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승리] '불복' 트럼프 닮은 지지자들, "도둑질 멈춰라" 격분

2020-11-08 10:18
곳곳에서 선거부정 의혹 주장하며 항의시위 이어가
트럼프 캠프 "시위 준비 태세 갖춰달라"...장기전 예고

미국이 소란스럽다.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의 승리 확정 보도가 나오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들이 패배를 인정할 수 없다며 반박하고 나섰다. 이들은 이번 투표가 사기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을 그대로 인용해 결과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선거 훔치지 말라"…펜실베이니아에서 시위하는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들[사진=AP·연합뉴스]


뉴욕타임스(NYT)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7일(현지시간) 오전 바이든의 당선 확정 소식이 전해진 직후 트럼프 지지자들은 애리조나와 조지아 등에서 '선거 부정'을 규탄하는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상징이 된 빨간 모자를 쓰고 '도둑질을 멈춰라(Stop the Steal)', '미국을 계속 위대하게(Keep America Great)' 등의 구호가 적힌 팻말을 흔들며 거친 항의를 이어갔다.

노스다코타주 비스마크의 주의사당 앞 시위에 참여한 찰스 터틀은 NYT에 "(트럼프 패배) 결과를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 이 결과가 유효하다면 오늘은 미국에 슬픈 날"이라고 말했다.

개표 막바지에 결과가 뒤집히며 바이든 후보의 당선에 쐐기를 박았던 펜실베이니아와 전통적인 공화당 텃밭이었으나 이번엔 바이든에게 승리를 내주게 된 애리조나에서도 시위가 이어졌다. 애리조나 피닉스 시위에 참여한 도나 맥컬럼은 AFP통신에 "투표 결과가 너무 이른 시기에 나온 것 같다. 선거인단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며 대선 결과를 승복하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이어 "이번 선거에 사기가 너무 많다. 다시 투표하거나 재검표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막판까지 접전이 이어졌던 미시간에서도 트럼프 지지자들이 모여 '사기 선거'라고 주장하며 결과에 승복하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이 중 일부는 권총을 허리에 차거나 소총을 몸통에 둘러매는 등 과격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사진=EPA·연합뉴스]


미국 전역에서 과격한 시위가 이어지는 가운데 트럼프 캠프 측이 지지자들에게 시위 준비 태세를 갖춰달라는 주문을 했다는 워싱턴포스트(WP)의 보도가 나왔다. WP가 공개한 녹취록에 따르면 빌 스테피언 선거 대책 본부장은 이날 지지자들을 향해 "준비 태세를 갖춰달라. 어느 순간 당신들의 지역에서 시위를 벌여야 할지도 모른다"며 "트럼프 대통령 지지 행진을 전역에 권고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스테피언 본부장은 "트럼프 대통령은 계속해서 싸울 준비가 돼 있다. 공지에 즉각 반응할 수 있도록 준비해두길 바란다. 현장에서 깃발을 흔들고 대통령의 이름을 외치는 등 당신들의 도움과 지지가 필요할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그간 트럼프 대통령은 '승리의 추'가 바이든 후보 쪽으로 기울자 부정선거를 주장하며 대선 결과에 불복한다는 뜻과 함께 법적 다툼을 예고해왔다. 이날도 트럼프 대통령은 바이든 후보가 차기 대통령으로 당선됐다는 언론 보도가 나가자 성명을 내 "이번 선거는 끝나지 않았다. 바이든이 거짓 승자 행세를 한다"며 거듭 불복 의사를 밝혔다. 패배한 트럼프 대통령이 불복 의사를 굽히지 않을 경우 상황은 복잡해진다. 바이든 후보가 당선인으로 확정되려면 일부 경합주 재검표와 소송전의 관문을 넘어야 하기 때문이다.

NYT 집계에 따르면 바이든 후보는 당선에 필요한 선거인단 270명을 넘기면서 대통령 선거에서 승리했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이 확보한 선거인단은 214명에 불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