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표보단 의무가 된 탄소중립, 실천 동력이 밑바탕돼야] 국가 과제된 탄소중립...신재생 에너지 효율 높일 묘안 마련이 '해답'

2020-12-14 08:00
2050년 탄소중립을 향한 첫걸음 '시작', 신재생 에너지 기준부터 입법화 돌입
에너지 조직 신설에 속도내는 문재인 정부, 에너지 차관은 누구?

13일 현재 블룸버그사가 공개한 탄소시계 상황. [사진=블룸버그사 탄소시계 홈페이지 캡쳐] 



1979년 10명의 저명한 기상학자들이 미국의 세계적인 해양생물학 연구기관인 우주홀 해양학연구소에 모였다. 미국의 대표적인 이론기상학자인 줄 그레고리 차니의 이름을 따 '차니 리포트' 보고서가 처음으로 발표됐다.

특히, 이산화탄소 영향으로 기후변화가 나타날 것으로 예측한 최초의 보고서라는 평을 받는다.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지구 온도를 높일 수 있다는 가능성을 명시했기 때문이다.

지구 온실화 현상 등 기후 문제에 대한 관심은 이어져왔으나, 최근들어 그 심각성이 지구촌을 뒤덮었다. 13일 블룸버그사가 공개하고 있는 탄소시계(Carbon Clock)에 따르면, 현재 이산화탄소의 대기 중 농도는 414.8ppm에 달한다. 450ppm을 넘어서면 탄소순환 사이클이 붕괴돼 대기 중 이산화탄소의 농도가 급격하게 올라간다. 이런 상태에서 기후변화에 대한 노력이 없다면, 2040년께 지구는 자정능력을 잃어버리게 될 것이라는 예측에 힘이 실린다.
 
2050년 탄소중립을 향한 첫걸음 '시작'

유럽연합(EU) 27개 회원국 정상들은 지난 11일(현지시간) EU의 온실가스 배출을 2030년까지 1990년 수준 대비 최소 55% 감축하기로 합의했다.

이는 온실가스를 2030년까지 1990년 대비 40% 감축하기로 했던 EU의 기존 목표를 상향 조정한 수준이다.

EU 집행위는 앞서 2050년까지 EU를 '최초의 기후 중립 대륙'으로 만든다는 목표를 제시한 바 있다. 이에 따라 기후변화, 환경 분야 청사진을 담은 '유럽 그린 딜'을 제안했다.

말 그대로 '탄소 중립'은 온난화를 유발하는 탄소 배출량을 신재생 에너지 발전 등 탄소 감축 및 흡수 활동을 통해 상쇄해 실질적인 순 배출 총량을 '0'으로 만드는 것이다.

우리나라도 탄소 중립을 향해 박차를 가하는 중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13일 "2030년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조속히 상향해 제출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파리협정 체결 5주년을 기념해 기후 목표 상향을 촉구하기 위해 유엔과 영국 등이 화상회의 형식으로 공동주최한 기후목표 정상회의 연설에서 "(기후위기에 대한) 국제사회의 공동대응 노력에 함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한국은 2050년 탄소중립으로 가기 위해 탄소중립과 경제성장, 삶의 질 향상을 달성하는 비전을 마련했다"며 "정부, 의회, 지자체가 논의를 진행했고 탄소중립 선언 비전 선포로 온 국민이 탄소중립 실천을 다짐했다"고 말했다.

한국판 뉴딜에서 그린 뉴딜 분야가 탄소중립과 관련이 깊다. 정부도 신재생에너지 등을 활용해 탄소 배출을 급격하게 줄일 수 있는 사업 확대에 팔을 걷은 상태다.
 
신재생 에너지 기준부터 입법화 돌입

여기에 정치권도 힘을 보태고 있다. 당장 입법화부터 본격화됐다.

더불어민주당 이소영 의원(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경기 의왕·과천)은 지난 11일 화석연료인 석탄과 유류를 이용해 생산된 에너지를 신재생에너지에서 제외하는 '신에너지 및 재생에너지 개발·이용·보급 촉진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하기도 했다.

이 의원은 "현재 우리나라에서 석탄과 유류를 이용해 생산된 에너지가 신재생에너지로 인정받는 경우는 한국서부발전에서 운영하는 태안IGCC 1기"라며 "IGCC(석탄가스화복합발전·Integrated Gasification Combined Cycle)는 석탄을 고온·고압 상태에서 가스로 변환시킨 뒤 이 가스로 터빈을 돌려 전기를 생산하는 원리로 기존 석탄화력발전소보다 효율이 높고 황산화물, 질소산화물 등의 대기오염물질 배출이 적어 신에너지로 분류돼왔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 의원은 "IGCC는 온실가스와 미세먼지를 다량 배출하는 석탄을 연료로 전기를 생산하기 때문에 천연가스복합발전보다 온실가스를 2배 더 배출하지만, 현행 신재생에너지법상 신에너지로 분류돼 신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REC, Renewable Energy Certificate) 발급을 통해 지원을 받아왔다"며 "태안IGCC 1기에 REC 발급으로 지원한 금액만 700억원에 달한다"고 지적했다.

