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대선 2라운드?] ①'예스퍼' 경질로 시작한 트럼프의 위험한 70일간 파워게임

2020-11-10 15:50
'망치 든 악동'...가짜뉴스 트위터 공세도 재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본성을 바꿀 수는 없다. 그는 그다. 트럼프가 한밤중에 조용히 백악관을 떠날 것이라고 기대하지 말라. 그는 그렇게 행동하지 않는다."(지난 8일, CNN에서 공화당 소속 밋 롬니 상원의원)

민주당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자의 승리로 갈무리하는 듯 했던 미국 대선판에 다시 전운이 드리우고 있다. 일주일 가까이 선거 불복 행보를 이어가며 '레임덕'을 가속화하는 모양새던 트럼프 대통령은 대대적인 반격에 나섰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마크 에스퍼 전 미국 국방장관.[사진=EPA·연합뉴스]

 
임기 70일 남기고 '피의 숙청'...안보 공백 우려에도 강행 

9일(이하 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매우 존경받는 크리스토퍼 밀러 국가대테러센터 소장이 국방장관 대행을 맡는다고 발표하게 돼 기쁘다"며 "마크 에스퍼는 해임됐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크리스는 훌륭한 일을 할 것"이라며 "즉각 효력이 있다"고 덧붙였다.

작년 7월 국방장관에 오른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은 그간 내각에서 대표적인 트럼프 대통령 충성파로 꼽히며 예스맨과 그의 이름을 합성한 '예스퍼(Yesper)라는 별명으로까지 불리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 6월 초 조지 플로이드 사망으로 촉발한 전국적인 인종차별 항의 시위 당시 트럼프 대통령이 '폭도(Thug)', '폭력 시위'라고 규정하며 군을 동원해 시위대를 진압하려 하자, 여론의 압박을 받던 에스퍼 장관은 결국 군 동원에 반대하며 공개 항명했다.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에스퍼를 경질하려 했으나, 재선에 불리하다고 말린 주위 참모들의 조언에 이를 미뤄왔다. 그러나 재선 패배가 가시화하며 정권 말 권력 누수 조짐이 보이자, 트럼프 대통령은 인사권을 휘두르며 권력의 고삐를 다시 조이는 '파워 게임'을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6일 보니 글릭 미국 국제개발처(USAID) 부처장을 해임한 데 이어 국가안보 상황과 직결한 내각 요직인 국방장관을 해임하자 미국 언론은 충격을 금치 못했다.

임기를 70여일 남겨두고 자신의 힘을 과시하기 위해 비협조적인 관료들의 '숙청'에 돌입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다.

CNN은 "미국의 현대 정치사에서 가장 거친 72일의 첫날로 표시될 것"이라면서 "대선 패배 수용을 거부하겠다는 결론이 담긴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날 기준 내년 1월20일 차기 대통령 취임식까지는 72일 남았다.

블룸버그는 "대통령을 불쾌하게 만든 인사들에 대한 더 광범위한 축출의 전조"라고 지적했으며, AP는 "대선 패배 직후 충격적인 움직임"이라고 반응했다.

외신들은 앞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항명한 적이 있던 크리스토퍼 레이 연방수사국(FBI) 국장과 지나 해스펠 중앙정보국(CIA) 국장의 추가 경질 가능성도 제기하면서, 코로나19 방역 일선을 담당하던 책임자들 역시 안전할 수 없다는 의견을 내놨다.

앤서니 파우치 미국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 소장을 비롯해 데비 벅스 백악관 코로나19 태스크포스(TF) 조정관, 로버트 레드필드 질방통제예방센터(CDC) 국장, 알렉스 에이자 보건장관까지 트럼프 대통령의 눈초리를 받아왔기 때문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마크 에스퍼 전 미국 국방장관.[사진=로이터·연합뉴스]

 
'망치 든 악동'...가짜뉴스 트위터 공세도 재개

트럼프 대통령은 그간 주춤했던 각종 허위 주장 공세도 재개하는 모양새다. 

이날 화이자의 코로나19 백신 성공 가능성이 보도되자 트럼프 대통령은 폭풍 트윗을 날리며 미국 식품의약국(FDA)가 정치적인 이유로 자신에게 불리하도록 이제서야 임상시험 결과를 발표했다는 근거없는 주장을 이어갔다.

이 같은 의혹에 화이자 측은 성명을 통해 시험 결과 초기 데이터 결과 발표 일정에 신중을 기했다면서 정치적 고려는 전혀 없었다고 발표했다. 

아울러 행정부 내 또다른 충성파인 윌리엄 바 법무장관을 통해 미국 전역의 연방검사들에게 이번 대선과 관련한 '쌍끌이 조사' 지침을 내리기도 했다.

AP에 따르면, 바 장관의 명의로 전달된 메모는 '각 주에서 연방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분명하고 신뢰할만한 '부정'혐의가 존재한다면 이번 대선 결과가 확정되기 전에 이를 추적하라'고 지시했다.

다만, 현재까지 각 언론들과 민주·공화당 양측 모두 트럼프 대통령의 부정 선거를 입증할 만한 증거나 징후가 없었다고 밝힌 상태며, 50개 각 주(州)정부는 다음 달 14일 선거인단 투표에 앞서 8일까지 개표 분쟁을 매듭짓고 선거인단을 확정해야 한다.

미국 법무부는 해당 메모의 배포를 두고 백악관이나 공화당 등 외부의 압력이 없었다고 부인했지만, 국방장관 경질이 이뤄진 날 그간 트럼프 대통령과 거리를 둬왔던 부통령과 여당의 상원 원내대표 법무장관이 동시에 그를 옹호하는 모양새를 연출해 의심의 눈초리를 피할 수 없게 됐다.

앞서 8일 영국 가디언은 "내년 차기 대통령 취임식 전까지 앞으로 11주 동안 미국은 역사상 가장 위험한 시기가 될 수 있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레임덕에 대한 두려움과 선거 패배에 대한 분노와 앙심을 품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를 두고 안보 전문가인 맬컴 낸스는 트럼프 대통령을 "커다란 망치를 들고 도자기 상점에 찾아온 악동"이라고 표현하며 "미국을 망치는 데 마지막 나날을 보낼 것"이라고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9일(현지시간) 트위터에서 백신과 관련한 허위주장을 올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사진=트위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