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행 끝낸 北김정은, 反사회주의 비판·방역 강조…바이든 언급 無 (종합)

2020-11-16 09:23
15일 노동당 중앙위 제7기 제29차 정치국 확대회의 주재
방역사업 강조·평양의대 당 위원회 범죄행위 강력히 비판
"코로나19 확산 대비 국가방역체계 강화 목적 담긴 회의"
"연말까지 기강정립 기조유지, 대외 메시지 제한적일 듯"

15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북한 평양 노동당 중앙위원회 본부청사에서 당 중앙위 제7기 제29차 정치국 확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조선중앙통신 홈페이지 캡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0여일 간의 잠행을 끝내고 등장, 반(反)사회주의 행위를 비판, 기강정립에 나섰다. 그러나 ‘정상 친분’을 과시하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재선이 사실상 실패한 미국 대선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16일 조선중앙통신은 전날 노동당 중앙위원회 본부청사에서 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20차 정치국 확대회의가 소집됐다는 소식과 함께 김 위원장의 참석 사실을 알렸다. 이번 회의에는 당 중앙위 정치국 상무위원회 위원들과 정치국 위원, 후보위원이 참석했다.

특히 지난 10월 10일 당 창건 75주년 기념일 이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던 김여정 당 제1부부장도 이번 회의에 참석했다. 국가정보원은 지난 3일 국회 정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김 제1부부장이 북한 국정 운영의 전반에 걸쳐 관여하고 있고, 노동당 내 직책도 내년 1월 제8회 당 대회에서 지금의 정치국 후보위원보다 더 격상될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북한 관영 매체의 김 위원장 공개 행보 보도는 지난달 22일 중국인민지원군의 6·25전쟁 참전 70주년 기념 평안남도 회창군 소재 중국인민지원군 열사능원 참배 이후 25일 만이다. 지난달 22일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김 위원장의 중국인민지원군 열사능원 참배 소식을 전하며 북·중 친선을 강조했다. 

통신에 따르면 이번 확대회의에서는 평양의대 당 위원회의 범죄행위를 강하게 비판하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강화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다만 평양의대 당 위원회의 범죄행위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없었다.

통신은 “회의에서는 엄중한 형태의 범죄행위를 감행한 평양의학대학 당 위원회와 이에 대한 당적 지도와 신소처리, 법적 감시와 통제를 강화하지 않아 범죄를 비호·묵인·조장시킨 당 중앙위원회 해당 부서들, 사법검찰, 안전보위기관들의 무책임성과 극심한 직무태만 행위에 대하여 신랄히 비판됐다”고 전했다.

이어 “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확대회의에서는 또한 교육 기관들과 사회 전반에서 나타나고 있는 비사회주의적 행위들에 대해 분석한 자료가 통보되고 이를 결정적으로 뿌리 뽑기 위한 문제가 심각히 논의됐다”고 덧붙였다.

김 위원장은 이번 회의에서 코로나19 방역 강화와 관련 바이러스 전파 상황의 심각성과 국가방역실태를 상세히 분석하고 평가했다. 통신은 “(김 위원장이) 초긴장 상태를 계속 견지하며 완벽한 봉쇄장벽을 구축하고 비상방역전을 보다 강도 높이 벌여나갈 데 대해 강조했다”고 전했다.
 

15일 김정은 국무위원장 주재로 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확대회의를 개최했다고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16일 보도했다. [사진=북한 노동신문 홈페이지 캡처]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김 위원장의 정치국 확대회의 주재 목적을 “최근 전 세계적으로 다시 확산세가 지속하고 있는 코로나19 동향을 점검하고 국가방역체계를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평양의대 당 위원회 범죄행위 비판에 대해선 “구체적 사유를 밝히지 않았으나, 비사회주의적 행위 비판 등 기강확립과 관련된 문제들을 논의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양 교수는 특히 “완벽한 비상봉쇄 방역구축 등 비상방역전을 다시 강조하고, 80일 전투 총력매진 등에 주력하고 있다”면서 북한이 연말까지 기강정립 기조를 유지, 당분간 대남(對南)·대미(對美) 메시지 발신은 제한적일 것으로 내다봤다.

통신이 전한 회의 내용 속 미국 대선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북한은 조 바이든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의 당선이 사실상 확정된 지 일주일이 넘도록 아무런 반응을 하지 않고 있다.

‘혈맹관계’인 중국도 바이든 후보의 당선을 축하했지만, 북한은 이날까지 미국 대선 결과를 언급하지 않고 있다.

중국은 지난 13일 왕원빈(汪文斌) 중국 외교부 대변인을 통해 “우리는 미국 인민의 선택을 존중하며 바이든 선생과 해리스 여사(바이든 당선인 아내)에게 축하를 표시한다”며 바이든 후보의 당선을 축하했다. 다만 ‘당선인’의 표현은 사용하지 않았다.

양 교수는 올해 북한의 공개회의가 18차례 있었고, 이 가운데 10회가 정치국 회의였다는 것을 언급하며 “우리의 국무회의처럼 북한도 당 관련 회의를 활용하고 있는 것”이라고 판단했다.

한편 당 중앙위 해당 부서 간부들과 도당위원장, 사회안전상(한국 경찰청장에 해당), 중앙검찰소장, 국가비상방역 관계자들은 화상회의로 이번 회의를 방청했다. 코로나19 확산에 대비 북한도 대면 회의보다 비대면 회의 방식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