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라임사건 세팅 끝…변호하는 척만 해달라"
2020-10-18 14:47
전관변호사 A씨, 경력 짧은 변호사 물색
검찰과 입맞췄다며 김봉현 변론 의뢰
검찰과 입맞췄다며 김봉현 변론 의뢰
법률전문대학원(로스쿨) 출신의 젊은 변호사 J씨(35)는 지난 5월경 '라임 사태 관련자의 변론을 맡아달라'는 의뢰를 받았다. 알고 보니 J변호사가 맡아야 할 피의자는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
사회적으로 이목이 집중되는 큰 사건을 맡게 된 J변호사는 처음엔 두말할 것도 없이 맡을 생각이었다. 하지만 그는 몇 분 뒤 단칼에 사건 수임을 거절했다.
"검찰하고 세팅이 끝났어요. 변호사님은 (피의자가 검찰청에 갈 때)같이 왔다갔다해 주시기만 하면 돼요."
J변호사는 "정말 불쾌하고 자존심 상하는 일이었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알고 보니 그런 연락을 받은 것은 J변호사뿐이 아니었다.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이 무렵 서울 서초동 법조계에서 비슷한 제안을 받았던 변호사는 확인된 것만 두세 명이 넘는다. 대체로 젊은 데다 경력이 그리 많은 것도 아니라서 대형사건을 혼자 맡기에는 벅차 보이는 경우가 많았다.
변호사 물색도 김 전 회장 측이 아니라 검찰 출신 전관 변호사 A씨가 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A씨는 라임사태 핵심 피고인인 김 전 회장이 언론에 보낸 입장문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 수사 때 주임검사"이자 "윤석열 라인 핵심"으로 지목했던 바로 그 변호사다.
그러니까 "사건 세팅이 끝났다"는 A변호사 말은 허언이 아니었던 것으로 보인다. 전직 검찰고위직인 A변호사 자신을 대신해 현장을 다니며 말 그대로 '변론하는 척' 해줄 '어쏘(대리) 변호사'를 찾고 있었던 셈이었다.
이와 관련해 김 전 회장은 "A변호사는 억대의 고액수임료를 받으면서도 계약서 작성은 물론 전면에 나서지도 않았으며 대신 '어쏘 변호사'를 앞세워 뒤에서 검찰과 막후 역할을 했다"고 밝혔다.
한편 김 전 회장은 "검찰이 수사를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이끌고 갔다"면서 "검찰 고위직 출신으로 노무현 전 대통령을 수사했던 A변호사가 서울남부지방검찰청 수사팀과 함께 사건을 조작했다"고 폭로했다.
특히 "(A변호사가) 윤 총장에게 힘을 실어줄 강력한 한방이 필요하다"거나 "형사6부가 합수단(합동수사단) 역할을 하고 있고 부장검사도 '윤석열 키즈'라면서 라임 사건에 윤 총장 운명이 걸려 있다며 청와대 강기정 수석 정도는 잡아야 수사팀이 도와줄 것"이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그는 윤 총장이 '전체주의'를 발언한 뒤 분위기가 급변하면서 "최초 카더라식 보도와 짜 맞추기‧먼지털이식 수사가 진행됐다"면서 “당해보니 검찰개혁이 시급함을 알게 돼 폭로하게 됐다"고 주장했다.
윤 총장은 지난 8월 3일 신임 검사 신고식에서 "헌법 핵심 가치인 자유민주주의는 평등을 무시하고 자유만 중시하는 게 아니다. 이것은 민주주의라는 허울을 쓰고 있는 독재와 전체주의를 배격하는 진짜 민주주의를 말하는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서초동 한 변호사는 "(J변호사 같은 사례는) 변호사업계에서는 꽤 알려졌던 이야기"라면서 "처음에는 검찰 고위직 전관 변호사의 '갑질'이나 '예의 없는 행동'이 낳은 다소 황당한 에피소드 정도로 받아들이는 사람이 대부분이었지만 나중에 실체를 알고 다들 놀라는 분위기"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