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모가 대비 시초가 2배 기업 수두룩… 기관만 배불리는 청약제도 손봐야

2020-10-18 17:29

공모주 청약 시장 광풍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공모가 대비 시초가가 두 배로 형성된 기업들이 10개 중 3개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개인 투자자가 배정받는 물량이 턱없이 낮아 기관과 외국인들만 배불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8일 한국거래소 공시시스템(KIND)을 보면 올해 하반기(7월 이후) 신규 상장기업은 31개(스팩제외)로 나타났다. 이들 새내기종목의 공모가 대비 시초가는 평균 36.08%로 형성된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공모가 대비 시초가가 100%를 기록한 기업은 11개로 전체의 35.48%에 달한다.

시초가가 공모가의 두 배를 기록한 종목은 빅히트를 필두로 △카카오게임즈 △한국파마 △이루다 △제놀루션 △티에스아이 △에이프로 △신도기연 △위더스제약 △에스케이바이오팜 △마크로밀엠브레인 등이다.

시초가가 높게 형성되면 대규모 물량을 배정받은 기관과 외국인이 수혜를 받는다. 차익을 위해 장 시작과 동시에 매도할 경우 본전 이상을 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곧 대규모 물량이 시장으로 풀릴 수 있다는 점에서 개인 투자자들에게는 오히려 마이너스다.

이는 최근 상장한 빅히트가 대표적인 예다. 빅히트 주가는 상장 첫날인 지난 15일 4.44% 하락한 데 이어 16일에도 22.29% 급락했다. 이틀간 하락률은 25.74%에 달한다. 이 기간 중 3091억원어치를 내다 판 기존 주주(기타법인)를 비롯해 외국인과 기관이 합쳐 1000억원에 달하는 물량을 쏟아냈다. 합치면 4000억원에 달하는 규모다. 반면 개인은 4038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또 추가로 풀리는 의무보유 주식들도 문제다. 1개월 안에 의무보유 기간을 마치고 시장에 풀리는 기관투자자 보유 빅히트 주식은 총 152만7000여주다. 이는 기관이 배정받은 총 3384만6000여주 중 35.68%에 달하는 규모다. 이 중 1만3000여주는 의무보유 기간이 15일, 26만2000여주는 1개월이다. 현재 유통 가능한 빅히트 주식이 약 670만주임을 고려하면 이의 약 23%에 해당하는 물량이 시장에 새로 추가된다는 얘기다.

또 상장된 보통주 외에 상환전환우선주 88만8000여주도 언제든지 보통주로 전환돼 추가 상장될 수 있는 상태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유동성 장세에 힘입어 공모주 청약시장이 크게 활성화된 가운데 개인들이 배정받는 물량은 큰 변화 없이 20%에 불과하다”면서 “시초가가 높게 형성되면 대규모 물량을 배정받은 기관과 외국인들만 유리하다”라고 지적했다.

또 청약 경쟁률이 치열해 지면서 개인 투자자가 받을 수 있는 주식이 얼마 되지 않는 것도 문제다. 실제로 SK바이오팜의 경우 증거금 1억원을 넣었을 때 12주를 배정받았다. 빅히트는 공모주 청약 당시 최종 경쟁률은 606.97대 1로 1억원의 증거금을 넣으면 2주만 받을 수 있었다.

정부와 정치권은 개인이 배정받는 공모주 비중을 늘리는 방안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 출석해 “일반 투자자에게 배정하는 공모주 물량 20%에서 소액 투자자가 불리한 부분을 개선하겠다”고 말했다. 이광재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우량공모주의 일반투자자 배정비율을 확대하고 소액투자자에 대한 우대 방안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하지만 언제 시행될지 여부는 현재까지 미지수다. 금융투자업계는 내년 IPO시장이 올해보다 큰 만큼 빠른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는 데 입을 모은다.

내년 IPO를 앞두고 있는 대어급 기업은 LG에너지솔루션과 크래프톤, 카카오뱅크, 카카오페이, 카카오페이지, SK바이오사이언스 등이다. SK증권은 이들 6개 업체의 총 기업가치는 약 78조원, 공모규모는 약 15조원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방탄소년단(BTS)이 소속된 빅히트 엔터테인먼트의 일반 공모 청약 현장 모습, [사진=NH투자증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