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평규 칼럼] 왜 중국과 합자(작)해야하나

2020-11-05 06:00
中쌍순환 전략 속 확대되는 中시장…우리 내수시장으로 인식해야

조평규 중국연달그룹 전 수석부회장

지난달 폐막한 중국공산당 제19기중앙위원회 제5차 전체회의(19기5중전회)에서는 중앙위원 198명 및 후보위원 166명이 참석한 가운데, ‘국민경제와 사회발전에 관한 14차5개년 계획'과 '2035년 미래지향적 목표’를 심의 통과시켰다.

주요 내용은 내수시장 확대와 강화, 미국의 벽을 넘기 위한 기술 강국의 미래 5개년 전략을 채택했다. 또 14억 인구를 바탕으로 하는 거대한 내수시장을 무기로 미국에 맞서기 위한 기술자립을 천명하고, 2035년까지 사회주의 현대화를 실현하고, 국내총생산(GDP)이 미국을 능가하는 세계 최대 경제대국이 된다는 목표를 제시하고 있다. 우리에게는 새로운 기회가 생기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세계적인 현상이지만 중국에도 코로나19 극복 과정에서 엄청난 자금이 풀렸다. 모든 나라는 유동성이 넘쳐나고 있다. 중국 정부는 과도하게 풀린 자금이 인플레를 유발하거나 부동산이나 투기성이 강한 분야로 흘러들어가지 않도록 '차단 벽'을 치고 있다. 경제의 대외 의존성을 줄이기 위해 ‘쌍순환(雙循環)’ 전략을 펼치면서 내수시장 확장에 행정력을 집중하기 시작했다.

중국 기업들은 기술력을 가진 국외 기업의 인수나 합병을 통해 기술을 이전받거나, 해외시장을 개척하는 것이 정상적임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방해와 서방기업들의 경계심으로 그마저도 어려운 상황이다. 특히, 미국 첨단 기술의 중국 이전은 상당한 제약을 받고 있다. 기업 성장이나 발전의 동력은 기술 축적이 바탕이 되어야 하는데, 중국이 상당한 어려움에 봉착해 있는 것이다.

중국의 어려움은 우리에게는 중국과 합자(작)를 추진 할 수 있는 기회다. 한·중간의 산업구조는 유사한 측면도 많지만, 상호 보완성이 있는 분야도 적지 않게 존재한다. 한국을 벤치마킹하거나 한국으로부터 기술을 이전 받는 것이 손쉽고 비용이 적게 든다. 한국은 미국과 유럽을 위시하여 세계의 주요경제권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이미 체결하고 있는 무역대국이다. 중국은 한국의 이러한 자유무역 플랫폼을 활용하고 싶어하는 욕구도 가지고 있다. 중국은 다른 나라들에 비해 우리의 기술을 이전 받을 수 있는 산업 구조적 토양을 갖추고 있는 것도 높이 평가할 만하다.

한국의 대표기업인 삼성전자는 매출액의 90%를 해외에서 올린다. 한국기업이 글로벌 기업으로 성공하려면, 국내시장보다 해외시장에서 더 좋은 성과를 내야 가능한 일이다. 국내의 시장 규모로는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는데 한계가 존재한다. 첨단기술을 가진 한국기업이라면 중국 진출을 마다 할 이유가 없다.

미국이나 유럽시장은 성장의 한계에 부딪힌 데다가 경쟁이 치열한 제로섬 게임이 작동하는 지역이다. 반면, 중국은 다양한 분야와 산업발전 단계의 스펙트럼을 가진 역동적인 시장을 가지고 있고, 비교적 쉽게 기업공개(IPO) 할 수 있는 제도도 갖추고 있다. 성공할 경우 한국에서 보다 10배 이상의 실적을 올릴 수 있는 매력을 가지고 있는 게 중국 시장이다. 

한국에는 중국의 사드(THAAD, 고고도미사일 방어체계) 배치에 대한 보복으로 인한 여행객의 급감, 북한과 중국의 밀월 관계, 미·중 무역분쟁에 대한 미국 편을 드는 시각, 최근 BTS에 대한 중국의 민감한 반응 등으로 중국을 싫어하는 부류가 상당히 증가하고 있다. 그럴 필요가 전혀없다. 미·중간 대결은 하버드대 교수인 그레이엄 앨리슨의 분석과 같이 우리와 직접 관련이 없는 구조적으로 필연적인 ‘운명적 전쟁(Destined for War)’으로, 양국간의 패권 경쟁으로 생겨난 것이기 때문이다. 

중국은 정치와 경제가 하나로 움직이는 나라다. 우리는 중국과 다른 체제를 가진 나라임에도 불구하고 우리 스스로가 중국이나 미국의 페이스에 말려들어 적지 않은 피해를 받고 있는 실정이다.

우리 정부는 정치와 경제를 분리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대응하는 강력한 전략을 가지고 있어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중국에 대한 무지와 선입견, 잘못된 감정으로 부를 얻을 수 있는 기회를 상실해서는 안 된다. 진정으로 중국을 이기는 것은 우리가 중국에서 더 많은 부를 얻는 것이다.

호랑이를 잡으려면 호랑이 굴로 들어가는 수 밖에 없다. 많은 한국 기업이 중국 기업과 합자(작)하거나, 전문경영자들이나 기술자들이 중국으로 진출해 한·중간의 가교 역할을 함으로써 한중 우호에 기여하고 국익에 도움이 되는 역할을 해야 한다. 한·중 양국은 서로를 미워하거나, 극단적이고 폐쇄적인 사고로는 한 발자국도 앞으로 전진할 수 없다. 가슴을 열어젖히고 줄 것은 주고 받을 것은 받는 열린 모습을 가질 때 서로가 발전할 수 있다.

올해 네티즌과 여론, 그리고 일부 세력의 반발로 삼성전자 출신 장모 사장은 중국 시스템반도체 기업인 ‘ESWIN과기그룹(奕斯伟科技集团)’ 진출을 포기했다. 이는 우리가 매우 속 좁은 사고를 하고 있다는 점을 적나라하게 보여준 사례다.

장 사장의 중국 진출이 좌절된 것은 기술과 인력 유출에 대한 우려 때문이었다고 한다. 중국 대기업에서 한국인이 요직을 차지한다는 것은 약간의 우려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중국 기업에서 10년 이상 근무해 본 필자의 경험에 비추어 보면, 한국인이 중국 대기업에 근무한다는 것은 실보다 득이 훨씬 많다.

중국의 중요한 산업체 내에 한국인 네트워크가 존재한다는 것은 매우 다행스럽고, 한국의 소중한 인적 자원이라고 볼 수 있다. 장 사장은 삼성전자라는 한국 최고의 기업에서 성장한 분으로 인품과 애국심을 가진 중국 전문가로 알려져 있어 안타깝다.

중국은 우리와 이미 경제적으로 뗄 수 없는 관계로 엮어져 있다. 우리의 옆집에 엄청난 규모를 가진 중국이라는 시장이 존재한다는 현실을 기회로 받아들이는 적극적인 자세가 필요하다. 중국은 상하이에서 국제수입박람회(CIIE)를 개최하고 중국의 내수 구매력을 과시하며, 어려움에 처한 세계 기업들을 유혹하고 있다. 중국 시장을 우리의 내수시장으로 인식해야 국익에 도움이 된다. 한중 합작(자)으로 양국이 상호 윈윈(Win-Win) 하는 모델인 합자(작)를 시급히 만들어 나가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