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트그룹 상장 무기한 연기"…세계 최대 IPO 물건너가나

2020-11-03 23:13
중국 금융규제 비판한 마윈...앤트그룹, 홍콩·상하이 상장 중단
상하이거래소 "이번 사건으로 상장 조건 부합하지 않을 수도"

중국 대표 유니콘(기업가치 10억 달러 이상의 비상장 스타트업) 기업이자, 알리바바 그룹의 금융 자회사인 앤트그룹(구 앤트파이낸셜)의 홍콩·상하이 증시 상장이 중단됐다. 

상하이증권거래소는 3일 공고문을 통해 오는 5일로 예정됐던 앤트그룹의 상하이판 나스닥'이라 불리는 벤처 스타트업 기업 전용증시 커촹반 상장을 잠정 중단한다고 밝혔다.

상하이증권거래소는 "이번 결정은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과 증권감독관리위원회, 은행관리감독위원회, 외환관리국 4개 기관이 마윈 알리바바 전 회장, 징센둥 앤트그룹 최고경영자(CEO), 후샤오밍 CEO 등 앤트그룹의 주요 경영진과 관리·감독과 관련한 '예약 면담'을 한 것과 관련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에서 '웨탄(豫談)'이라고 부르는 예약 면담은 정부 기관이 감독 대상 기관 관계자들이나 개인을 불러 공개적으로 질타하고 요구 사항을 전달하는 것이다. 

상하이증권거래소는 이번 사안을 '중대한 사건'으로 규정하면서 이번 사건으로 앤트그룹이 상장 조건에 부합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밝혔다. 또 이번 조치는 관련 규정에 따른 것이며, 규정에 따라 앤트그룹과 보증인은 관련 사실을 공고해야 한다고도 했다. 

이번 조치에 구체적인 기한을 언급하지 않은 것으로 미뤄봤을 때 앤트그룹의 상장은 사실상 무기한 연기된 셈이다.

이는 마윈이 중국 금융당국의 보수적 체질을 강력히 비판한 데 따른 것이다. 

앞서 지난달 24일 마윈은 상하이에서 열린 와이탄금융서밋 기조연설에서 "좋은 혁신가들은 감독을 두려워하지 않지만 뒤떨어진 감독을 두려워한다"며 "기차역을 관리하는 방식으로 공항을 관리할 수 없듯이 과거와 같은 방식으로 미래를 관리해나갈 수는 없다"고 밝혔다.

그는 특히 당국이 '위험 방지'를 과제로 앞세워 지나치게 보수적인 감독 정책을 취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마윈은 "현재 중국의 금융 시스템의 문제를 건전성 문제가 아니라 금융 기관들이 제 역할을 하지 않는 '기능의 부재'"라고도 했다.

상하이증권거래소 발표 직후 앤트그룹은 홍콩 증시 상장도 무기한 연기됐다고도 밝혔다. 

앤트그룹의 무기한 상장 연기 소식이 전해지자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상장된 알리바바 주가는 오전 8시50분(현지시간) 정규 주식시장 개장 전 시장인 프리마켓(Pre-market)에서 7% 이상 하락하고 있다.
 

[사진=웨이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