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힘들다"던 택배기사 또 사망…커지는 '과로사 논란'

2020-10-19 16:10
CJ대한통운·쿠팡·한진택배 연이어 노동자 3명 사망
대책위 "연이은 사망 사건, 왜 현실 개선 안 되나"
대표들 국감장 증인 채택 촉구·노동부 긴급 점검

한진택배 서울 동대문지사 소속 김모씨(36)가 보낸 카카오톡 메시지. [사진=전국택배연대노동조합]

CJ대한통운, 쿠팡 택배기사에 이어 이번엔 한진 택배기사가 사망했다. 이달 들어 세 번째, 올해 들어 10번째 비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여파로 택배 물동량이 급증한 가운데 택배 산업 종사자 사망 사고가 잇따라 발생하자 과중한 업무 부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19일 전국택배연대노동조합에 따르면, 한진택배 서울 동대문지사 소속 김모씨(36)가 지난 12일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김씨가 연락도 없이 출근하지 않자 동료가 자택으로 찾아가 김씨를 발견했다. 

사측은 해당 택배기사가 평소 지병이 있었다는 점과 업무 처리량이 상대적으로 많지 않았다는 점을 근거로 들며 과로사가 아니라는 입장을 발표했다.

그러나,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대책위)는 이날 오전 서울 중구 한진택배 본사 앞에서 김씨의 죽음과 관련해 기자회견을 열고 사측의 안이한 대처를 비판했다. 대책위는 김씨가 하루 200~400여건을 배송한 것을 근거로 들면서 "명백한 과로사"라고 주장했다.

특히, 1년 3개월간 택배기사로 근무한 김씨는 지난 12일 새벽 4시 28분께 "너무 힘들다. (일부) 물량을 안 받으면 안 되겠냐"는 내용의 문자를 남긴 뒤 나흘 만에 사망했다고 했다. 통상 오전 7시부터 시작되는 택배기사의 일과를 감안하면, 김씨는 지난 7일부터 이튿날인 8일 새벽 4시 반까지 내리 21시간을 일한 것으로 추정된다는 것이다.

지난 6일에도 301개의 택배물품을 배송했을 뿐 아니라, 추석연휴 직전에는 △22일 323개 △23일 301개 △24일 318개 △25일 249개 △26일 220개 등 사측이 주장하는 '200개 내외'를 훨씬 상회하는 물량을 배송한 것으로 노조 측은 파악하고 있다.

한진택배는 CJ대한통운보다 물량이 적어 상대적으로 배송구역이 넓은데, 이를 고려하면 200건을 배송한다고 해도 총 배송 시간은 업계 1위인 CJ대한통운의 300~400건에 맞먹는 수준이라는 게 주요 입장이다. ​

박석운 대책위 공동대표는 기자회견에서 "연이은 사망 사건에도 왜 이런 현실이 개선되지 않는지 절박한 심정"이라며 "긴급명령을 해서라도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지난 8일 CJ대한통운 소속 40대 택배기사 고(故) 김원종씨가 배송 작업 도중 가슴 통증 등을 호소해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졌고, 지난 12일에는 경북 칠곡 쿠팡 물류센터 노동자인 20대 장모씨가 사망했다.

국정감사 중인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정의당 의원들은 CJ대한통운, 쿠팡, 한진택배 대표 등에 대한 국감 증인 채택을 촉구했다. 양이원영 민주당 의원은 "국감 기간에만 3명이 죽었다"며 "CJ대한통운 외에도 쿠팡과 한진택배 대표를 불러 개선방안에 답을 듣는 자리를 국회에서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은미 정의당 의원은 김범석 쿠팡 대표를 특정해 증인 출석을 요구하고 나섰다. 강 의원은 "쿠팡은 물류뿐만 아니라 전반적으로 시스템에 문제가 많다"면서 "쿠팡이 납득하기 어려운 이유로 현재까지 증인채택 되지 않고 있는데 최근에 다시 사망자가 발생한 상태이니 쿠팡 대표가 국감 때 증인으로 나올 수 있도록 방안을 찾아달라"고 밝혔다.

정부는 급하게 택배사를 대상으로 안전·보건조치가 제대로 이뤄졌는지 점검하기로 했다.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은 같은 날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고용노동 위기 대응 태스크포스(TF) 대책회의에서 "CJ대한통운, 한진택배 등의 주요 서브 터미널 40개소와 대리점 400개소를 대상으로 이달 21일~다음달 13일 과로 등 건강장해 예방을 위한 안전보건조치 긴급점검을 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