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시대 리더십 여성파워] 조상연 한국GM 상무, 디자인의 '꽃' 자동차만 26년..."후배들 줄서서 오는 회사 만들고파"

2020-11-16 06:00
스파크·볼트EV·트레일블레이저 등 디자인
램프·바디·엔진 등 다양한 분야 협업 필수
여성 디자이너 점차 늘어…길잡이 되고파

2020년형 쉐보레 볼트EV. [사진=한국지엠 제공]

"어릴 때는 내가 디자인한 차량을 길 위에 내보내는 게 목표였다. 첫 목표를 이루고 난 현재의 꿈은 우리 디자인스튜디오를 후배들이 줄 서서 오고 싶은 곳으로 만드는 것이다."

조상연 한국지엠(GM) 디자인센터 상무는 자신의 목표를 이같이 밝혔다. 조 상무는 올해로 26년째 자동차 디자인 분야에서 일하고 있다. 한국GM의 대표 경차 쉐보레 '스파크', 소형 전기차 '볼트EV',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트레일블레이저' 등이 조 상무의 손을 거쳐 세상에 나왔다.

디자이너로서 '나만의 작품'을 만들어 온 조 상무는 이제 많은 후배의 길잡이가 되고 있다. 그는 "한국 디자이너들은 재능도 많고 부지런해서 글로벌 시장에서도 많이 활약하고 있다"며 "이제 역할을 할 수 있는 책임 있는 자리에 있기 때문에 후배들이 한국GM 디자인센터를 가장 먼저 오고 싶어 하도록, 그런 스튜디오로 만들고 싶다"고 강조했다.
 
"자동차 디자인, 이보다 멋진 일은 없다"
조 상무는 1995년, 당시 남성들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자동차 시장에 디자이너로 첫발을 내디뎠다. 홍익대학교에서 산업디자인을 전공하고, 제품 디자인을 시작했던 조 상무는 자동차야말로 제품 디자인의 '꽃'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자동차는 헤드램프, 테일램프, 바디 등이 다 다른데 이를 융합해 총체적으로 구현하는 것이 흥미로웠다"며 "이보다 멋진 일은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고, 지금도 그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대학 4학년에 재학 중이던 조 상무는 당시 최고의 회사였던 대우자동차로 입사했다. 이후 대우자동차가 GM에 매각되면서 GM으로 자리를 옮겼다. 

입사 초기 조 상무가 일했던 익스테리어 스튜디오 내에는 여성이 거의 없었다. 여자화장실도 남성들이 사용했을 정도였다. 상대적으로 여성들은 패션이나, 패브릭 디자인 등에 대한 선호가 높았고, 자동차를 기피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졌다. 조 상무는 "과거에는 자동차가 워낙 규모가 크다 보니 여성들의 흥미가 덜한 분야였지만, 최근 들어서는 여성 디자이너가 많이 늘어나고 있다"며 "새로 입사하는 성비만 봐도 1대1 수준"이라고 말했다. 

조 상무는 한국GM의 개방적인 분위기 덕분에 여성이나 남성이 아닌 한명의 디자이너로서 그동안 일할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글로벌 회사인 GM은 인종이나 성별에 있어서 차별이 없었기 때문에 자유롭게 의견을 개진할 수 있었다"며 "이를 바탕으로 여성 리더로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스파크, 볼트EV 등 다양한 차량 만들며 리더십 키워"
기억에 남는 자동차로는 스파크와 볼트EV를 꼽았다. 스파크는 조 상무가 팀장이 되고 처음 도맡아 디자인을 한 차량이다. 조 상무는 "자동차 디자인은 엔지니어, 디자이너, 모듈러 등 다양한 사람들이 함께 모여 하나의 작품을 만드는 것이기 때문에 팀워크가 중요한데, 스파크를 작업하며 리더십을 많이 배웠다"고 회상했다.

볼트EV에 대해서는 "한국에서 처음부터 끝까지 개발한 차량이고, 인테리어를 전부 한팀해서 했기 때문에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볼트EV 실용적인 공간 활용을 중심으로 다양한 라이프 스타일을 만족시키는 균형감각이 뛰어난 전기차로 꼽힌다. 거기에 합리적 가격을 갖춰 글로벌 시장에서 큰 사랑을 받고 있다. 2017년에는 북미 최고 권위의 상인 '올해의 차'에 선정되기도 했다.

한편, 한국GM 디자인센터는 GM 북미 디자인스튜디오에 이어 글로벌 GM에서 두번째로 크다. 이곳에서 150여명의 직원들이 쉐보레를 비롯해 뷰익, GMC 등 글로벌 브랜드의 내외장 디자인과 디지털 디자인, 스튜디오 엔지니어링 등 연구개발과 연계한 디자인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조상연 한국지엠(GM) 디자인센터 상무. [사진=한국지엠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