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과주의’·‘세대교체’로 이재용의 ‘뉴삼성’ 본격화

2020-12-04 14:23

삼성전자는 예상대로 성과주의를 바탕에 둔 대규모 임원인사를 단행했다. 코로나19 상황 속에서도 경영 성과를 보인 젊고 유능한 인재를 대거 발탁해 미래를 위한 포석을 다진 것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새로운 임원들과 함께 ‘뉴삼성’ 행보를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4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이번 인사에서 부사장 31명, 전무 55명, 상무 111명, 펠로우 1명, 마스터 16명 등 총 214명이 승진했다. 2017년(221명) 이후 3년 만에 승진자가 200명을 넘었다.

2021년 인사에서 승진자가 대폭 확대된 것은 올해 코로나19라는 환경 속에서도 지난해보다 실적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올해 3분기 매출 67조원, 영업이익 12조3500억원을 기록했다. 역대 최대 매출을 달성한 것이다.

앞서 삼성전자는 지난 2일 사장단 인사에서 대표이사 3인을 유임하면서도, 3명의 사장 승진 인사를 단행하면서 실적 위주의 인사를 예고한 바 있다.

이에 삼성전자는 이번 임원인사에서 핵심인재 31명을 부사장으로 승진시켰다. 이들은 사장단을 보필하면서 미래 최고경영자(CEO)로서의 준비를 해나갈 것으로 보인다.

먼저 반도체 부문에서 이석준 시스템LSI사업부 LSI개발실장이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그는 다양한 제품 개발을 경험한 회로 설계 전문가로 DDI, 파워, 보안 등 LSI 제품 경쟁력을 강화하며 신규 사업 확장에 도움을 줬다.

황기현 반도체연구소 파운드리 공정개발팀장 부사장은 디퓨전 공정개발에 대한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보유한 전문가로, 디램(DRAM), 낸드(NAND), 로직 등 차세대 제품의 독보적 공정개발 역량을 가지고 있다.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패널 가격 예측 시스템을 도입한 고승환 영상디스플레이(VD) 사업부 구매팀장은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이강협 생활가전(CE) 사업부 전략마케팅팀장은 비스포크 등 고객 맞춤형 혁신 제품 라인업을 강화해 매출 증가에 기여한 점을 인정받아 부사장에 올랐다.

김학상 무선사업부 NC개발팀장도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그는 무선 상품화 하드웨어 개발 전문가로 갤럭시탭‧갤럭시북 시리즈 개발을 주도해 태블릿 PC 비즈니스 성장과 견고한 수익 창출에 기여했다.

북미 스마트폰 매출과 시장점유율을 확대한 최방섭 SEA법인(미국) 모바일 비즈니스장도 부사장 자리에 올랐다.

최승범 삼성리서치 기술전략팀장 부사장은 인공지능(AI), 로봇, 차세대 통신의 기술 전략과 로드맵을 수립하는 등 미래 사업경쟁력 강화를 위한 기반을 마련했다는 평가다.

윤태양 글로벌인프라총괄 평택사업장 부사장은 개발부터 양산에 걸쳐 공정‧설비 노하우가 뛰어난 제조기술 전문가로, 신규라인 셋업 및 설비 최적화 문제 개선을 통해 생산성 향상에 기여했다.

한인택 종합기술원 재료(Material)연구센터장 부사장 역시 나노재료 및 소자개발 전문성을 토대로 디스플레이 퀀텀닷 소재, 차세대 메모리용 High-K 물질 등 핵심 소재개발 및 성과창출을 주도했다.

 

[사진=삼성전자]


이와 함께 연령·연차에 상관없이 성과가 우수하고 성장 잠재력을 보유한 인재들을 과감히 발탁하는 발탁인사도 25명이나 있었다. 2020년도 인사에서 빌탁인사는 24명이었다.

이기수 생활가전사업부 개발팀장, 이준희 네트워크사업부 선행개발그룹장은 부사장으로 승진했고, 정호진 한국총괄 CE영업팀장, 이진엽 메모리사업부 Flash설계팀장이 전무로 올랐다.

이기수 부사장은 비스포크 냉장고, 그랑데 AI 세탁기 등 시장에서 인기 있는 소비자 가전을 개발한 주역으로, 전무가 된 지 2년 만에 초고속으로 부사장이 됐다.

이준희 부사장도 5세대 이동통신(5G) 기술 상용화를 주도하며 올해 미국 통신업체 버라이즌의 5G 장비 공급 계약을 따내는 데 큰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또 박성제 VD사업부 TV개발랩, 김민우 무선사업부 영업혁신그룹, 이윤수 삼성리서치 AI 서비스랩장, 노강호 메모리사업부 소프트웨어개발팀, 최현호 종합기술원 유기소재랩은 상무로 승진했다.

임원 연령도 낮아졌다. 이번에 상무가 된 삼성리서치 데이터분석연구실 이윤경 상무는 1979년생으로 최연소 신임 임원 기록을 세웠다. 최현호 종합기술원 유기소재랩 상무 역시 1979년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