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칼럼] 고령자의 소비 격차 해소, 촘촘히 대응해야

2020-10-14 15:09
배순영 한국소비자원 정책연구실장

배순영 한국소비자원 정책연구실장. [사진=한국소비자원]

우리는 계층 간 격차가 이분화된 사회에 살고 있다. 이 같은 격차가 악성화돼 우리 사회를 병들게 하지 않도록 사회 각 분야에서 격차 해소를 위한 정책이 쏟아지고 있지만, 좀처럼 효과는 나타나지 않는 것 같다. 고령자의 소비 격차 해소 역시 마찬가지다.

전통적으로 고령자는 소득 감소와 건강 등 이유로 비고령자에 비해 소비생활 만족도가 낮고, 시장 급변에 따른 소비자 소외를 느끼기 쉬운 집단이다. 사실 최근 고령자 소득 증가와 교육 수준 상승, 고령 친화산업의 성장 등으로 시장에서의 소외와 격차는 완화되는 추세였다.

그러나 올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생활 전반이 비대면 방식으로 전환되면서 고령자의 소비 격차는 다시 커지고 있다. 음식 배달, 마스크 등 일상 소비재 구매, 교통편 예약, 저금리 인터넷 금융 등이 대부분 온라인으로 이루어짐으로써, 고령자들은 그 편리함과 혜택을 받기 어려워졌다. 또 무인 매장과 키오스크 거래, QR 코드 입력 등으로 매장 내에서도 위축감이 커졌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공정거래위원회와 한국소비자원은 고령자용 동영상 시리즈 '언택트 시대, 스마트하게 살아가기'를 제작해 휴대폰으로 장 보기, 배달 애플리케이션(앱) 이용, QR 코드 이용, KTX 예매, 무인 우체국 이용 등 긴요한 소비생활 내용을 이해하기 쉽게 만들어 기관 누리집과 열린 소비자 포털 등을 통해 무상으로 제공하고 있다.

또 고령 소비자 문제 개선 방안, 소비자 교육 프로그램 개발 연구, 고령자의 키오스크 거래 실태조사, 고령 소비자 상담 빅데이터 제공 등을 통해 관련 정책 추진을 지원하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노력은 정부나 공공부문을 넘어 민간의 참여와 민·관 협력을 통해 전방위적으로 확대될 필요가 있다. 현재 우리나라 고령자는 단일 집단으로 보기 어려울 만큼 소득·소비·디지털 수준의 스펙트럼이 넓고, 특히 최근 고령기에 진입한 세대 특성은 그 전 세대와 현저히 다르기 때문이다.

올해 9월 기준 65세 이상 인구는 전체 인구의 15.7%인 812만5000명, 60세 이상 인구는 전체 인구의 23.7%인 1228만8000명에 이른다. 60세 이상 가구의 순자산과 소득은 꾸준히 증가해 순자산 평균이 전체 연령의 순자산 평균보다 높다. 그러나 순자산 중간값(Median)이 평균값(Mean)의 절반 이하밖에 되지 않는 등 그 어느 연령보다 집단 내 경제적 격차가 크다.

또 현재 60세는 정보통신(IT) 혁명이 있었던 2000년에 40세였고 50세 이전에 스마트폰 시대를 맞은 세대로서, 소위 '디지털 시니어'의 기수다.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신규 온라인쇼핑 참여자 중 50~60대가 절반 이상의 비중을 차지할 정도다.

이와 관련, 일본 SP 센터 시니어 마케팅 연구소는 건강 수준과 경제적 여건 수준을 양대 축으로 고령자 집단을 4개로 유형화했다. 즉, 건강 수준도 높고 경제활동 여건도 좋은 '액티브 시니어(Active Senior, 고령자의 24.6%)', 건강 수준은 높으나 경제적 여건이 여의치 않은 '갭 시니어(Gap Senior, 28.3%)', 건강수준과 경제적 여건이 모두 낮은 '돌봄필요 시니어(Care Senior, 18.7%)', 경제적 여건은 좋으나 건강 수준이 낮은 '소극적 시니어(Defensive Senior, 28.4%)'로 구분하고 집단별 수요에 따른 대응을 강조하고 있다.

이를 참고로 디지털 수준까지 포함해 시니어 집단을 유형화하고 촘촘한 수요자 맞춤형의 대응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예컨대 액티브 디지털 시니어는 민간부문에서 신시장 개척으로 대응하고, 소득·건강·디지털 전반에서 갭을 느끼거나 소극적인 집단은 소비 및 정보 분야 공공서비스에서, 돌봄필요 시니어는 복지 부문에서 분담하여 대응하면 어떨까?

디지털 소비생활은 거부할 수 없는 시장 변화다. 이러한 변화에 고령자를 뒤처져 있게 둘 수는 없다. 민·관이 함께 촘촘한 안심망을 구축해 힘을 모은다면, 고령자는 더 행복해지고 고령사회의 경제침체 우려도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