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철 칼럼] 중국의 치명적 악수(惡手), ‘국진민퇴(國進民退)’
2020-11-13 07:00
- 중국식 ‘붉은 자본주의(Red Capitalism)’의 한계 -
글로벌 질서에도 변화가 불가피해지고 있다. 중국의 대항마로 조 바이든 당선자로 확정되면서 미·중 충돌이 어떤 양상으로 전개될지에 대해 세계가 주목한다. 격화나 완화냐를 두고 전망이 엇갈린다. 코로나를 미국과의 격차를 줄이는 호기로 활용하려는 중국과 중국을 더 옥죄는 수단으로 몰고 가기 위한 미국의 전략이 정면으로 부딪칠 수밖에 없는 판세다. 중국이 먼저 선수(先手)를 치고 나간다. 내년부터 5년간 시행될 중국의 14.5 규획은 외부로부터의 충격을 흡수하는 홀로서기에 맞춰지고 있다. 이른바 ‘쌍순환(雙循環) 전략’이다. 내수와 수출의 선순환으로 미국과의 디플링(탈동조화)에 대응하겠다는 포석으로 이해된다. 수출보다는 내수에 방점을 찍으면서 중국 경제의 연착륙의 유도하는 전략이다.
이 거대한 변화의 소용돌이 속에서 누가 더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개혁·개방 이후 중국이 글로벌 경제의 세계화에 편승하여 가장 많은 혜택을 받은 국가라는 점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중국 정부의 치밀한 계획경제의 틀 속에 중국의 민간들이 적극적인 참여함으로써 이루어진 쾌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회주의에 시장경제를 접목한 중국특색사회주의에 민간의 창의가 유감없이 발휘된 결과이기도 하다. 중국 1세대 기업가들의 끊임없는 파괴적 혁신과 투철한 기업가 정신이 오늘날 중국을 제2의 경제 대국으로 끌어올리는 원동력이 되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자본주의 시장경제에 대한 적응력이 뛰어난 중국인 특유의 DNA가 잘 맞아떨어진 결과물이라는 평가가 전혀 틀리지 않는다.
실제로 민영기업의 중국 경제에 대한 기여도는 엄청나다. 2018년 기준 중국 민영기업의 도시 기준 고용 87%, 수출 88%, 고정자산 투자가 65%에 이를 정도로 기여율이 높다. 총자산 순이익률도 8%에 달해 국유기업의 4%에 비해 두 배나 높다. 중국 500대 기업 중 민영기업의 수가 237개에 이를 정도로 절반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중국 민영기업의 최초 신화인 장루이민 ‘하이얼’ 회장의 일화는 아직도 회자하고 있을 정도다. 뒤를 이어 알리바바, 텐센트, 바이두, 화웨이, 레노버, 샤오미, 지리자동차 등 세계적 기업들이 우후죽순처럼 등장한다. 이들 창업자는 청년들에게 우상과 같은 존재이며, 중국의 신규 창업을 부추기는 선순환 효과를 가져오고 있다. 단순히 시장을 키우는데 그치지 않고 역동성을 유지하게 한다.
미국과 정면 대결을 해야 하는 최전선에 대부분 민영기업 포진, 이들 없인 승리 불가능
하지만 최근 이런 민영기업의 약진에 제동을 거는 중국 정부의 악수(惡手)가 연발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고도성장 기간 중에는 ‘민진국퇴(民進國退)’라는 기조하에 민영기업의 성장을 북돋우는 데 주력해왔다. 그러나 시진핑 정부가 들어서면서 이에 대한 반작용이 생겨나고 있다. 반대 개념인 ‘국진민퇴(國進民退)’로 전환하고 있다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인위적으로 국가 경제의 중심축을 민영기업에서 국유기업으로 옮기려는 시도가 곳곳에 목격되고 있는 것이다. 퇴출 위기에 몰린 국유기업은 살리고, 민영기업에 대해서는 정부의 통제나 개입 권한을 강화하고 있다. 이는 시장의 기능을 왜곡하거나 역행하는 조치라는 점에서 중국 경제의 순항에 걸림돌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지난 40여 년간의 중국 경제의 변화를 기적이라고 한다면 민영기업의 발전은 ‘기적 속의 기적’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그러나 작년 알리바바 마윈의 회장직에서 전격 사퇴한 것이나 지난 6일 알리바바의 핀테크 자회사인 ‘앤트(Ant) 그룹’의 홍콩 상장 중단을 두고 해석이 분분하다. 은행 규제하듯 핀테크를 다뤄서는 안 된다는 마윈의 발언에 중국 당국이 괘씸죄를 적용했다는 설이 파다하게 퍼지고 있다. 이로 인해 앤트그룹이 210조 원의 청약금을 환급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성공한 중국 민영기업들의 위상이 하늘을 찌를 것 같은 승승장구 속에서도 엄연히 존재하고 있는 ‘붉은 자본주의(Red Capitalism)’이 단면을 보고 있는 것 같아 씁쓰레하다. 절대권력을 결코 능가할 수 없다는 단적인 사례로 보인다.
미국 따라잡기에 올인하고 있는 중국에 민영기업의 존재 가치는 거의 절대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이면에는 이들의 파워가 무한정 커지는 것에 대해 경계를 하려는 중국 지배 세력의 의도는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다. 이러한 도전을 정면으로 맞서야 하는 민영기업에 전환기적 시점이 도래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미국과 벅찬 싸움을 끌고 가야 하는 중국 정부로서도 민영기업의 손과 발을 묶어놓고서는 결코 승리할 수 없다는 것을 익히 잘 안다. 진퇴양난인 셈이다. 그렇다고 시장경제를 포기하고 과거로 시계추를 되돌릴 수는 없는 것이다. 결국은 양측이 타협하면서 공존하는 묘수를 찾아 나갈 수도 있다. 미국과 정면 승부를 겨뤄야 하는 최전선에 대부분 민영기업이 포진하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