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칙적 증여 행위 과세 확대… 중복 세무조사 일부 완화해야"
2020-11-16 16:00
국세청, 2020년 국세행정포럼 온라인 개최
증여세법에서 정한 과세요건을 교묘하게 회피하는 변칙적 증여행위에 대해 증여세 과세를 확대해 나가야 한다는 제안이 나왔다. 해외보다 엄격하게 규정된 중복 세무조사 요건을 완화해 공평한 과세라는 국세행정 가치를 실현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국세청은 16일 '2020년 국세행정포럼'을 온라인으로 개최하고 주제별 발표를 통해 이같은 내용을 논의했다.
이필상 국세행정개혁위원장은 개회사에서 "우리 경제는 미증유의 코로나19 위기에 직면한 가운데 디지털 전환을 비롯한 구조적 변화가 한층 더 빨라지는 등 국세행정을 둘러싼 미래 지형이 크게 변화하고 있다"며 "성실납세를 뒷받침할 수 있도록 변화양상을 진단하고 대응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법령의 틈을 활용한 변칙증여에 보다 적극적으로 대응해 나가야 한다"며 "납세자의 예측가능성 보호와 공평과세의 요청을 아우르는 실효적 방안을 모색해달라"고 당부했다.
김대지 국세청장은 인사말을 통해 "국세행정포럼이 그동안의 성과를 넘어 변화된 시대에 걸맞은 새로운 국세행정 전략을 마련하고 미래 도약을 이끌어 나가는 논의의 기회가 되기를 희망한다"며 "국세행정 운영에 있어 납세자 권리보호와 조세정의 가치가 서로 조화를 이뤄 나가야 하며 영세납세자에 초점을 맞추는 신고 지원제도 개선도 긴요한 과제"라고 말했다.
이어진 주제별 논의에서 박훈 서울시립대학교 세무전문대학원 교수는 '증여예시규정 범위를 벗어난 변칙 증여행위 대응방안'을 발제했다.
국세청은 변칙증여에 대응하기 위해 거래의 명칭·형식·목적 등에 관계없이 모든 부의 무상이전을 대상으로 증여세를 과세하는 '완전포괄주의'를 도입하게 된다.
그러나 법원의 판례는 증여세 완전포괄주의를 반영하지 않았다. 2015년 대법원은 증여 예시규정이 증여세 과세의 범위와 한계를 설정한 경우에는, 예시규정에서 제외된 행위가 증여 개념에 맞더라도 증여세를 과세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이어 2015년 12월 개정한 상속세 및 증여세법은 증여세 과세대상을 △무상 또는 현저히 저렴한 대가를 받고 재산을 이전한 경우 △증여예시규정 또는 증여의제규정의 과세요건을 충족한 경우 △증여예시규정과 경제적 실질이 유사한 경우 등으로 명확화했다. 그러나 개정 이후에도 판례는 증여예시규정 밖의 변칙적 증여에 과세할 수 없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박 교수는 "증여예시규정을 회피하는 증여행위는 증여 일반규정을 적용하거나 예시규정과 경제적 실질이 유사하다고 보는 등 완전포괄주의 입법취지에 부합하도록 과세를 확대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증여세 완전포괄주의 적용이 자의적 과세권 행사나 납세자의 예측가능성 침해로 이어지지 않도록 예시규정을 지속적으로 보완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외국보다 엄격하게 적용되는 중복 세무조사 여건도 완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중교 연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주요국 사례를 통한 중복 세무조사 개선방안 연구'를 주제로 공평과세의 가치를 함께 조화시킬 수 있도록 중복 세무조사 허용 사유를 일부 완화하는 입법방안을 제시했다.
예를 들어 미국의 세무조사 방법은 '소환조사'와 '현장조사'로 구분돼 광범위한 행정재량을 인정한다. 중복조사도 '불필요한 조사'가 아닌 경우 허용한다. 일본은 최초 조사 이후 조사관이 새로 얻은 정부에 비위가 있다고 인정되는 때는 재차 질문조사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독일도 마찬가지로 '새로운 사실 또는 증거'가 발견되면 조세통칙법 규정을 준용해 중복조사가 가능한 것으로 해석한다.
이 교수는 "다른나라에 비해 재조사의 예외적 허용사유가 상당히 엄격해 공평과세 원칙을 훼손할 우려가 크다"며 "그간 조세탈루 혐의를 인정할 '명백한 자료'가 있는 경우에 한해 재조사를 허용해 왔지만 이를 '새로운 자료'로 완화하는 입법안을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세무조사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없어 현장확인과 괕은 단순 사실확인 행위와 혼동될 소지가 있으므로 사생활 보호와 영업에 지장없는 질문 조사권 행사는 세무조사 범위에서 제외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정훈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세정연구팀장은 '영세납세자 성실신고 지원제도 개선방안'을 통해 "소득파악이 완전하거나 납부세액이 일정 규모 이하인 영세납세자를 대상으로 국세청이 신고서를 작성·안내해주는 제도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정 팀장은 "세무조력 없는 영세납세자가 세법을 이해하고 세금을 신고하는 데는 여전히 많은 도움을 필요로 한다"며 "세금신고가 어려운 영세납세자는 세무대리인의 도움을 받는 것이 바람직한 만큼 기장·신고 대리비용에 대한 세액공제를 확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올해 국세행정포럼은 처음으로 온라인 포럼으로 개최됐다. 포럼 진행과정은 국세청 유튜브를 통해 실시간 중계한다. 일반 납세자도 유튜브 댓글을 통해 포럼 내용에 대한 의견 제시가 가능하다. 경제·시민·학술단체 관계자와 모범납세자, 국세공무원 등 20명은 포럼 회의장에 설치된 LED 화면을 통해 실시간 연결로 참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