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화 강세에도 외국인 '싸늘'…"경제 펀더멘털 회복돼야"
2020-10-23 06:00
증시 자금 유입 둔화…순매수 감소세
"수출 회복·금리 상승 동반돼야"
"수출 회복·금리 상승 동반돼야"
중국 위안화 가치 강세에 따른 원·달러 환율 하락에도 외국인이 국내 주식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그동안 원화 가치 상승 시 환차익 효과를 노린 외국인들의 자금이 증시에 유입됐는데 최근 유입 속도는 과거와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22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 대비 1.0원 상승한 1132.9원으로 마감했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상승 마감했지만 지난 20일 약 1년 6개월 만에 1130원대로 떨어진 이후 3거래일 연속 1140원선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 5월 1230원대를 기록했던 원·달러 환율은 소폭 하락세를 유지하다 지난달 말부터 하락폭을 키웠다. 지난달 말 1169.5원이었던 원·달러 환율은 이날까지 총 3.13% 하락했다.
전문가들은 최근 원화 가치 상승 추세와 외국인의 순매수세가 과거와는 다른 양상을 띠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가파른 원화 강세 현상이 이어지고 있지만 국내 주식시장으로 외국인 자금이 유입되지 않으면서 원화와 외국인 투자 간 괴리 현상이 확대되고 있다"며 "이전에는 원화 강세 국면에서 국내 증시가 양호한 흐름을 보인 바 있고 외국인 자금도 순유입됐으나 최근 현상은 이전과는 다소 다른 양상"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수출 사이클 회복이 뚜렷하지 않기 때문"이라며 "주가가 강한 상승세를 기록하는 국면에서 원화 강세와 수출 호조가 동반됐지만 원화 강세에도 불구하고 낮은 수출 증가율을 기록한 국면에서 주가는 완만한 상승세를 기록한 바 있다"고 말했다.
다만 국내 수출이 지난달부터 회복세를 보이고 있어 국내 경제 펀더멘털 개선에 따른 외국인 자금 유입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관세청에 따르면 이달 1일부터 20일까지 통관 기준 잠정 수출액은 252억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8% 감소했다. 다만 조업일수가 지난해보다 1.5일 적었던 점을 감안하면 1일 평균 수출액은 5.9% 증가했다.
박 연구원은 "국내 수출 경기가 본격적인 회복세에 진입했다고 판단하기 이르지만 국내 수출 증가율이 지난달부터 회복세를 보인 점은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원화 강세에 국채금리 상승도 동반돼야 외국인 자금 유입을 기대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원화 가치가 상승한다고 해서 늘 외국인이 매수하지는 않았다"며 "2015년 이후로는 미국 장기금리와 한국 기준금리 방향과 외국인 투자자들의 순매수 동행성이 높았기 때문에 원화 가치 상승과 함께 금리 상승도 동반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최근 미국 장기금리 하락세가 진정되고 미국과 유럽의 코로나19 상황이 악화되고 있다"며 "미국의 경기 부양책 합의도 지연되고 있어 금리 하락 압력이 높아지고 있지만 현 시점에서 미국이나 한국의 장기금리가 크게 하락할 여지도 많지 않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