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최대치로 몰린 ‘달러예금’…환율 하락에 사재기 급증

2020-12-08 19:00
은행 빅5, 530억 달러 역대 최대 규모
내년 상반기까지 弱달러 '사재기' 계속

[그래픽=아주경제 미술팀]

달러예금에 뭉칫돈이 몰리고 있다. 원·달러 환율이 급락(원화가치 급등)하자 상대적으로 가치가 떨어진 달러를 모으려는 수요가 커진 결과로 해석된다. 내년 상반기까진 환율의 내림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고돼 달러예금 증가세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8일 업계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우리·하나·NH농협은행)의 달러예금 잔액은 4일 현재 530억5467만 달러로 집계됐다. 달러예금 통계가 처음 작성된 2012년 이후 최대 규모다. 올 하반기 달러 약세 현상이 본격화한 이후, 매달 최대치를 새롭게 써내려 가는 양상이다.

달러를 사려는 수요가 몰린 건 그만큼 싸다는 판단이 우세하기 때문이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이날 1085.4원(종가 기준)까지 떨어졌다. 지난 10월 6일 1158.2원에서 불과 두달 새 무려 72.8원이나 빠진 셈이다.

특히 개인 고객의 매수 움직임이 매섭다. 주로 환차익을 노리고 달러를 사들이는 경우가 많다. 추후 강달러로 상황이 반전될 때에 대비해 미리 달러를 싸게 확보해 두겠다는 의도다.

달러예금은 원화를 달러로 환전해 적립했다가 출금하거나 만기가 됐을 때 원화로 돌려받는다. 달러 가치가 오르면 손쉽게 환차익을 얻을 수 있는 데다 따로 세금도 붙지 않기 때문에 직장인들이 투자 수단으로 선호한다.

이외에 유학생 자녀, 주재원 가족 등을 둔 실수요자가 달러를 미리 사두는 경우도 있다. 기업들의 경우, 수입대금 결제를 위해 달러예금을 미리 쌓아두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은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적어도 내년 상반기까진 약달러가 지속될 것으로 예고되기 때문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올 연말 환율이 1050원 수준까지 떨어질 수도 있다는 판단을 내놓는다. 특히 만약 미국 내 추가 부양책이 연내 타결될 경우, 현재보다도 낮은 초 약달러 시대에 진입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분위기를 탄 시중은행들도 신규 가입자 확보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NH농협은행은 내년 1월 31일까지 환전 또는 외화예금 가입고객에게 모바일상품권을 제공하는 이벤트를 진행한다. 우리은행도 이달 28일까지 비대면 첫 가입자의 환차익 효과를 극대화시켜 주는 이벤트를 진행한다.

전문가들도 대체로 달러 가격이 싼 지금이 ‘투자에 나설 적기’라고 조언한다. 금융권 관계자는 “기축통화로서의 달러는 여전히 막강한 상태”라며 “달러가 쌀 때 다양한 달러화 자산에 투자하는 건 효율적인 전략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그는 이어 “다만, 환율 변동에 따른 손실은 보전되지 않는 만큼, 분산 투자 차원에서 활용하는 편이 좋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