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팀이 변해야 경제가 산다] 싫은 소리 못하는 국책연구소, 정부 입맛 맞추기 급급

2020-11-13 06:00
친정부 인사 원장으로 임명...'국책 홍보기관'으로 전락
민간 연구기관보다 연구 질 떨어진다는 비판도

[사진=한국개발연구원(KDI)]

정국이 혼란스러울수록 국내외 현안을 분석해 미래 대안을 제시하는 것이 중요하다. 국책 연구기관이 존재하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하지만 국책 연구기관이 '싱크탱크' 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해마다 이어진다.  

그 근본적인 이유는 정부 입맛에 맞는 '코드 인사'에 있다. 이런 정권에서 편향적인 인사는 기관의 자율성을 낮추는 원인이다.

연구기관의 한 관계자는 "원장 중에 소임대로 목소리를 내는 사람이 하나도 없다"면서 "정치적으로 종속되다 보니 정부에 올바른 방향을 제언하기는커녕 정부가 원하는 방향으로 연구 결과를 만들기 바쁘다"고 말했다.

정부 정책을 뒷받침하는 연구 결과가 담긴 보고서가 결정적인 순간에 나오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정부가 확장 재정에 속도를 내기 시작한 지난 5월, 김유찬 조세정책연구원장은 추가경정예산(추경)으로 경제성장률을 1.5%가량 올릴 수 있다는 글을 기고했다. 당시 국내외 경제연구기관들이 올해 마이너스 성장을 전망한 가운데 나온 이례적인 주장이다.

국책 연구기관의 정부 코드 맞추기는 이번 정권에서만의 문제가 아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이명박 정부 출범 4년의 성과보고서'에서 정권 실패는 아예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

MB정부의 핵심 공약인 '747 공약(연 7% 경제성장률, 10년 내 국민소득 4만 달러, 7대 강국 진입)'은 자취를 감췄고, 대표적인 실책으로 꼽히는 물가정책도 "정부가 물가 안정을 위해 노력했다"는 주관적인 말로 포장하기에 급급했다.
 
국책 연구기관이 국책 '홍보기관'으로 전락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이는 연구의 다양성을 저해해 전체적으로 연구 결과의 질을 떨어뜨리는 원인이 된다. 재계 관계자는 "어느 순간부터 국책 연구기관 보고서는 참고하지 않게 됐다"며 "개별 그룹 산하에 있는 민간 경제연구원의 정책 제언이 더 효용 가치가 높다"고 전했다. 

학계의 한 관계자는 "친정부 인사로 배치한 국책 연구기관 원장들조차 문재인 대통령과 만나서 현안을 논의하거나 정책 방향을 고민한 적이 없는 실정"이라며 "대통령이 국가의 중장기적인 연구 과제에 힘을 실어주고 연구원의 조언을 적극적으로 귀담아들을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