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맘스터치 빼박이네"…KFC '커넬골드문버거' 미투 논란

2020-11-25 15:50
반숙 계란·닭다리살 패티·햄 등 핵심 재료 '유사'
잠잠하던 식품·외식업계 '베끼기 논란' 재점화

KFC의 신제품 '커넬골드문버거'(왼쪽)와 맘스터치 '인크레더블버거'. [사진=KFC, 맘스터치]
 

"닭다리살 패티, 슬라이스 햄, 반숙 계란, 머스터드 베이스 소스까지 빼박(빼도 박도 못하는)이네."

패스트푸드 프랜차이즈 KFC의 신제품 '커넬골드문버거'가 '미투'(Me too·모방) 논란에 휩싸였다.

핵심 재료는 물론 맛까지 경쟁사 제품과 흡사하다는 지적 때문이다.

한동안 잠잠하던 식품·외식 업계에 미투 상품 논란이 재점화하는 모양새다.

2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KFC는 지난 24일 커넬골드문버거를 새롭게 출시했다. 반숙 계란과 통다리살 패티를 강점으로 내세웠다.

여기에 슬라이스 햄과 치즈, 양파, 양상추, 스윗랠리쉬소스 등을 더해 식감과 외형에 힘을 줬다.

KFC는 커넬골드문버거 출시에 앞서 자사 공식 유튜브 채널 '방구석 시식회'에서 퀴즈 이벤트로 선공개하며 기대감을 키웠다.

이처럼 신제품을 야심 차게 내놨지만 업계 안팎에선 제품 표절 논란이 일었다.

2018년 출시된 맘스터치의 '인크레더블버거'와 유사하다는 지적이다.

실제 KFC가 강조한 반숙 계란과 통다리살 패티를 비롯해 슬라이스 햄, 양파, 피클 등 재료 구성이 같았다. 소스도 머스터드 베이스로 비슷하다는 평가다.

세트를 주문하면 나오는 케이준 후라이 감자마저 맘스터치 세트 구성과 동일하다.

커넬골드문버거와 관련해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인크레더블버거와 맛 차이를 모르겠다", "두 제품 구성이 비슷하고 버거 조립 순서 외엔 다른 게 없다",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가 맘스터치보다 못하다" 등 평가가 주를 이뤘다.

커넬골드문버거는 단품 6500원, 세트 8500원으로 인크레더블버거(단품 4900원, 세트 6900원)보다 비쌌다.

KFC 관계자는 미투 논란과 관련해 "과거 출시했던 자사 제품 중 반숙 계란과 슬라이스 햄이 들어간 적이 있었다"며 "맘스터치 상품과 비슷하다고 할 수 있겠지만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재료를 조합하다 보니 커넬골드문버거를 만들 게 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식품업계에서 미투 상품은 꾸준히 나왔다.

1974년 동양제과(오리온)가 내놓은 초코파이가 소비자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자 롯데제과, 해태제과 등 경쟁사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초코파이를 선보였다.

최근 온라인상에선 롯데푸드의 '메로메로'가 빙그레의 '메로나'를 표절했다는 논란이 재차 불거지기도 했다.

그동안 식품업계에서 미투 제품은 특정 기업의 개발 성과에 무임승차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특히 기업의 제품 개발 의욕을 저하시키고 업계 전반의 제품 질을 떨어뜨릴 수 있는 단초를 제공할 수 있다.

결국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에게 돌아간다는 게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미투 제품이 쏟아질 경우 시장을 확대하는 효과도 있지만 무분별한 제품의 등장으로 품질 하락을 부추길 수 있다"며 "과도한 베끼기 마케팅은 결과적으로 유행의 수명을 짧게 만드는 현상을 초래한다"고 지적했다.

다른 관계자는 "어렵게 신제품을 만드는 것보다 비슷하게 만들어 이익만 보면 된다는 풍토가 만연하게 된다면 누가 제품 개발에 신경 쓰겠느냐"며 "결국 미투 제품이 많아지면 기업들은 연구개발(R&D)에 소극적으로 나설 것"이라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