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 곳 잃은 사모펀드] "겨우 꽃 피웠는데··· 사모펀드 시장, 성장세 꺾으면 안돼"
2020-12-07 05:00
자본시장의 총아였던 전문투자형 사모펀드, 이른바 한국형 헤지펀드가 한순간에 미운 오리새끼로 전락했다. 연이은 환매 중단 사태를 두고 금융당국의 규제 완화가 사태의 불씨를 키웠다는 지적도 나온다. 본지는 1년 넘게 금융투자업계를 뒤흔들고 있는 사모펀드 환매중단 사태의 해법을 찾기 위해 최운열 자본시장연구원 초빙연구위원(전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과 윤창현 국민의힘 국회의원, 노희진 SK증권 감사위원장 등 자본시장 문제를 오랜 기간 다뤄온 학계, 정치권, 시장전문가들을 만났다.
3인의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가 이제 막 개화한 사모펀드 시장의 성장세를 꺾는 결과로 이어져선 안 된다고 입을 모았다. 윤창현 의원은 "투자의 선순환 환경을 만들기 위한 조치로 사기적 행각이 벌어졌다고 주장한다면 규제 완화는 영원히 불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노희진 위원장도 당시 조치를 모험자본 육성을 통한 생산적 금융을 위한 정책이었다고 평가했다.
실제 사모펀드 활성화 정책은 산업정책의 측면에서 큰 효과를 거뒀다. 2015년 19개사에 불과했던 사모 전문운용사는 지난해 217개사로 불어났다. 3조원에 머물던 시장도 34조원까지 성장했다. 최운열 위원은 "사모펀드 정책은 시중 유동성을 생산적 금융으로 유도하는 조치였다"며 "문제가 터졌다고 냉·온탕을 오가듯 정책을 뒤집는 것은 우리 금융산업의 고질적 문제"라고 지적했다.
사태의 원인에 대해선 투자자 보호를 위한 고민이 부족했다는 점을 공통적으로 꼽았다. 윤 의원은 "사과 열매가 더 많이 맺히도록 잘 키우되 '썩은 사과'를 골라내는 메커니즘도 강화했어야 한다"고 꼬집었다. 최 위원도 "자율성을 높이면 부작용이 따른다는 것은 역사적 교훈"이라며 "10년간 표류했던 금융소비자보호법이 당시 국회를 통과했다면 이번 사태를 막을 수 있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사모펀드 사태 이후 수차례 제도 개선안이 발표됐지만 개선은커녕 시장의 위축이 우려된다는 평가가 제기되고 있다. 운용사는 물론 판매사·수탁사의 책임을 대폭 높이며 기존 판매채널이 위축되고 있다. 현직 CEO의 중징계가 현실화되며 사모펀드를 취급하지 않겠다는 판매사도 늘고 있다. 전문가들도 현재 나온 제도 개선안은 금융당국의 책임을 업계에 미루는 소극적 조치라고 비판했다.
윤 의원은 "운용사나 판매사 대표가 징계를 받고, 투자자는 전 재산을 날리는 상황에서 감독당국이 금융기관에 책임소재를 넘기고 있다"며 "제도적으로 감독 미비를 책임지는 방향의 정책 보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노 위원장은 "감시·감독을 업계에 맡기기보다 당국이 나서 사모펀드 시장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해야 한다"며 "소비자와 회사에 감독 서비스를 제공하는 형태로 감독체계가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 위원은 "금융위원장이 산업과 감독 정책을 모두 총괄하는 구조에서는 감독 기능이 산업 정책에 종속될 수밖에 없다"며 "차기 정부에서는 조직개편을 통해 감독 기능을 독립적으로 분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CEO 징계에 대해서도 "내부통제를 이유로 CEO가 징계를 받는다면, 감독 당국도 같은 이유로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