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HN 바둑AI 한돌, 이세돌 은퇴 파트너에서 매출 효자로

2020-12-15 14:47
송은영 GB기획팀장 NHN포워드 2일차 세션발표
한게임 바둑 대국·관전 유료 상품에 AI 적극 활용
AI가 대국·형세판단·훈수·복기, '고수 기보' 제공도

송은영 NHN GB기획팀장 [사진=NHN포워드 발표 영상]


2016년 구글 딥마인드가 개발한 '알파고'가 당시 대중들에게 인공지능(AI)에 대한 두려움을 느끼게 하기도 했지만, 알파고 등장은 인간의 AI 활용, 인간과 AI의 공존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지는 계기가 됐다. 국내서는 NHN이 온라인게임서비스 한게임에 적용한 바둑AI '한돌'이 눈길을 끄는 사례다. 한돌은 지난해말 프로 바둑기사 이세돌 9단의 은퇴 파트너로 이름을 알리고, 올해 코로나19 사태 이후 한게임 서비스의 수익성을 극대화하는 데 톡톡히 기여한 매출 효자 역할까지 수행 중이다.

NHN은 15일 온라인으로 개최한 연례개발자행사 NHN포워드(NHN FORWARD)의 2일차 세션을 통해 한돌의 AI를 만든 계기와 이를 활용한 한게임 바둑 유료서비스 기획 과정을 소개했다. 송은영 NHN GB기획팀장이 '어쩌면 바둑을 잘 두게 될지도 몰라: 한게임 바둑에서의 바둑AI 한돌 서비스 및 수익 모델 사례'라는 제목의 강연을 맡아 이를 설명했다.

송 팀장은 "2016년 3월 바둑AI 알파고의 출현과 인간을 대표한 천재기사(이세돌)의 패배는 인류에게 충격과 화두를 안긴사건"이라며 "이세돌 9단은 '이세돌이 진 것이지 인간이 진 것이 아니다'라는 말을 남겼는데, 이는 인간과 AI는 대결이나 승부 구도가 아니라 어떻게 (AI를) 잘 활용하면서 조화롭게 공존해나갈지 고민할 시대임을 역설한 것"이라고 말했다.

NHN은 이를 계기로 삼아 2017년부터 AI에 투자하고 AI를 연구해 한돌을 개발하게 됐다. 한돌 초기 버전은 1999년부터 축적된 '한게임 바둑' 서비스 이용자의 기보 데이터를 바탕으로 10개월간 개발돼 2017년 12월 출시됐다. 이후 업그레이드된 '한돌 3.0'은 작년 12월 개최된 이세돌 9단의 은퇴대국에 출전하면서 대중들에게 이름을 알렸다. NHN은 이후 한게임 바둑에 한돌의 AI를 적극 활용한 서비스를 기획하고 유료 상품과 연계해 선보이고 있다.

첫 한돌 AI 기반 서비스는 이용자를 위한 '맞춤형 대국 파트너'였다. 이용자의 기력에 따라 15급부터 9단까지 수준이 맞는 상대 역할을 해 주는 것이다. NHN은 이용자에게 AI 대국 파트너 서비스 첫 1회를 무료로 제공하고 이후 건별 이용권이나 회원제 상품 가입자에게 추가 이용할 수 있도록 제공했다.

이후 이용자 가운데 '고수'에 해당하는 한게임 9단 이용자들에게만 제공되는 '한돌 9단' 서비스가 나왔다. 이는 '한돌S', '한돌A', '한돌B', 세 계정으로 한게임 바둑대국 내에서 24시간 내내 9단 이용자들의 대국 신청을 받아 겨룰 수 있는 AI다. 이 서비스의 경우 이용자와의 승패 예측에 게임머니를 거는 '베팅' 기능의 수익모델을 고려한 적절한 승률 유지가 관건이었다. 이를 위해 NHN은 실제 프로 바둑기사들을 섭외해 한돌 9단 AI의 약점을 검증하고 보완하는 학습 과정까지 거쳤다.

온라인 게임인 한게임 바둑 환경에서만 가능한 대국 중 부가서비스로 '한돌 형세판단'이 제공되고 있다. 이는 AI 분석으로 이용자에게 흑·백 중 어느쪽이 유리하고 불리한지 알려 주는 기능이다. 대국판의 집 영역과 집수 차이도 표시해 준다. 게임머니를 지불한 일반 이용자, 또는 회원제서비스 가입 이용자에게 제공된다.

