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법조사처 "산은이 한진칼 백기사냐…공적자금 회수도 불투명"

2020-12-02 16:24
한진그룹 경영권 분쟁 속 '제3자 배정 유상증자'
독점항공사 탄생에 따른 소비자 보호 문제 고려해야

서울 여의도 소재 KDB산업은행 본점 전경. [사진=산은 제공/자료사진]

[데일리동방] 국회입법조사처가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추진 과정에서 KDB산업은행의 지원 방안을 놓고 사실상 부적절하다고 지적해 파장이 예상된다. 산은이 제3자배정 유상증자에 5000억원을 한진칼에 납입하는 방안을 두고는 경영권 분쟁이 벌어지는 한진그룹의 백기사로 산은이 나서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했다.

입법조사처는 2일 '대형항공사(FSC) M&A 관련 이슈와 쟁점 ①국가자금 투입과정 및 방식 검토' 보고서에서 항공산업 안정을 위한 대한항공-아시아나의 통합 목표에 대해서는 시의적절하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산은이 이번 M&A 조력자로서 주주지위를 획득하고 재벌기업의 경영권을 공고화하는 편법적 지원 시비가 지속되고 있어 우려스럽다는 뜻을 나타냈다.

입법조사처는 자금의 대출, 상환우선주 취득, 의결권 있는 주식(보통주) 투자의 순서가 효율적으로 보여도 결과적으로 산은의 공적자금 회수가 불투명하다고 진단했다.

보고서는 "산업은행은 공적자금 회수에 용이한 상환우선주 투자에 앞서 부실기업 인수합병으로 그 가치를 보장할 수 없는 의결권 보통주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며 "공적자금 회수가 상대적으로 불투명하다"고 밝혔다.

입법조사처는 산은이 경영권 분쟁 중인 한진그룹 오너가의 어느 한쪽에 백기사로 참여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했다. 입법조사처는 "신주 발행의 주된 목적을 판단하는 데 참고할 수 있는 투자약정의 내용도 일부만 공시되고 있어 시장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며 "부작용을 방지하려면 일반 주주와 중립적 전문가의 조언을 듣는 합리적인 절차를 거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아시아나항공의 가격도 문제 삼았다.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의 감자, 추가 부실 실사 등을 거쳐 투자 구조를 확정하는 과정 없이 매매가격이 정해진 것에 의문을 표시한 것이다.

아시아나항공의 자구 노력도 부족하다는 비판을 이어갔다. 외국의 경우 부실기업의 회생은 해당 기업의 자구노력 등 시장주도의 정상화를 우선 시도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이번 M&A의 경우 최대 주주나 그룹 차원에서 충분한 자구노력 없이 공적 자금이 투입됐기 때문이다.

또 한진칼 지분을 11% 가량 보유한 산은이 대한항공 경영에 참여하면서 15% 지분을 가진 외국 법인 델타(Delta)의 지배력이 행사될 수 있는 데다 독점항공사 탄생에 따른 소비자 보호 문제 등도 고려해야 할 요소로 거론했다.

입법조사처는 "최종승인까지 투명성을 높이고 국회 차원의 감시가 필요하다"며 "관련 절차는 최소 1년 이상 소요될 것으로 예측되는데 관계 기관 간 충분한 사전협의, 준비가 요구되며 재무적 요소뿐만 아니라 항공 주권 등 국익을 우선해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