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선거 반란, 찻잔 속 폭풍'...이변 없는 '306:232' 대패?
2020-12-13 17:26
등 돌린 美 대법원, 전날 텍사스주 소송에 위스콘신주 소송도 기각
14일 선거인단 투표, 결과 대로?...'배신투표 뒤집기' 가능성도 제로
14일 선거인단 투표, 결과 대로?...'배신투표 뒤집기' 가능성도 제로
현직 대통령의 '대선 불복'이라는 미국 역사상 초유의 사태가 별다른 이변 없이 마무리할 것으로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마지막 희망인 연방대법원 조차 대선 결과 무효 소송을 잇달아 기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12일(현지시간) CNBC와 블룸버그 등 외신에 따르면, 이날 미국 위스콘신주 연방지법은 트럼프 대선 캠프가 위스콘신주 선거관리위원회를 상대로 제기한 우편 사전투표 무효 소송을 기각했다.
이날 브렛 루드비히 판사는 23쪽 분량의 판결문에서 "법정은 원고측에 소명의 기회를 부여했지만, 원고 측은 피고인들이 자신의 권리를 침해했다는 것을 증명하지 못했다"면서 "원고 측의 주장과 달리 위스콘신주의 대통령 선거는 헌법 1조2항이 요구하는 대로 입법부가 정한 준칙에 따라 결정됐다"고 기각 이유를 밝혔다. 미국 헌법 1조2항은 하원의회의 구성과 각 주의 선거인 자격 등을 규정하고 있다.
루드비히 판사는 이어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이 헌법과 상식에도 어긋나는 "미국 역사상 처음으로 국민투표에 기반한 대통령 선거에서 패배한 후보가 연방법을 이용해 주 전체 선거 결과에 도전하는 이례적인 경우"라고 지적했다.
앞서 10일 루드비히 판사는 10일 청문회를 열어 트럼프 측의 변론을 청취했는데, 당시 트럼프의 변호인은 "법의 원칙이 지켜져야 한다"고 요청했다. 이와 관련해 루드비히 판사는 "법의 원칙이 지켜졌다"고 답한 것이다.
브렛 루드비히 판사는 과거 트럼프 대통령이 위스콘신주 동부 연방지방법원 판사로 임명한 인물이다.
트럼프 믿음에도 등돌린 연방대법원
현재 연방대법원에는 마이크 켈리 하원의원과 펜실베이니아주 공화당 의원들이 제기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펜실베이니아주 승리 무효화 소송이 상고된 상태지만, 이 역시 각하할 가능성이 높다.
지난 8일 각 주가 선거인단 명단을 확정한 데 이어 오는 14일 선거인단 투표를 앞두고 연방대법원은 트럼프 대통령 측의 '대선 무효 소송전'을 잇따라 무력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날 연방대법원은 텍사스주를 비롯한 18개 주정부와 트럼프 대통령, 106명의 공화당 소속 하원의원이 제기한 '펜실베이니아·위스콘신·조지아·미시간주의 선거 결과 무효화 소송'을 기각하기도 했다.
해당 소송은 지난 8일 텍사스 주정부가 처음 제기한 후 트럼프 대통령도 변호인이나 캠프 명의가 아닌 '본인 신분'으로 직접 동참하며 "이번 일은 큰 건"이라면서 "대법원은 미국 역사상 최대 선거 부정에서 우리나라를 구할 기회를 가지고 있다"고 연방대법원을 직접 압박하기도 했다.
이를 놓고 정치전문매체 더힐은 "승산이 낮았던 법정 싸움에 엄청난 타격을 준 것"이라고 평가했고, 로이터는 "참담한 차질"이라고 묘사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 측은 지난달 3일 이후 각 주 지방법원과 연방법원 등에 선거 무효 요청과 관련해 60여건의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트럼프 대통령은 선거 불복 과정에서 연방대법원에 큰 기대를 걸고 있었다. 대선 전 임명을 밀어붙인 에이미 코니 배럿 연방대법관을 포함해 자신이 지명한 대법관이 전체 9명의 3분의 1인 3명에 달할 뿐 아니라, 전체 성향 분포도 보수와 진보가 6대 3으로 공화당과 트럼프에 유리하다는 판단에 따라서다.
하지만, 연방대법원이 트럼프 대통령이 의도대로 '선거 결과 뒤집기'에 동참하지 않으면서 오는 14일 각 주에서 진행하는 선거인단 투표는 최종 개표 결과에 따라 진행할 것으로 전망된다.
최종 개표 결과에서 바이든 당선자는 총 25개 주와 워싱턴 DC, 네브래스카주 2선거구에서 승리해 선거인단 306명을 확보한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25개 주와 메인주 2선거구에서 바이든을 이겨 확보한 선거인단 수는 232명에 그쳤다.
대선 불복 소송전을 계속 진행하기로 한 트럼프 대통령 측은 내년 1월6일 의회가 선거인단의 투표 결과를 공표할 때까지 이의를 제기할 수 있지만, 대선일 후 시간이 지날 수록 실제로 선거 결과가 뒤집어 질 가능성은 점차 작아지고 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의 소송전을 총괄하는 검찰 출신의 변호사인 루디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은 "나를 믿으라, 끝나지 않았다"며 소송전을 이어갈 계획을 밝혔지만, 현재 줄리아니는 코로나19 확진을 받고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이와 함께 선거인단 투표결과 인증 이전 하원의회가 선거 결과를 추인하지 않을 경우 선거 결과가 뒤집어질 수도 있지만, 바이든 대통령 당선자가 소속한 민주당이 다수당을 차지하고 있어 이 역시 사실상 불가능하다.
'배신투표 뒤집기' 가능성도 제로
소위 '신의없는 선거인'(faithless elector)이라고 불리는 선거인단의 배신투표 역시 결과를 뒤바꾸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선거인단이라는 간접선거 제도를 채택한 미국의 경우, 주별로 선출된 선거인은 그 주 선거 결과상 승리한 후보에게 투표해야 한다.
이미 지난 2016년 대선에서 역대 최다 수준인 7명의 배신투표가 나온 이후 이후 관련 처벌과 무효화 규정이 강화한 상태에다, 올해 선거에선 바이든 후보를 두고 민주당내 지지세가 분열하지도 않았기에 선거 결과를 바꿀 만큼의 배신투표는 어렵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지난달 3일 선거 결과에 따라 선출된 각 주의 선거인단 538명은 오는 14일(12월의 두 번째 수요일 이후 첫 월요일) 각 주의 선거 결과에 따라 대통령과 부통령 후보에게 투표한다.
선거인단은 메인과 네브래스카주를 제외한 나머지 48개 주와 워싱턴DC에서 승자독식 방식으로 배정된다. 이는 주별로 득표율에 따라 선거인단을 나누는 것이 아니라 한 표라도 많이 득표한 승리 후보에게 주에 할당한 선거인단을 모두 몰아주는 방식이다.
선거인단 투표는 각 주별로 주정부 국무장관이나 선거 담당 공무원의 주재 아래 1시간 내외 동안 진행한다. 주별 투표 결과는 이날 각 언론이 취합한 후 당일 보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