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전단 금지법 비판·유엔 北인권결의안 채택…가열된 北인권 논란

2020-12-17 10:43
유엔, 16년 연속 北 인권결의안 채택
한국, 결의안 공동 제안국 참여 안 해
北, 결의안 채택 반발 "탈북자의 날조"
킨타나 "대북전단 금지법 재검토 必"
강경화 "표현의 자유 제한될 수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9주기를 맞아 금수산태양궁전을 참배했다고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17일 보도했다.[사진=북한 노동신문 홈페이지 캡처]



북한의 인권 문제를 둘러싼 국내외 논쟁이 가열되고 있다.

최근 국회 본회의에서 군사분계선 일대에서 대북전단 살포행위를 금지한다는 내용이 담긴 ‘남북관계 발전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 법률안’이 통과되면서 “문재인 정부가 북한 인권 문제를 방치한다”라는 지적이 등장했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의 인권침해를 규탄하고 개선을 촉구하기 위한 북한인권결의안이 16일(현지시간) 유엔 총회에서 16년 연속 통과됐지만, 한국은 올해도 공동 제안국으로 참여하지 않았다.

이에 47개 국제인권단체는 ‘한국 정부가 북한 인권 증진을 위한 지도력을 발휘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긴 서한을 문재인 대통령에게 보내며 한국의 북한인권결의안 미참여에 쓴소리를 냈다.
 

16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북한인권결의안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사진=유엔 웹티비 캡처·연합뉴스]

 
◆유엔 ‘北 인권결의안’ 16년 연속 채택···北 “탈북자의 날조”

유엔총회는 16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본회의를 열고 북한인권결의안을 표결 없이 컨센서스(전원동의)로 채택했다. 유엔은 지난 2005년부터 북한인권결의안을 채택하고 있다.

유럽연합(EU) 회원국들이 주도한 이번 결의안은 북한의 조직적이고 광범위한 인권침해를 규탄한다는 기존의 결의안 문구가 거의 그대로 반영됐다. 다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사태에 따른 인도주의적 위기 우려 등이 추가됐다.

결의안은 북한의 △고문, 성폭력과 자의적 구금 △정치범 강제수용소 △조직적 납치 △송환된 탈북자 처우 △종교·표현·집회의 자유제약 등을 지적했다.

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북한 인권 상황의 국제형사재판소(ICC) 회부와 ‘가장 책임 있는 자들을 겨냥한 추가 제재 고려’ 등의 조치 시행을 권고했다. 북한 인권 상황의 ICC 회부와 책임자 처벌 촉구는 지난 2014년부터 7년 연속 결의안에 포함됐다. ‘가장 책임 있는 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인 듯하다.

유엔의 결의안 채택에 북한은 즉각 반발하며 탈북자들을 향한 비난을 쏟아냈다. 김성 주유엔 북한대사는 결의안 채택에 대해 “우리에 대한 정략적이고 심각한 도발”이라며 단호히 반대한다고 했다.

특히 김 대사는 탈북민들을 ‘쓰레기’라고 표현하며 조작된 정보라고 주장했다. 그는 “결의안의 모든 내용은 쓰레기 같은 탈북자들이 지어낸 악의적으로 날조된 정보”라며 “이는 소위 ‘레짐 체인지’의 구실로 악용하려는 적국들의 공격 도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토마스 오헤야 킨타나 유엔 북한 인권 특별보고관. [사진=연합뉴스]

 
◆‘대북전단 금지’ 논란, 국외로 확대···“韓, 개정안 재검토해야”

국제사회의 북한 인권 침해 규탄과 함께 한국을 향한 비판의 목소리도 점차 커지는 듯하다. ‘김여정 하명법’이라는 지적을 받던 대북전단 살포 금지법 입법이 결정됐기 때문이다.

토마스 오헤야 킨타나 유엔 북한 인권 특별보고관은 이날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 논평을 통해 대북전단 살포 금지법 재검토를 권고했다. 그는 “대북전단 금지법은 다양한 방면에서 북한 주민들에 관여하려는 많은 탈북자(북한이탈주민)들과 시민사회 단체 활동에 엄격한 제한을 두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북전단 금지법이 북한 주민과 소통하려는 탈북자와 시민사회의 ‘표현의 자유’ 활동을 엄격하게 제한하는 조치라고 비판한 것이다.

그는 “이번 개정안이 국제 인권표준에서 요구한 바와 같이 법에 의해 규정됐으며, 한국 국회에서 민주적인 토론의 대상”이지만 여러 결점에 비추어 볼 때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대북전단 살포 금지법 시행하기 전에 이와 관련된 기관들이 적절한 절차에 따라 개정안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얘기다. 

킨타나 보고관은 탈북민 단체의 전달 살포 활동이 세계 인권선언 19조에 명시된 ‘표현의 자유’로서 보호를 받아야 한다고 했다. 이를 근거로 남북 주민들이 국경에 상관없이 정보와 생각을 전달하고 받을 권리가 있다고 부연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16일(현지시간) 미국 CNN방송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CNN 캡처]


이와 관련해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이날 미국 CNN방송에 출연해 남북 접경지역 상황을 감안할 때 표현의 자유가 절대적인 것은 아니라면서 대북전단 살포 행위가 제한될 수 있다는 입장을 내놨다.

강 장관은 “표현의 자유는 너무나 중요한 인권이지만, 절대적인 것은 아니고, 제한될 수 있다”면서 “시민적·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IOCPR)에 따라 우리는 법으로 그것을 해야 하며, 범위가 제한돼야 한다”고 했다.

이어 “그 법(대북전단 금지법)은 범위가 제한돼 있다. (대북전단 살포가) 국민생명과 안전에 해를 끼치고 위협을 줄 때만 그렇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킨타나 보고관은 △과도한 형량 △형사처벌 해야 하는 정당한 이유 부재 △법률의 정확성 등을 이유로 대북전단 금지법에 문제가 있다고 했다.

그는 법률이 “광고 선전물, 재산상 이익이라는 대략적인 묘사로 구성됐다”면서 “규정되지 않은 수많은 활동을 포괄하는 표현을 사용해 금지된 행동을 무엇인지 정확하게 규정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통일부는 외교교부 등 유관부처와 협력해 해외 각국 및 전문가 대상 ‘대북전단 금지법’ 국문‧영문 설명자료 배포 등 국제사회와의 공감대 확산에 주력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통일부 당국자는 “정부는 국회 입법 취지대로 국민의 생명‧안전보호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면서 “한반도 평화 증진을 위해 국제사회와 소통을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통일부는 ‘대북전단 금지법’이 ‘김여정 하명법’이라는 지적에 “사실 왜곡”이라며 2008년부터 관련 법률 입법을 추진해왔다고 반박했다. 또 ‘대북전단 금지법’은 접경지역 주민의 생명 보호와 안전을 도모하고, 남북 관계를 개선하는 법률이라고 정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