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광군제 앞두고 공장 풀가동…블루칼라 몸값 치솟아

2020-10-29 15:09
화이트칼라보다 높은 몸값···너도나도 모셔가는 블루칼라
올초 최저치였던 블루칼라 고용지수 9월 사상 최고점
中소비 회복세, 쇼핑시즌 앞두고 몰리는 주문···공장 풀가동
실업률 두달째 하락세···다만 양질의 일자리 여전히 '부족'

중국 제조업 생산직 근로자. [사진=로이터]


"공장마다 사람이 부족해요." 중국의 한 인력채용회사 담당자 저우펑(周峰)은 요새 공장마다 생산직 근로자 구하기가 어렵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최근 한 장쑤성 전자공장에 알선해 준 월급 8000위안의 저숙련 노동자를 며칠 뒤 바로 옆 공장에서 1만 위안(약 168만원) 월급을 내걸어 바로 채갔다고도 토로했다. 

29일 중국 21세기경제보는 이같은 사례를 들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한동안 침체됐던 제조업 생산직 근로자, 이른바 블루칼라 고용시장에 훈풍이 불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는 최근 중국 소비가 회복세를 보이는 데다가, 내달 중국 최대 쇼핑시즌인 11월 11일 광군제(光棍節)를 앞두고 각지 공장마다 풀가동된 데 따른 영향이다. 

◆ 화이트칼라보다 높은 몸값···너도나도 모셔가는 블루칼라

중국 제조업 밀집지역인 창장삼각주 지역 인력채용 전문회사 즈먀오과기 장펑 총재는 "코로나19 사태가 심각했던 2월만 해도 채용 의뢰 건수가 '제로(0)'였는데, 5월부터 차츰 수요가 생기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9월부터 블루칼라 채용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났다"며 "전년 동기 대비로 60% 증가했다"고 말했다. 

심지어 블루칼라 몸값이 대졸자를 뛰어넘는 등 임금 체계가 뒤바뀌는 현상도 나타났다고 했다. 장 총재는 "그간 채용인력의 평균 임금을 살펴보면 대졸자 월급이 4000위안 이하로 가장 낮고, 전문대졸 월급이 이보다 많은 4500위안, 실업고 월급이 5000~6000위안"이라고 말했다. 그는 "대졸자가 가장 높았던 기존의 임금 체계가 완전히 거꾸로 뒤바뀌었다"며 "특히 블루칼라 대부분 월급이 1만 위안을 넘었다"고 말했다. 

◆ 올초 최저치였던 블루칼라 고용지수 9월 사상 최고점 

통계수치에서도 블루칼라 고용시장 호황세는 그대로 나타난다. 24일 중국 인력자원사회보장부가 발표한 3분기 '중국 100대 구인난 직종 순위'를 살펴보면 새로 순위에 진입한 28개 직종 중 19개가 제조업 관련 직종이었다. 또 구인난이 비교적 심각한 15개 직종 중 5개가 제조업 관련이었다. 

중국 인민대 중국취업연구소가 발표한 '3분기 중국 블루칼라 고용시장 경기보고서'에서도 마찬가지다. 보고서에 따르면 3분기 블루칼라 고용지수는 사상 최고치인 3.0포인트를 기록했다. 2분기 1.55포인트에서 갑절로 늘어난 것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 1.83포인트도 훌쩍 뛰어넘었다.

올초까지만 해도 춘제(설 연휴) 전후로 블루칼라 고용지수는 최저치를 기록했는데, 5월부터 서서히 반등하기 시작하더니 9월 최고점을 찍은 것이다. 
 

블루칼라 고용지수 [자료=중국 인민대 취업연구소]


◆ 中소비 회복세, 쇼핑시즌 앞두고 몰리는 주문···공장 풀가동

이는 코로나19 충격을 입은 제조업 경기가 차츰 회복된 데 따른 결과다. 특히 3분기 들어 중국 내 소비가 차츰 회복세를 보이고, 내달 11월 11일 광군제도 예정돼 있어 공장마다 주문이 밀려들어오고 있다.

게다가 추수감사절(11월 네 번째 목요일)을 기점으로 진행되는 미국 최대 쇼핑 행사 '블랙 프라이데이'와 성탄절 시즌이 다가오면서 해외 주문도 밀려오고 있다. 인도 등 다른 지역에서 코로나19 확산세로 공장 가동을 멈추자 중국으로 주문이 몰리는 것이다. 

실제로 허베이의 한 방직공장은 9월 들어 폭발적으로 증가한 해외 주문에 3교대로 24시간 공장을 풀가동하면서 근로자가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라고 한다. 

광둥성 산터우의 한 속옷 공장도 올해 광군제 주문량이 지난해 같은기간보다 300% 급증하면서 생산라인을 늘리고 인력을 구하는 데 안간힘을 쓰고 있다. 현재 생산 중인 여성용 속옷만 20만벌인데, 이를 주문한 대다수 고객은 중국 최대 온라인쇼핑몰 타오바오 왕훙(網紅, 온라인 인플루언서)이나 라이브스트리밍 쇼호스트로 알려졌다. 

◆ 실업률 두달째 하락세···다만 양질의 일자리 여전히 '부족'

제조업계 노동자 수요 급증으로 중국 고용시장 압력도 서서히 해소 중이다.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8~9월 중국 도시 농민공 실업률은 두달 연속 하락했다. 7~8월 도시 조사 실업률도 각각 5.7%, 5.6%로 줄고 있는 추세다. 

​장이 중국 국가통계국 인구취업통계사 사장(국장급)은 "3분기 들어 중국 경제가 회복세를 보이며 각 경제지표가 눈에 띄게 개선됐다"며 "이는 고용시장 안정의 중요한 기반이 됐다"고 진단했다.

다만 대부분이 저숙련 노동자 일자리로, 아직까지 대졸자 이상의 양질의 일자리가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쩡샹취안 중국취업연구소 소장은 "블루칼라 고용시장 회복세가 대졸자 시장보다 가파르다"며 "하지만 일자리의 질 향상이나 구조적 문제는 여전히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일부 업종은 여전히 코로나19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해 일부 계층의 소득 감소세가 비교적 두드러진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