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동맹 결의안 채택하자, 왕이 내주 방한…분수령 맞는 反中 전선

2020-11-20 00:00
'시진핑 방한' 든 中 왕이, 25일 韓 올 듯
美 '한·미동맹 강화' 기조 속 中인사 방한
미·중 간 反中 노선 기싸움 압박 커질 듯

왕이(王毅) 중국 외교 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지난해 12월 5일 오후 청와대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예방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미국 하원이 ‘한·미동맹 강화’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채택하자마자 왕이(王毅) 중국 외교 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의 방한 일정이 정해졌다.

19일 외교가에 따르면 왕 부장은 내주 일본 도쿄를 1박 2일 일정으로 방문한 뒤 25일경 한국을 방문할 예정이다.

한·미동맹 강화로 미국의 반중(反中) 노선 참여 기조가 점차 확대될 것으로 점쳐지는 가운데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방한’ 문제를 든 중국 외교 인사가 한국에 오는 상황이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이로 인해 ‘전략적 모호성’으로 그동안 중립을 유지하던 한국 정부를 향한 미·중의 압박이 한층 심해질 것으로 우려된다.

앞서 외교가에서는 왕 부장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이후인 24~25일 일본을 방문하고, 이를 계기로 한국도 찾아 시 주석의 방한 일정을 확정 지을 것으로 관측했었다.

외교소식통에 따르면 왕 부장은 25일 한국을 방문해 이튿날인 26일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한·중 외교장관회담을 할 예정이다.

두 장관은 회담에서 시 주석의 방한 등 상호 관심사에 대해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북한 동향 등 한반도 정세와 미국 대선 등 국제정세 변화, 경제협력 및 코로나19 대응 협력 방안 등도 논의할 것으로 예측된다.

왕 부장의 방한으로 가장 주목을 받는 것은 시 주석의 연내 방한 여부다.

시 주석의 연내 방한이 결정되면 이는 6년 6개월 만에 이뤄지는 중국 국가주석의 한국 방문으로, 양국의 사드(THAAD·고고도방어미사일체계) 갈등 앙금을 완벽히 해소할 기회가 될 것이라는 기대도 나온다.

하지만 바이든 행정부의 반중 전선 기조가 갈수록 명확해지는 상황에서 시 주석의 방한은 한국 외교에 부담될 수 있다.

바이든 당선인은 앞서 한국이 중국 주도로 결성된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에 서명하자 “민주주의 국가들과 연대해야 한다”며 중국과의 협력을 강하게 견제했다.

왕 부장의 방한 일정이 윤곽을 드러내면서 미국 하원이 만장일치로 채택한 한·미동맹 강화 결의안이 한국의 대중(對中) 정책의 족쇄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등장한다.
 

미국 방문 나흘째인 18일(현지시간) 더불어민주당 한반도 태스크포스(TF) 소속 의원들이 카이 케헬레 연방 하원의원과 만나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송영길 의원, 케헬레 의원, 김한정 의원, 윤건영 의원.[사진=더불어민주당 방미단 제공]


미국 하원은 18일(현지시간) 한·미동맹을 한층 강화하자는 내용이 담긴 결의안 2건을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터무니없는 증액 요구로 진전이 없었던 제11차 한·미 방위비분담금특별협정(SMA) 협상의 ‘합리적인’ 타결 가능성에 힘이 실렸다는 평가다.

그러나 결의안은 한·미동맹 역할을 반중 전선과 연결되는 인도·태평양 지역으로 확대하고, 민주주의·인권가치 동맹으로 규정했다. 바이든 행정부가 ‘동맹 관계’를 앞세워 미국의 대중·대북(對北) 정책에 대한 한국의 참여를 압박할 거란 우려가 나오는 대목이다.

한편 정부는 일단 미국 하원의 이번 결의안 채택을 ‘의미 있는 일’이라며 반겼다.

외교부는 이날 미국 하원의 결의안 채택 소식을 전하며 “코로나19 지원 법안 등 주요 법안들도 처리가 지연 중인 가운데, 내년 1월 민주당 바이든 신(新)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민주당 의원들이 주도한 한·미동맹 결의안이 하루에 두 건이나 하원을 신속히 통과한 것은 의미 있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왕 부장의 방한 일정에 대해선 “중국 측 인사의 방한 일정은 정해진 것이 없다”는 기존의 입장만 되풀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