하는 글로벌 복합 생산기지인 베트남은 효성에 매우 중요한 지역"이라며 "서로 우호적 관계를 유지하고 협력을 강화해 나갈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베트남 남부 동나이성에 위치한 효성베트남법인·동나이법인 공장.[사진=효성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