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파업 그 이후] 공공의료서비스 부재·PA간호사 혹사...의료계 파업으로 드러난 한국 의료 현주소

2020-11-11 08:00
한국 공공병상 비율 지난해 8.9%…OECD 평균 크게 밑돌아

의료계 파업 이후 우리 사회의 의료 서비스의 민낯이 드러났다. 민간 병원·의료인력에 절대적으로 의존하며 공공의료 서비스가 부족하다는 점과 법적 근거 없이 의료 현장에 투입되는 PA 간호사 문제 등이 대표적이다. 이에 시민사회와 정치권에서 해결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참여연대는 최근 공공의료 강화를 위한 전국공동행동 선포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공공의료 강화를 위한 노동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와대 분수광장에서 '삐뽀삐뽀 공공의료119' 선포 기자회견을 열고 공공병원 설립·공공병상 확충 예산 마련, 공공병원 설립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 등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참여연대에 따르면, 한국의 공공병상 비율은 지난해 8.9%로 70% 이상인 OECD 평균에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다. 한국의 인구 1000명당 공공병상은 1.3개로 최하위권이며 OECD 평균 3.0개에 못 미치고 있다.

참여연대는 "최소한 제대로 된 일차보건의료체계를 확립하고 있으면서 최소한의 공공병상을 운영하는 스페인과 이탈리아 수준인 인구 1,000명 당 2.0개 수준으로 확충해야 한다"며 "공공의료기관 확충은 시민의 생명과 건강을 위한 것이고, 팬더믹 위기 속 필수적인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치권에서도 양질의 공공의료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공공병원 신설 시 예비타당성 조사를 면제하고, 국고보조를 확대하는 등 예산을 적극 투자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4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의 보건복지부 소관 2021년도 예산안심사 관련 정책 질의를 통해 "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공공의료 기반 미흡, 지역별 의료격차 등의 문제점이 드러나 신종 감염병 유행과 민간의료 시스템 중단 등에 대비해 공공의료를 획기적으로 강화해야 한다는 국민적 요구가 그 어느 때보다 높다"며 "국가가 지원을 한시적으로 대폭 늘려 병상 기준 8.9%에 불과한 공공의료 비중을 획기적으로 확충하기 위한 범정부 차원의 종합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남 의원은 "2021년 예산안에 공공병원 설립예산이 반영되지 않은 것은 안타까운 일로 대전의료원과 서부산의료원을 조속히 신축해야 함에도 예비타당성 조사 중이라는 이유로 예산을 편성하지 않았다"며 "국가와 지방자치단체, 그리고 건강보험공단과 근로복지공단 등 공공기관에서 공공병원 설립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도록 하려면 국가재정법, 지방재정법, 공공기관운영에관한법률을 개정해 예비타당성조사를 면제하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8월 6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에서 열린 '보건의료현장 불법의료 실태고발 긴급 기자간담회'에서 가면을 착용한 상급종합병원 간호사가 현장증언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아울러 의사 대신 진단서 작성이나 약 처방 등을 하는 PA 간호사가 4년 전의 1.6배 이상 늘어났고, 수술 참여 또한 급격히 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병원들은 '외과 등 기피 전공 의사들이 부족하기 때문에 유지되고 있는 관행'이라는 반응이다.

국회 보건복지위 소속 김원이 민주당 의원이 국립중앙의료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중앙의료원의 PA 간호사 수는 2016년 9명에서 올해 6월 27명으로 늘어났다.

수술 참여 건수는 2016년 5108건의 수술 중 62건(1.2%)에서 올해는 6월까지 1635건에서 509건(31.1%)으로 크게 증가했다. 월 평균으로 보면 5건에서 85건으로 17배 증가한 셈이다.

또 다른 공공의료기관인 국립암센터는 26명의 PA 간호사를 두고 있는데, 이들은 올해 들어 6월까지 4143건의 수술 중 4014건(96.9%)에 참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립암센터는 올해 2월부터 수술업무만 전담하는 SA 간호사(수술전담간호사) 직책을 따로 두기도 했다.

김 의원은 "PA 전문간호사제도를 합법화해 의료공백을 최소화하고, 간호사의 영역과 역할을 규정함과 동시에 그에 걸맞은 의무부여·처우개선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권칠승 민주당 의원은 지난 5일 전국 14개 국립대 병원들에서 제출받은 '최근 5년간 전담간호사(PA) 운용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국립대병원 PA는 972명으로 2015년(592명)과 비교해 64%(380명) 증가했다.

이는 국립대 병원만을 대상으로 한 조사로, 민간 병원 등을 포함한 실제 PA 규모는 이보다 더 클 것으로 추정된다.

권 의원은 "PA는 미국, 영국, 캐나다 등에서는 합법이지만, 국내 현행 의료법상 근거가 없다"며 "복지부는 이런 현실에도 PA 간호사가 '의료법상 근거가 없는 직종'이라는 이유로 실태조사·관리 및 대책 마련을 미루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