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심 무죄 받았지만 검찰 항소에 걱정했던 유가족...2심도 '무죄'

2020-11-28 06:00
과거 중정 프락치 이용됐다 간첩 몰려 실형 산 고 송우웅씨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 전경 [아주경제DB]

 

1970년대 간첩으로 몰렸다가 재심 끝에 무죄를 선고받았지만, 검찰이 항소했던 고(故) 송우웅씨 사건에서 항소심 재판부가 1심에 이어 무죄를 선고했다.

서울고등법원 형사7부(성수제 부장판사)는 27일 오후 2시 국가보안법, 반공법, 밀항단속법 위반 등 혐의로 재심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송씨에 대한 항소심 선고 공판을 열어 무죄를 선고했다.

송씨는 1971년 11월 중앙정보부 안가에 보름 동안 끌려간다. 송씨는 이듬해 1월 중정에 의해 월간 ‘스포츠 한국’ 취재기자로 위장 입사해 정보원 역할을 한다.

중정은 당시 스포츠 한국 사장 정모씨를 간첩으로 몰아가려 했다. 1년 정도 송씨를 프락치로 이용했던 중정은 정씨와 송씨를 간첩 공범으로 조작해 다시 중정으로 체포해 간다.

중정은 정씨와 송씨가 일본으로 가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조총련)과 접촉했다는 혐의를 적용해 재판에 넘겼다. 당시 송씨에게 적용된 혐의는 국가보안법, 밀항단속법 등이었다.

당시 법원은 송씨에게 징역 7년에 자격정지 7년을 선고했다. 송씨는 상소했지만 모두 기각돼 형은 확정됐다. 이후 2018년 10월 송씨 아들 송모씨는 부친 억울함을 풀기 위해 재심을 청구했다. 법원은 2019년 9월 재심 결정을 내렸다.

1심을 맡은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21부(김미리 부장판사)는 지난 2월 19일 송씨에 대한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 공소사실에 대해 합리적인 의심을 배제할 정도로 입증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선고 이유를 밝혔다.

이에 검찰은 나머지를 무죄로 보더라도 밀항단속법은 유죄로 판단해달라며 항소를 제기했다.

항소심에서 쟁점은 검사가 제출한 송씨 자필 서류에 대한 증거능력이었다. 해당 서류는 송씨가 생전에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에 제출한 문서다. 송씨가 직접 작성한 서류에는 일본으로 간 내용이 담겨있었다.

또 공범으로 몰렸던 정씨가 70년대 재판에서 했던 진술에 대한 신빙성이었다. 정씨 진술 역시 일본으로 간 과정이 주 내용이었다.

재판부는 "해당 서류를 송씨가 작성했다고 해도, 이는 진술서가 아닌 진술기재서류라고 봐야 한다"며 "원작성자가 다르기에 형사소송법상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씨 진술에 대해선 "송씨와 함께 당시 정씨가 처한 상태는 불법 구금과 가혹행위 상태로서 해당 진술은 수사·재판 과정 모두 임의성이 있는 자백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재판부는 송씨에 대해 1심에 이어 무죄 판결을 내렸다.

재판이 끝난 후 재심청구인인 송씨 아들은 법정을 나서자마자 눈물을 흘렸다. 송씨 변호인은 재판이 끝나고 취재진에게 "아드님은 1심이 끝난 후에도 눈물을 보이지 않았다"고 말하기도 했다.

송씨 아들은 "가장 중요한 것은 무죄를 받았다는 것이다"며 "끝까지 무죄가 완성되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다행이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돌아가신 아버지도 마음이 편하실 것 같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