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에 특급호텔마저 백기…호텔 허물고 주거시설 짓는다
2020-11-23 17:11
쉐라톤서울 팔래스 강남, 이태원 크라운 호텔 등 특급 호텔 줄줄이 매물로
서울 시내 호텔이 고급빌라·오피스텔·임대주택 등 주거시설로 변신하는 사례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10년 전 비즈니스 호텔 신축 열풍이 불었던 것과 대조적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한 관광객 감소, 에어비앤비 등 호텔을 대체할 공유숙박 플랫폼 등장 등으로 호텔 수익이 악화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23일 부동산·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서울 강남·용산, 부산 해운대 등 주요지역에 위치한 호텔을 매각해 주거시설로 변경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특급호텔의 경우 입지가 워낙 좋아 주거시설로 개발할 경우 고급화가 가능하다. 입지가 애매한 관광·비즈니스 호텔도 리모델링을 통해 청년주택·임대주택 등으로 전환해 수익성 개선을 꾀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서울 강남에 위치한 5성급 호텔 쉐라톤서울팔래스 강남의 소유주인 서주산업개발은 지난 9월 호텔 매각절차를 밟고, 최근 우선협상대상자로 부동산개발업체 더랜드가 구성한 컨소시엄을 선정했다. 더랜드컨소시엄이 제시한 인수가격은 약 4000억원이다. 컨소시엄 측은 호텔을 매입해 최고급 주상복합건물을 올릴 계획이다. 이 호텔은 지하철 3·7·9호선이 지나는 고속버스터미널역과 인접한 트리플 역세권인 데다 부지가 상업용지로 지정돼 주거용 오피스텔과 상업용 오피스 빌딩을 개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시장에서는 대지면적 기준으로 3.3㎡(평)당 가격(1억2000~1억3000만원대)을 고려해 2000억원대 중반에서 거래가 시작될 것으로 본다. 현재 다수의 자산운용사, 시행사, 건설사들이 접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태원동 중개업소 관계자는 "호텔 부지는 유엔사 개발, 용산공원 확장사업,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A·B 개통 및 신분당선 연장 사업, 한남뉴타운 등 중장기적인 개발계획이 예정돼 '호재 끝판왕'인 지역"이라며 "주거시설로 개발될 경우 한강과 공원 조망이 가능한 정남향 주거단지로 자산 가치 상승 여력이 우수하다"고 말했다.
서울 역삼동에 위치한 특급호텔 르메르디앙 서울도 현재 매각 절차가 진행 중이다. 이 호텔은 클럽 '버닝썬 사태'를 겪기 전까지 유커(중국인 관광객)들의 관광 필수 코스로 인기를 끌던 곳이다. 르메르디앙 서울 소유주인 전원산업은 올 초 매각 주관사로 삼성증권을 선정하고 관련 절차를 진행 중이다. 이 밖에 서울 광장동에 있는 57년 전통의 한강호텔과 부산 해운대 그랜드호텔도 최근 부동산 개발업체에 매각돼 주거용 단지로 탈바꿈할 예정이다.
기존 호텔부지는 교통, 관광, 생활편의시설 등 입지가 뛰어난 곳이 많아 주거시설로 바꿀 경우 차별화된 설계가 가능하다. 실제 2017년 서울 청담동에 소재한 엘루이 호텔은 부동산개발회사 빌폴라리스에 808억원에 매각됐다. 빌폴라리스는 지난 8월 이 부지를 지하 6층~지상 20층, 29가구 규모의 고급주거시설 'PH129(옛 더 펜트하우스 청담)'로 개발해 성공적으로 분양했다. 장동건·고소영 부부, 고(故) 이건희 삼성 회장의 여동생 이덕희씨, 프로 골프선수 박인비씨, 메가스터디 인기 수학강사 현우진씨 등이 매입해는데, 현씨가 매입한 펜트하우스 분양가는 250억원에 달했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엘루이 호텔은 한 호실당 평균 분양가가 100억원대로 8채 이상만 분양해도 손익분기점"이라며 "29가구 가운데 1~2가구 등 극소량을 제외한 전 가구가 완판돼 수익률을 아무리 낮게 잡아도 200%는 거뜬히 넘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