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을의 반란...주택업계, HUG '갑질 사례' 취합
2020-10-20 14:36
낮은 분양가 강요·독점 공기업 지위 남용 등
결과 종합되면 국회·정부에 건의안 제출 예정
정부 "언론·업계 문제제기 수용해 개선할 것"
결과 종합되면 국회·정부에 건의안 제출 예정
정부 "언론·업계 문제제기 수용해 개선할 것"
전국 시행사와 조합 등 주택사업자들이 ’주택도시보증공사(HUG)’로 인한 피해사례 조사에 나섰다. 분양가심사 권한을 독점한 공기업 지위를 이용해 갑질하거나 객관적인 사유 없이 임의대로 낮은 분양가를 강요하는 등의 불합리한 관행을 더 이상 참을 수 없다는 것이다.
앞선 본지 취재 결과, 다수 분양가심사에 부서장 등 개인이 미치는 영향력이 적지 않다는 점과 실제 갑질 사례가 녹취록으로 드러난 바 있다. 정부는 최근 언론 보도와 국회 국정감사에서 나온 지적사항을 고려해 올해 말까지 분양보증 독점 문제에 관한 해결책을 내놓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관해 HUG 측은 업무 특성상 일부 정성평가 요소가 업무에 반영됐을 수 있지만, 각종 논란과 달리 적합한 내부 절차에 따랐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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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익명을 요청한 A단체에 따르면 이 단체는 전국 시행사와 조합 등으로 지난달 말 ‘주택보증공사 고분양가 사업장 심사기준 피해사례 조사’ 공문을 보냈다.
실제로 이 공문을 받은 B시행사 관계자는 “할 말은 너무 많지만, 익명 보장이 안 될 가능성이 매우 크고 나중에 보복을 당할 수 있기에 별도로 피해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고 했다.
이 업체는 최근 HUG 측에서 공개한 모든 분양가 심사기준을 충족했음에도 별도의 안내 없이 분양보증을 거부당했고, 항의도 받아들여지지 않아 현재 준공 후 분양하기 위해 금융사와 접촉하고 있다.
A단체는 제보받은 내용을 바탕으로 분양가심사 제도에 관한 불합리성과 개선방안을 국회와 정부에 전달할 계획이다.
이번 사안의 핵심은 HUG에서 발급하는 분양보증서다. 정부는 주택사업자가 준공 전 분양(선분양)하려면 HUG로부터 ‘분양보증서’를 반드시 발급받도록 하는 방식으로 분양가를 통제해왔다.
새 주택의 분양가격이 주변 시세보다 5% 이상 높은 곳은 보증서를 내주지 않는 방식으로 공급 자체를 못하게 막는 구조다.
문제는 이 보증서 발급 업무를 공기업인 HUG 한 곳에서만 담당하는 데다 분양가를 결정할 ‘주변 시세‘에 관한 심사기준이 모호하고, 알 수 없는 이유로 보증서 발급이 거부된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특히 지난 4월 한 지방사업본부장 입에서 “우리는 사업자와 협상하는 위치가 아니다”라거나 “우리가 지시하는 거에 따르면 사업을 하고, 아니면 못한다”는 식의 발언이 나와 심사 자체가 자의적인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왔다.
최근 이 의혹은 사실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19일 국정감사에서 HUG가 공개하지 않던 ‘고분양가 사업장 심사규정 시행세칙’에 “영업부서장은 현장방문을 통해 조사한 내용을 반영해 비교사업장을 선정할 수 있다”는 문구가 있었던 것이다.
일반에 공개됐던 심사규정은 '해당 지역에서 최근 1년 이내에 분양한 아파트 중에서 입지·단지 규모·브랜드 세 가지 중 두 가지 이상의 유사 기준을 충족한 단지'뿐이었다.
하지만 현재까지 분양가심사가 실시된 205곳 중에서 18곳은 위 기준을 충족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본부장 직권으로 보증서가 발급된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심지어 지난해 8월 HUG 경기지사에서는 한 사업장으로부터 3.3㎡당 분양가를 1050만원에 해달라는 부탁을 받아 보증서를 내줬다는 의혹이 일어 현재 감사원 감사를 받고 있다.
정부는 오는 12월 말까지 분양보증서 발급 업무 독점 문제에 관한 해결책을 마련키로 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외부 기관에 맡긴 관련 연구용역 결과가 올해 말 나오는 대로 독점 체제를 유지하는 것이 좋은지 결론을 내겠다”며 “최근 언론에서 제기된 각종 문제가 모두 연구용역 결과에 반영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HUG 관계자는 "심사 특성상 모든 업무가 공식처럼 결정되지 않고 정성적인 요인이 들어가는 만큼 업계에서 다소 임의로 결정되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안다"고 공감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하지만 모든 업무는 절차에 따라 적합하게 처리됐고, 세칙에도 불구하고 지사장 등 개인 맘대로 심사 결과를 결정하는 구조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