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왕이 순방'에 불거진 '양날의 검' 시진핑 방한설

2020-11-17 17:44
왕이 中 외교부장, 내주 한·일 순방길 나설 듯
방한시 시진핑 주석 국빈방문 일정 논의 전망
시진핑, 연내 한국 방문 여부에 최대 관심사로
외교부 "中 인사 방한 구체적 시기 안 정해져"
美 반중 기조 속 習방한, 韓 외교 악재될 수도

문재인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2019년 12월 23일 베이징(北京) 인민대회당에서 정상회담 전 악수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중 관계의 새로운 변곡점이 될 것으로 예측되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방한이 가시권에 들어섰다. 왕이(王毅) 중국 외교 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내주 한국과 일본 순방길에 나설 것으로 알려지면서다.

18일 외교가에 따르면 왕 외교부장은 이달 말 한국과 일본을 연이어 방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자주의를 중시하는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중국이 대외 상황관리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일본 언론에 따르면 왕 외교부장의 일본 방문은 오는 24~25일경에 이뤄지고, 한국 방문은 이 전후로 성사될 것으로 보인다.

만약 왕 외교부장의 방한이 성사되면 이는 지난해 12월 이후 약 11개월 만에 한국을 다시 찾는 것으로, 시 주석의 구체적인 방한 시기가 논의될 가능성이 크다.

외교가에선 시 주석의 방한에 대해 한·중 간 남아있는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앙금을 씻어낼 수 있는 계기인 동시에 미·중 갈등 속 중국의 우군확보 압박이 거세지는 ‘양날의 검’으로 평가하고 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12일(현지시간) 중국 상하이(上海)에서 열린 ‘푸둥(浦東) 개발·개방 30주년 축하 대회’에 참석해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사진=신화통신·연합뉴스]

 
◆시진핑 中 국가주석, 연내 방한 가능할까

왕 외교부장의 한국 방문은 시 주석의 방한 일정과 직접 연결된다. 지난해 12월 이미 한국을 찾았던 왕 외교부장이 재방문하는  것은 시 주석의 방한 일정을 확정하기 위함이라는 해석 때문이다. 또 시 주석의 연내 방한 성사에 대한 기대감도 커졌다.

다만 외교부는 이날 중국 측 인사의 방한과 관련해 정해진 것은 없다고 밝혔다.

이재웅 외교부 부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시 주석 방한 관련해서 한·중 양측은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상황이 안정되면, 여건이 갖춰지는 대로 조기에 성사시키기로 한 공감대를 이뤘다”면서 “아직 구체적 방한 시기는 정해진 바 없다”고 말했다.

중국 외교부는 전날 정례브리핑에서 왕 외교부장의 한·일 방문 일정을 지속해서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며 관련 소식이 있으면 적절한 시기에 발표하겠다고 전했다.

한·중 외교당국이 왕 외교부장과 시 주석의 방한 일정이 여전히 논의 중이라고 밝혔지만, 정부 안팎에서는 두 중국 인사의 연내 방한이 이뤄질 것이란 목소리가 계속 나오는 상황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왕 외교부장을 만난 자리에서 “시 주석의 국빈 방문이 내년(2020년) 조기에 이뤄져 양국 간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를 더욱 내실화하는 계기가 될 것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예상하지 못한 변수 ‘코로나19’ 사태로 시 주석의 방한 시기는 점차 연기됐다.

지난 8월 양제츠(楊潔篪) 중국 공산당 외교담당 정치국원(중앙정치국 위원)의 부산 방문에서도 시 주석의 방한이 논의됐었다.

하지만 ‘코로나19 상황 안정’이라는 조건이 붙였다. 특히 당시 한·중 양국은 시 주석의 방한 시기를 ‘연내’에서 ‘조기’로 수정해 시 주석의 연내 방한이 물거품 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정부는 애초 시 주석의 방한 시기를 ‘상반기’로 잡았다가 코로나19 사태 발생 이후에는 ‘연내’로 조정했고, 이후 코로나19 재확산 우려가 커지자 ‘연내’를 ‘조기’로 바꿨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제공]

 
◆美 바이든 시대 앞 習 방한…‘양날의 검’

시 주석의 방한을 계기로 한·중 정상회담이 이뤄지면 과거 사드 배치로 불거졌던 한·중 간 갈등이 완전히 해소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한한령(限韓令·한류 금지령) 해제도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바이든 행정부 출범을 앞둔 현 상황에서 시 주석의 방한이 오히려 한국 외교에 악재가 된다는 우려도 있다.

왕 외교부장의 이번 해외순방 목적지는 미국의 주요 동맹국인 한국과 일본이라는 점에서 중국이 미국의 동맹국을 찾아 이들의 대미(對美) 정책을 파악하고, 협력관계를 강조하려는 행보를 보일 거란 관측이다. 

미·중 갈등 장기화 속 중국은 주변국과의 협력이 절실한 상황이다.

중국이 미국과 함께 주요 2개국(G2)으로 불리나 아직 세계 최고 강대국은 미국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으로, 미·중 대립구도에서 미국의 편에 서는 국가가 증가하는 추세다.

예측 불가능했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물러나고, 다자협력을 중시하는 바이든 행정부가 들어서도 미·중 간 대립구도는 당분간 계속될 듯하다. 바이든 당선인이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을 모두 바꾸겠다고 했지만, 대중(對中) 강경정책 기조는 유지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주변국과의 협력이 필요한 중국은 코로나19 방역 협력 등을 앞세워 한국과의 협력 관계를 계속해서 강조하고 있다.

싱하이밍(邢海明) 주한중국대사는 이날 오전 사단법인 한국문화우호협회, 일대일로연구원, 중국국제문제연구원 주최로 개최된 ‘제1회 미래협력을 향한 한·중 전문가 포럼’에 화상으로 참석해서 한·중의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 발전에 목소리를 높였다.

싱 대사는 포럼 축사에서 코로나19 상황 속에서도 한국과 중국이 고위급 교류, 방역협력, 경제무역협력 등을 추진하며 명실상부의 전략적 협력 동반자로 자리매김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중국의 쌍순환 전략이 한·중 관계를 한 단계 발전시키는 계기가 될 것을 시사했다.

중국의 쌍순환 전략은 세계 경제 순환을 유지하면서 자국의 내수 잠재력을 극대화해 새로운 발전 구조를 만들자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