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을 잇자②-국악편] K팝에 깃든 국악…전통가락과 만나 '세계로'
2020-12-04 08:00
"오직 한없이 갖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다. 문화의 힘은 우리 자신을 행복하게 하고, 나아가 남에게 행복을 주기 때문이다."
그럴 듯한 자원 하나 없이 수많은 약탈과 전쟁을 겪으며 한없이 위축됐던 대한민국이, 백범 김구 선생이 그토록 꿈꿨던 '문화강국'을 실현했다.
올해 초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 아카데미 4관왕 석권과 방탄소년단(BTS)의 빌보드 핫 100 차트 3주 연속 1위 소식은 코로나19로 힘든 나날을 보내는 국민에게 자긍심을 안겼다. 독보적인 진단검사 방법 '드라이브 스루'와 한국형 진단키트 등을 통한 'K방역 문화'는 국격을 드높이는 계기가 됐다.
제대로 갈고 닦아 지구촌에 퍼뜨린 K문화의 향기는 오래 지속할 것이다. 은은한 한국문화의 내음이 한층 짙어질 미래를 생각하며 시리즈를 이어가기로 한다. <편집자 주>
◆BTS 슈가 '대취타', 전 세계에 울려퍼지게 한 국악
방탄소년단 슈가가 ‘어거스트 디(Agust D)’란 이름으로 지난 5월 발표한 신곡 ‘대취타’는 세계적인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발표 즉시 슈가는 빌보드 차트 톱 커런트 앨범 세일즈 76위, 월드 디지털 송 세일즈 5위와 영국 오피셜 차트에도 올라 세계 팝 음악 시장 양대 차트에 진입한 한국 최초의 솔로 가수가 됐다.
‘대취타’ 뮤직비디오는 궁궐과 저잣거리를 오가며 다른 두 인물을 표현한 슈가의 열연으로 전 세계 팬들의 눈길을 끌었다. 영화를 보는 듯한 스케일과 화려한 검무 등 웅장하고 심오한 연출이 특징이다. 한국 전통 군악인 대취타(大吹打)를 샘플링해 만든 ‘대취타’는 트랩 비트(Trap Beat)와 한국 전통 악기인 태평소, 꽹과리가 어우러져 이색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전 세계 아미들의 반응도 폭발적이다. 뮤직비디오는 단숨에 유튜브 조회 수 8000만뷰에 육박했고, 아미의 리액션 동영상도 70만뷰를 넘어섰다. 아미들은 고유의 한국미에 “오 마이 갓”을 연발하고, “울려라 대취타” 후렴구를 따라 흥얼거렸다.
또한 BTS는 지난 9월 방송된 미국 NBC '더 투나잇 쇼 스타링 지미 팰런'(이하 팰런쇼)을 통해 경복궁 근정전 앞에서 한 아이돌 무대를 공개했다. 일곱 멤버는 저고리 깃과 고름, 노리개 등 한복을 차용한 의상을 입고 음악에 맞춰 힘찬 퍼포먼스를 선보여 눈길을 끌었다.
◆ 아이돌과 국악의 만남 'K팝의 세계화에 한몫'
방탄소년단뿐만 아니라 아이돌의 국악 사랑도 꾸준하다. 보이그룹 'A.C.E(에이스)'는 지난 8월 신보 ‘호접지몽(胡蝶之夢)’에서 음악, 가사, 의상 등 총체적인 동양미를 선보여 호평을 받았다.
거꾸로 국악인의 대중문화계 진출도 눈에 띈다. 지난 4월부터 7월까지 방영됐던 JTBC ‘팬텀싱어3’에서 가장 주목받았던 출연자는 단연 소리꾼 '고영열'이다. 피아노 병창 ‘사랑가’부터 쿠바, 그리스 가요를 넘나들며 소리꾼 특유의 천변만화하는 다채로운 창법을 매회 선보여 극찬을 받았다.
이처럼 아이돌 그룹이 한복과 국악 등 한국적인 콘텐츠를 차용하는 것은 K팝의 세계화와 맞물려 다양한 시너지를 내고 있다. 해외 음악이나 문화를 쫓기보다는 역으로 동양적인 요소를 내세우는 것이 그들에게 그 자체로 색다르고 매력적으로 보일 수 있다. 앞으로도 이러한 시도는 더 많이 이루어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