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체 CPU 개발 나선 MS... 탈 인텔 행보 본격화

2020-12-19 13:56
ARM 아키텍처 기반 서버용 프로세서 개발, 내년 클라우드 상품으로 출시 전망
애플, 아마존 이어 마이크로소프트도 인텔 의존도 줄여... B2B 업계 리더십 '흔들'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 최고경영자.[사진=한국마이크로소프트 제공]


애플에 이어 마이크로소프트마저 탈(脫) 인텔 행보를 본격화한다. 인텔의 x86 중앙처리장치(CPU) 대신 ARM 아키텍처 기반의 자체 프로세서(처리장치)를 설계, 자사 데이터센터에 도입할 계획이다. 매년 대규모로 CPU를 주문하던 큰 손들이 잇따라 이탈하는 행보를 보임에 따라 90%가 넘는 인텔 CPU의 B2B 업계 점유율도 흔들릴 위기에 처했다.

18일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세계 최대 소프트웨어·B2B 업체인 마이크로소프트가 자체적으로 서버·PC용 프로세서 개발을 진행 중이다.

블룸버그는 "MS가 ARM 아키텍처를 활용해 데이터센터에 적용할 서버용 프로세서를 개발 중"이라며 "MS는 자사의 노트북·태블릿PC 브랜드인 서피스에도 자체 개발한 ARM 칩셋을 적용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윈텔(윈도-인텔)'이라고 불릴 정도로 30년 넘게 인텔과 깊은 관계를 유지했다. 대부분의 윈도 운영체제가 극히 드문 예외를 제외하면 인텔 x86 프로세서에서 실행됐다.

전 세계에 50개가 넘는 마이크로소프트의 클라우드 데이터센터에도 인텔의 프로세서가 공급됐다. 특히 데이터센터용 프로세서의 경우 AMD의 도전에도 불구하고 2015년 이후 인텔의 시장점유율은 90%가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마이크로소프트는 그동안 인텔 프로세서를 활용해 애저 클라우드 서비스를 기업 고객에게 제공했다. MS가 자체 프로세서 도입을 공식화함에 따라 앞으로는 자체 프로세서를 활용한 애저 클라우드 서비스도 함께 제공할 전망이다.

B2B 업계 관계자는 "마이크로소프트가 자체 프로세서를 활용한 클라우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시간 문제였다"고 설명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이미 2000년대 초에 ARM 라이선스를 받은 상태였고, 2015년 이후 인텔, AMD, 엔비디아, 퀄컴 등 반도체 제조·설계업체 출신 엔지니어를 채용한 후 사내 R&D 팀을 꾸려 자체 프로세서 개발에 나섰다.

이는 인텔의 서버용 프로세서가 성능 대비 가격이 비싸고, 전력 소모량이 심하기 때문이다. 인텔의 서버용 프로세서인 제온은 일반적인 모델도 가격이 100만원이 넘으며 상위 모델의 경우 소형차 한대 수준이라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제온은 인텔의 프로세서 중 가장 수익성이 높은 제품군이며, B2C(일반 소비자용) 업계에서 AMD의 도전에도 불구하고 인텔이 CPU 시장에서 주도권을 쥐게 해줄 수 있는 원동력이다.

하지만 인텔의 공정 개선 실패로 제온 프로세서의 전력 소모량은 큰 변화가 없는 상황이다. 미국 정부를 포함한 전 세계적인 정부와 기관의 압박으로 2030년까지 업무로 인한 탄소배출량 0%(넷-제로)를 달성해야 하는 마이크로소프트의 입장에선 달갑지 않은 일이다.

실제로 클라우드 업체 입장에겐 대규모 데이터센터를 운영하는 데 필요한 전기료가 최대 고민거리로 떠오르고 있다. 연간 보고서에 따르면, 마이크로소프트의 데이터센터 운영비 역시 매년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다.

이에 블룸버그는 "상대적으로 적은 전기 소모량으로도 우수한 성능을 내는 ARM 아키텍처가 인텔 x86 프로세서의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고, 마이크로소프트 역시 자체 프로세서를 개발한 후 윈도 운영체제나 클라우드 가상머신 등을 해당 프로세서에 맞게 최적화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탈 인텔 움직임은 마이크로소프트를 포함한 글로벌 IT 기업들에게서 공통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인텔의 주요 고객 중 하나인 애플은 맥북에 들어가는 프로세서를 ARM 아키텍처를 기반으로 독자 개발한 '애플 M1'으로 점진적으로 교체할 계획이다. 계획이 완료되는 2022년 이후 애플은 약 20년 만에 인텔과 완전한 결별을 하게 된다.

아마존 역시 ARM 아키텍처를 활용해 자사의 클라우드 서비스(아마존웹서비스)에 활용할 프로세서를 자체 개발 중이다. 인텔의 범용 서버 프로세서보다 클라우드 서비스의 상황에 맞게 독자적으로 개발한 프로세서가 더 우수한 가격과 성능을 보여준다는 게 블룸버그의 지적이다.

다만 B2B 업계에서 완전한 탈 인텔은 아직 시기상조라고 설명했다. 클라우드의 기반이 되는 리눅스나 가상머신 등이 지난 20년 동안 인텔 프로세서에 맞게 최적화되었기 때문이다. 세계 최대의 소프트웨어 업체인 마이크로소프트조차 이를 한 번에 전환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또한 높은 성능이 필요한 작업의 경우 여전히 인텔의 프로세서가 ARM 아키텍처보다 우수한 성능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마이크로소프트는 내년 자체 프로세서를 활용한 클라우드 상품을 출시한 후 기업 고객에게 옵션으로 제공하는 행보를 보일 것으로 풀이된다. 아마존웹서비스 역시 자체 프로세서를 활용한 클라우드 상품을 준비 중이다.

또한 MS는 퀄컴과 협력해 인텔 대신 ARM 아키텍처 기반의 윈도10 개발도 완료했다. 다만 그동안 쌓아온 방대한 소프트웨어 생태계를 고려해 B2C 부문에서 애플처럼 전면적인 탈 인텔 행보를 보이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자체 프로세서 개발을 공식화했다는 블룸버그의 보도 후 인텔의 주가는 6.3% 떨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