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일 속 이란 핵 과학자…암살된 파크리자데는 누구?

2020-11-29 17:15
나이도 안 알려져 있어…이란 핵무기 개발 핵심 인물로 의심 받아와

이란의 대표적 핵 과학자로 불리는 모센 파크리자데가 지난 27일(이하 현지시간) 테러 공격으로 사망했다. 이란 국방부 연구·혁신 기구 수장이기도 한 파크리자데의 죽음에 이란은 크게 분노했다.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은 암살의 배후로 이스라엘을 지목하며 보복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파크리자데는 경호원이 있는 상태에서도 공격을 받아 사망에 이르렀기 때문에 이란의 충격은 더 클 수 있다고 외신은 지적했다.
 

28일(현지시간) 이란 시위대가 테러로 암살된 모센 파크리자데의 초상화를 들고 있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


◆핵무기 개발 '아마드 프로그램'의 리더로 알려져

이란을 대표하는 핵 과학자로 알려져있지만, 파크리자데는 한마디로 '베일에 싸인 인물'이었다. 나이조차 제대로 알려져지 않은 채 대부분 음지에서 일해왔기 때문이다. 파크리자데의 이름이 거론되는 곳은 주로 서방이나 이스라엘의 보고서였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파크리자데가 핵무기에 적합한 탄두미사일 탄두 개발과 우라늄 가공 등에 관여해왔다는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지난 2011년 IAEA는 파크리자데를 이란의 핵 무기 개발 프로그램인 아마드(AMAD)의 수장으로 지목하기도 했다. IAEA는 2015년 보고서에서는 이란의 핵무기 개발 관련 작업들이 마침내 중단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그러나 당시 보고서에서도 파크리자데의 이름은 언급됐었다고 로이터는 지적했다.

미국을 비롯한 IAEA 관련국들은 이란이 핵무기 개발 프로그램을 오랫동안 진행해왔다는 의혹을 제기해왔지만, 이란은 이에 대해 부정했다. 지난 2002년 반정부 단체가 폭로한 핵 무기 개발 의혹은 2003년 6월 IAEA가 이란의 핵 활동 보고 의무 불이행을 지적하면서 더욱 심화했다. 결국 미국 주도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2006년 12월 이란 제재 결의안을 채택했다. 이후 2010년 6월까지 총 네 차례의 결의안을 채택하면서 이란 제재를 강화했다.

그러나 2013년 8월 온건 중도파로 분류되는 하산 로하니 정권 출범 이후 핵협상이 시작됐고, 결국 2015년 미국을 비롯해 영국, 프랑스, 독일, 중국, 러시아 등 6개국과 이란이 도출한 이란 핵협상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로 큰 전기를 맞는다. 이란의 핵 개발 프로그램을 제한하는 대신 이란에 가해졌던 각종 제재 조치를 해제하는 내용이 골자였기 때문이다. 이스라엘은 당시 JCPOA에 극렬히 반대했다.

수년간 IAEA 보고서는 이란이 핵협상의 핵활동 제한을 잘 지켜왔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이란이 이후 핵무기 개발 프로그램을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의구심은 사라지지 않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에 입성한 이후 미국은 JCPOA에서 탈퇴했다. 이란도 우라늄 농축 제한을 위반하며 긴장은 고조됐다.  

특히 이스라엘은 이란이 핵 활동에 대해 국제사회에 거짓말을 해왔다고 주장했다. 벤야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2018년 이란의 핵 활동이 알려진 것보다 훨씬 더 많았다는 것을 보여주는 방대한 양의 문서를 입수했다고 주장했다. 이스라엘은 당시 자료를 IAEA와 우방국들과 공유하면서 이란을 공격했다. 해당 자료에는 2000년대 초반 파크리자데의 지휘 아래 행해졌던 AMAD 계획에 많은 정보들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네타냐후 총리는 "아마드 프로젝트를 주도한 이란 핵과학자 파크리자데는 2018년에도 (아마드의 후신인) SPND라는 핵무기를 개발하는 비밀 조직의 책임자"라면서 "파크리자데라는 이름을 기억하라"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다만 IAEA는 AMAD 계획과 관련이 있는 일부 지역에 대한 조사를 계속 이어나갔지만, 추가적으로 드러난 부분은 없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중동 긴장 고조 ··· JCPOA 부활 먹구름 

파크리자데의 죽음은 취임을 앞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에게 닥친 첫 외교 난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란과 이스라엘 간의 갈등이 고조될 경우 물리적 충돌이 일어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상황이 지금보다 악화할 경우 바이든 당선인의 취임 직후 이란과의 재협상은 더욱 복잡해질 수 있다고 CNBC는 보도했다.

미국 백악관을 비롯해 국무부와 국방부 등 주요 기관은 아직 공식적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으며, 바이든 당선인의 인수위 역시 아직은 언급을 피하고 있다. 최근 바이든 인수위는 JCPOA 협상의 주역들을 대거 외교·안보 핵심 자리에 앉혔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바이든 정부가 이란과 다시 협상에 나서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