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3년간 국내 증권사가 내놓은 투자의견 리포트 가운데 ‘매도의견’은 0.07%에 불과하고, 국내 증권사 셋 중 두곳은 매도의견을 단 한건도 내지 않은 것으로 14일 밝혀졌다. 외국계 증권사 14곳은 모두 매도의견을 한건 이상 내서 국내 증권사의 ‘묻지마 매수’ 행태가 심각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이정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금융감독원에서 제출받은 ‘최근 3년간 증권사별 투자의견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17년부터 올해 8월까지 31개 국내 증권사에서 낸 투자의견 리포트 7만8297건 가운데 매도의견은 단 55건으로 0.07%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같은 기간 매수 의견은 6만9690건(89.0%), 중립의견은 8552건(10.9%)으로 확인됐다.

특히 최근 3년간 매도의견을 한 건도 내지 않은 증권사는 △삼성증권 △KB증권 △신한금융투자 등 21곳에 달했다. 1건 이상 매도의견을 낸 곳은 △대신증권 △키움증권 △DB금융투자 등 단 10곳에 불과했다.

반면 외국계 증권사는 매수의견이 2만3434건(71.0%), 중립의견 6597건(20.0%), 매도의견 2992건(9.1%) 등으로 국내 증권사에 비해 균형감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현행 자본시장법은 증권사가 기업에 대한 매수의견 리포트를 내고 24시간 내에 해당 주식을 거래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는데 이를 위반한 사례도 있었다. NH투자증권은 지난 2015년부터 회사가 사둔 특정 주식에 대해 ‘매수’ 리포트를 내고 24시간 내에 해당 주식을 매도하는 방식으로 13개 기업 주식 21억원을 거래했다가 4년 뒤 금융감독원에 적발돼 제재를 받았다.

그렇지만 금융감독원이 이런 불법행위를 적발하고도 지난 5년간 중징계를 단 한 차례도 내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증권사 투자리포트 관련 금감원 제재현황’ 자료에 따르면, 투자리포트를 낸 뒤 매매 제한규정을 위반하거나, 리포트를 내기 전 제3자에게 먼저 제공하는 등 최근 5년간 벌어진 39건의 부정행위에 대해 중징계를 내리지 않았다.

금감원은 △자율처리(회사 자체징계) 3건 △경영유의 8건 △개선요구 15건 △현지조치(구두) 12건 등의 처분을 내렸는데, 대부분 회사의 자율적인 개선을 요구하는 수준에 그쳤다.

이 의원은 “객관적이고 정확한 정보를 제공해 투자자들의 판단을 도와야 할 증권사 리포트가 오히려 ‘묻지마 매수’를 부추기고 있다”며 “매수의견만 남발하며 개미 투자자들을 울리는 국내 증권사의 리포트는 더이상 신뢰하기 어렵다”고 했다.

이어 “특히 투자자들에게는 ‘매수’를 외치면서 자기들은 뒤에서 몰래 팔아치우는 증권사들의 불법행위에 대해 금감원은 ‘솜방망이’가 아닌 ‘철퇴’를 내려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