해당 법안이 통과될 경우, IGCC는 ‘국가에너지통계종합정보시스템’과 한국에너지공단에서 발간하는 ‘신·재생에너지 보급통계’의 신재생에너지 발전량 통계에서 제외된다.

에너지업계 한 관계자는 "탄소 배출을 낮추기 위해서는 신재생에너지 확대가 절실한 상황"이라면서도 "아직은 신재생에너지가 에너지 생산 측면에서 효율이 낮다보니, 이를 보완할 수 있는 기술 개발 등의 후속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에너지 조직 신설에 속도내는 문재인 정부, 에너지 차관은 누구?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1월 27일 "산업통상자원부에 에너지 전담 차관을 신설할 것"이라고 밝혔다.

탈원전을 비롯해 에너지 전환 정책을 안정적으로 추진할 뿐더러 2050년 탄소중립 실현을 위해서는 전담 차관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현재 에너지자원실 밑으로 에너지혁신정책관을 비롯해 자원산업정책관, 원전산업정책관,신재생에너지정책단 등 4개국이 운영되고 있다. 에너지 차관이 신설될 경우, 현재 1실·4국 체제에서 실과 국이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신임 에너지 차관에 임명될 인사에도 시선이 쏠린다. 현직 관료의 승진으로 채워질 것이라는 얘기도 나오지만, 산업부 최초로 외부 인사가 차관으로 임명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게 정부 안팎의 분위기다.

에너지 전담 차관을 통해 정부는 신재생에너지 개발과 관련 산업 확대 등 실천 사업 마련에도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산업부 관계자는 "아직은 에너지 전담 차관 신설을 하려면 시간이 필요한 상태"라며 "행정안전부와도 협의를 해야 하는 사안일 뿐더러 정부조직법, 시행령, 시행규칙 등을 바꾸는 과정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안정적 탈원전 정책 추진과 신재생에너지 효율화 '관건'

문 정부의 탈원전 정책 추진과 신재생에너지 효율화 구현이 당장 해결해야 할 과제로 꼽힌다.

이달 초 월성1호기 원전 관련 자료 삭제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한 혐의로 산업부 공무원 2명에 구속 영장이 발부되면서 문 정부의 탈원전 정책이 흔들리는 것은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들린다.

더구나 이런 공무원 구속 결정은 또 다시 공직사회의 '복지부동' 문화를 깨울 것으로 전해진다.

탈원전 정책 자체가 문 정부 초기와 달리, 추진 동력을 잃어갈 수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정부 정책이 흔들림 없이 추진될 수 있을 지 향후 대선 상황을 봐야 하는 것 아니냐는 한 공무원의 귀띔이 정부 전반의 분위기를 알려준다.

여기에 신재생 에너지 산업이 기존 에너지 수요를 감당해줄 수 있을 지도 확답을 내리긴 힘든 상황이다.

석유업계에서는 많은 에너지를 소비할 수 밖에 없는 제조업 비중이 큰 국내 특수한 산업구조 상 탄소 중립 목표를 높일 경우, 산업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기도 한다.

발전비용 측면에서 원전이 신재생에너지보다 낮은 상황인데, 탈원전 정책 추진에 따라 전기요금 상승도 예상된다.

산업·경제 전문가들은 신재생에너지가 기존 원전을 통한 에너지 생산량을 대체할 수 있을 지도 충분히 따져봐야 하고, 이로 인한 재원 지출 및 기업과 국민이 감당해야 할 부분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데 입을 모으기도 한다.

업계에서는 기술 개발 지원이 더 획기적으로 확대되야 한다고 말한다. 신재생에너지를 통한 기존 제조업 산업의 변화 뿐만 아니라 신재생 에너지 발전의 원천 기술 확보 등 기술과 시장의 변화 모두가 변화돼야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는 얘기다.

김용범 기획재정부 2차관도 13일 "분야별 탄소배출 비중이나 코로나19로 더 악화된 양극화 추이를 볼 때 초반에는 건물이나 수송분야에서 너무 의욕적인 탄소저감목표를 설정하는 것에 대해 신중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강력한 탄소저감 노력의 결과로 탄소배출가격이 오르게 된다면, 장기적으로 난방비와 전기료가 오르고 자동차 유류세 부담도 커질 수 있기 때문으로 판단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