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준 LG 고문, 그룹서 독립…상사·판토스·하우시스 뗀다 (종합)

2020-11-16 14:46
2018년 구광모 회장 취임 후 전통따라 퇴임
재계 "구 고문 독립 예상됐던 바"

구광모 LG그룹 회장의 삼촌인 구본준 고문이 LG상사와 LG하우시스 등을 계열 분리할 것으로 알려졌다. 구 고문은 LG가의 전통인 그룹 장자승계와 다른 가족은 경영에서 물러나거나 계열 분리하는 원칙에 따라 독립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LG그룹은 이달 말 임시 이사회를 열고 LG상사와 LG하우시스의 물적분할 안건을 의결한다. LG상사의 자회사인 물류회사 판토스도 구 고문 측이 경영권을 넘겨받을 전망이다.

구 고문은 고(故) 구자경 LG그룹 명예회장의 셋째 아들로 고 구본무 LG그룹 회장의 동생이다. 구 고문은 과거 LG반도체 대표이사 부사장, LG LCD(현 LG디스플레이) 대표이사 부사장, LG상사 대표이사 부회장, LG전자 대표이사 부회장 등을 역임하며 LG그룹 경영 전면을 이끌었다.

구 고문의 독립 가능성은 일찍부터 제기됐다. 그는 2018년 6월 조카인 구광모 회장이 공식 선임되면서 곧바로 경영 일선에서 은퇴했다. 이후 재계에서는 구 고문의 계열 분리에 관한 다양한 시나리오가 나왔다. 

구 고문은 현재 LG그룹의 지주사인 (주)LG 지분 7.72%를 보유하고 있다. 이 지분 가치는 약 1조원으로 평가된다. 구 고문이 이 지분을 활용해 LG상사와 LG하우시스 등의 지분을 인수하는 방식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앞서 LG상사는 지난해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 지분을 LG그룹에 팔고 LG광화문빌딩으로 이전했다. 구광모 대표를 비롯한 총수 일가는 2018년 말 LG상사의 물류 자회사인 판토스 지분(19.9%)를 매각한 바 있다.

LG그룹은 경영권 갈등 차단을 위해 그룹 회장은 장자계승을, 다른 가족 일원은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거나 계열 분리로 독립해왔다.

LG그룹은 고(故) 구인회 창업회장이 별세한 뒤 장남인 구자경 2대 회장이 1970년 회사 경영권을 물려받았다. 그러면서 구인회 창업회장의 첫째 동생이자 창업멤버였던 구철회 사장은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이후에는 계열 분리가 이뤄졌다. 1999년 구철회 사장의 자녀들이 LG화재로 나가 현재의 LIG그룹이 됐다. 구인회 창업회장의 다른 동생들인 구태회·구평회·구두회씨도 2005년 계열 분리로 독립해서 LS그룹을 만들었다. 구인회 회장 시절부터 동업 관계였던 허씨 일가의 계열사는 GS그룹으로 떨어져 나갔다.

구자경 2대 회장이 1995년 1월 럭키금성그룹 사명을 LG그룹으로 바꾸고 2월에 장남 구본무 회장에게 경영을 물려줬을 때도 계열 분리 전통은 이어졌다. 당시 LG반도체를 이끌던 구자학 회장과 유통사업을 담당하던 구자두 회장 등 구자경 2대 회장의 동생들은 곧바로 LG그룹 경영에서 퇴진하고 조카인 구본무 회장에게 길을 열어줬다.

구자승 전 LG상사 사장 일가는 LG그룹 패션 사업 부문을 떼어내 2006년 당시 LG패션, 현 LF로 독립했다. 구자학 회장은 2000년 LG 유통·식품 서비스 부문을 갖고 나가 아워홈을 차렸다.

구광모 4대 회장이 취임할 때도 비슷했다. 고(故) 구본무 회장은 1994년 불의의 사고로 외아들을 잃은 뒤 그룹 경영권 승계를 위해 조카인 구광모 현 회장을 양자로 들였다. 구광모 회장의 친부이자 구본무 회장의 동생인 구본능 회장은 1996년 희성금속, 국제전선 등을 떼어 독립하며 희성그룹을 만들었다.

재계 관계자는 "구본준 고문의 독립은 예상됐던바"라며 "LG상사와 LG하우시스가 분리한다해도 LG그룹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LG그룹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