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단층을 해소하기 위한 정부의 중금리대출 확대 정책이 위기를 맞고 있다. 저축은행이 취급하고 있는 정책금융상품인 '사잇돌2' 상품이 개편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일부에서는 금융당국이 무리하게 사잇돌2 등 중금리대출을 확대한 데 따른 역효과라고 지적하고 있다. 세밀한 신용평가 모델 없이 금융사에 중금리대출을 확대하면서, 오히려 정부의 포용금융정책이 역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SGI서울보증은 내년 1월11일 기존 사잇돌2를 대신할 새로운 상품으로 대체할 예정이다. 서울보증은 올해 안에 저축은행과 협약을 체결하고 전산테스트를 진행해 신규 상품 운영에 대한 준비를 마칠 계획이다.

신규 상품은 대출 한도를 최대 2000만원에서 3000만원으로 상향하고, 보험료 할인율제도를 도입해 서울보증의 부담을 낮추는 것이 핵심이다.

2016년 출시한 사잇돌2는 서울보증의 보증공급을 기반으로 중위소득의 중신용자를 대상으로 한 서민정책금융이다. 평균 금리는 15% 내외로, 저축은행이 취급하는 대표적인 중금리 상품이다.

서울보증이 사잇돌2 변경을 검토한 데는 코로나19 등으로 내년 상반기부터 연체율 상승 등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사잇돌 대출이 부실해지면 서울보증은 은행에 원금을 100% 대납하고 채무자에게 구상권을 행사하게 된다. 따라서 사잇돌 대출이 연체율 상승으로 부실채권이 되면 은행 손실이 아닌 서울보증의 부담으로 남는다.

현재 저축은행이 취급한 사잇돌2 취급액은 2조원6000억원가량이다. 이 중 연체율은 3~5% 수준으로, 산술적으로 800억~1300억원의 손실이 발생한다. 사잇돌2의 평균보증요율이 5.2%인 점을 감안하면 현재는 저축은행이 부담하는 보험료로 충당이 가능하지만, 향후 연체율이 증가할 경우 손실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서울보증이 사잇돌2 개편에 나서면서 정부의 중금리대출 정책 전반에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금융당국의 주문에 금융사들이 각각 중금리대출 상품을 내놓고 있지만, 이마저도 신용평가 모델의 부재로 활성화가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 시중은행들이 사잇돌 취급을 꺼리면서 사실상 정책금융 형태의 중금리대출 상품인 '사잇돌2'가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중금리대출 정책을 놓고 금융당국과 금융사와의 불협화음은 인터넷전문은행 업권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인터넷전문은행의 출범 취지 중 하나가 중금리대출 확대였지만, 취지가 무색하게 고신용자 위주의 대출만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윤창현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는 최근 중금리대출 취급액이 급감했다. 카카오뱅크의 자체 중금리대출 비중은 1% 수준에 불과했다. 카카오뱅크는 자사 중금리대출을 지난해 8월부터 판매하기 시작했다. 올해 9월까지 14개월간 취급한 액수는 1737억원에 불과했다. 이는 같은 기간 취급한 신용대출 금액(12조9519억원)의 1.3%에 불과하다.

케이뱅크의 올해 9월 말까지의 중금리대출 취급액은 1557억원으로 전체 대출 비중의 10%에 불과하다. 케이뱅크의 전체 대출 중 중금리대출 비중은 출범 첫해인 2017년 19.8%에서 2018년 19.7%, 2019년 23.4%였다.

금융권 관계자는 "중신용자의 금리 단층 해소를 위해 금융당국이 중금리대출 확대를 추진한 것은 필요하다"면서도 "고신용자보다 리스크 부담이 있는 중신용자를 대상으로 한 대출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보다 세밀하게 신용평가 모델을 구축해야 하지만, 금융당국의 안일한 실적 올리기에 결국 중신용자의 대출 문턱이 더 높아지는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서울보증 관계자는 "기존 사잇돌2 상품을 개편하는 것은 맞다"면서도 "곧바로 대출한도를 높이고 보험료할인율제도를 도입해 서울보증의 부담을 낮춘 신상품을 운영할수 있도록 부수적인 절차인 협약체결과 전산테스트를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사잇돌을 이용하는 고객들에게는 차질 없이 상품이 운영되도록 준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