게임머니로 한게임 바둑에서 대국료를 지불하는 이용자에게는 부가기능인 '한돌 계가'가 제공된다. 계가란 바둑 대국을 마친 뒤 집 수를 계산하는 과정으로, 실물 바둑판으로 대국을 했을 경우 대국자가 돌을 정리하며 일일이 집 수를 계산해 승패를 확인하는 것이다. 온라인에서는 이를 시스템이 대신해 준다. NHN은 별도 비용을 지불하고 외부 모듈을 사용해 계가 서비스를 제공하는 동시에, 자체 개발한 한돌 계가 서비스의 동작을 대조하면서 성능·안정성을 검증한 뒤 도입했다.

한게임 바둑에서 바둑AI를 활용한 유료 서비스의 정수는 '한돌 찬스'다. 이는 대국 중 다음 수를 둘 때 승률이 높은 몇 개 지점을 AI가 알려 주는 훈수 시스템이다. 송 팀장은 "실력이 중요한 바둑에서 AI를 이용해 두는 것이 정당한가하는 이슈에 대해 많이 고민했지만 우리는 이미 AI 시대에 살고 있고 외부에 누구나 자유롭게 쓸 수 있는 오픈소스 바둑 프로그램이 있는 상황이었다"며 "AI를 쓰는 것 자체는 심각한 고민거리가 아니었고 어떻게 쓸지를 더 집중 논의했다"고 설명했다.

한돌 찬스는 횟수제 유료 아이템으로 판매되고 있다. 먼저 5회 무료 제공 후 첫 구매시 50% 할인 혜택이 있다. 이를 체험한 이용자들에게 인기가 높다. 서비스 체험 직후 구매 전환률은 9%, 이후 재구매율은 42%에 달한다. 송 팀장은 "한돌 찬스 덕분에 기능성 아이템 전체 매출이 증대했다"며 "비수기였던 3월 기능성아이템 전체 매출이 증가했고, 한돌 찬스 사용성과 기능성을 개편한 4월, 6~8단의 기력자에게 사용횟수 한도가 늘어난 8월에도 매출이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한돌 찬스는 9단 이용자에게 한 판에 10회까지만 쓸 수 있도록 제한돼 있다. 8단 이하 이용자들은 한 판에 최대 90회까지 쓸 수 있다. 대국 중 10회를 사용할 때마다 아이템이 소진되는 개수가 증가한다. 한돌 찬스를 사용했을 때 달라지는 실시간 승률 정보가 표시된다.

대국을 종료한 뒤 남은 기보를 분석해 이용자들의 실력 향상을 돕는 데에도 AI 기술이 활용됐다. '한돌 승률그래프'라는 서비스다. 이는 대국을 진행하면서 기록된 기보를 복기하면서 어디가 승착·패착 지점인지, 대국의 흐름이 어땠는지 이용자가 알 수 있도록 도와 준다. 송 팀장은 "한돌 승률그래프는 모든 대국 수순의 정보를 제공하기에는 (시스템 인프라) 부하 이슈가 있어, 대국 이후 유료 회원제 혜택으로만 제공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NHN은 관전 서비스의 새로운 매출원으로 '복면기왕'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대국자가 누구인지 알 수 없는 고수들의 대국 1~30수를 놓고 승패 여부를 예측하는 관전 서비스다. 베팅부터 대국 결과 공개까지 1분 30초밖에 걸리지 않는 속전속결 콘텐츠로, 이 서비스는 한게임 바둑의 전체 게임머니 베팅 유통량을 끌어올리고 있다.

관전의 재미를 위해선 고수들이 필요했다. NHN은 올해 5월 비용을 지불하고 한국 기원 소속 프로 기사들의 수순 데이터를 활용해 복면기왕 시범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후 7월에는 한게임 9단의 기보 적용, 9월 한돌의 기보까지 적용했다. 송 팀장은 "한돌 덕분에 기보 콘텐츠의 수급이 양적·질적으로 확대됐다"고 평했다.

송 팀장이 밝힌 NHN의 한게임 바둑 유료 이용자 구성을 보면 대국서비스 이용자가 81%, 관전 바둑의 승패에 내기를 거는 '베팅서비스' 이용자가 19%다. 이가운데 베팅서비스 이용자들이 지불하는 금액이 전체 매출 34%를 차지할만큼 비중이 높다. 또 베팅서비스 이용자들의 인당 매출 비중은 64%다.

송 팀장은 "대국 수익모델은 다수 이용자가 서비스를 즐기며 꾸준히 발생하는 안정적인 기반"이라며 "베팅 수익은 콘텐츠 수급이 불안정할 수 있지만 고액 유료 이용자 유치를 위한 고효율 수익모델이 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베팅서비스를 통한 게임머니의 유통 비중이 크고, 게임머니 유통 규모가 커지면 매출도 늘어난다고 덧붙였다.

 

[사진=NHN포워드 발표 영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