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구 현대차그룹 명예회장, 정의선 회장에 글로벌 위기 극복 당부
2020-10-14 09:28
현대·기아차를 글로벌 완성차 5위의 위치로 키워낸 정몽구 현대차그룹 명예 회장이 아들 정의선에게 그룹 수장 자리를 넘기고 물러난다. 정 명예회장은 정 회장에게 엄중한 경제위기 극복과 미래 혁신 주도를 당부했다.
재계에 따르면 정몽구 회장은 14일 명예회장으로 추대됐다. 이번 총수 교체는 정 명예회장의 뜻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정 명예회장은 그간 정의선 회장 체제를 통한 그룹의 새로운 도약을 실현해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해 왔다.
정의선 회장이 그룹 수석부회장으로 사실상 그룹 경영을 진두지휘한 2년을 포함, 그동안 아들의 경영 능력이 충분히 검증됐다고 보고 운전대를 넘기기로 결단한 것으로 관측된다.
1974년에 현대자동차써비스를 설립하면서 독자경영의 길을 걷기 시작했고 1977년에 현대정공(현재 현대모비스)을 세워 세계 컨테이너 시장을 석권했다.
형인 몽필씨가 1982년 사고로 일찍 세상을 떠난 뒤 장자 역할을 해 왔다. 1998년 현대차 회장에 이어 1999년 3월 이사회 의장에까지 오르며 작은 아버지인 '포니 정' 정세영 전 현대차 명예회장 대신 현대차 경영권을 장악했다.
현대그룹에서 분리될 당시 자산은 31조723억원으로, 삼성과 현대, LG, SK에 이어 자산 기준으로 재계 5위였지만, 현재는 삼성그룹에 이은 2위 자리를 확고히 하고 있다.
국내 자동차 산업을 단기간에 글로벌 5위로 올려놓은 정몽구 명예회장은 대한민국 재계를 대표하는 경영인으로서, 대한민국 경제와 자동차 산업의 발전을 이끌어 왔다.
품질과 현장을 바탕으로 한 강력한 리더십으로 국내 최초이자 유일한 자동차 전문그룹을 출범시키고 자동차를 중심으로 자동차 부품산업과 소재산업을 비약적으로 성장시켰다.
부도 이후 국민의 혈세로 운영돼 국가 경제에 큰 부담이던 기아자동차, 한보철강은 물론 현대건설을 인수해 새로운 일자리는 물론 지방 도시의 모습을 바꾸고, 세계적 기업으로 일궈냈다.
2000년 9월 현대자동차를 비롯 10개 계열사, 자산 34조400억원에 불과했던 현대자동차그룹은 2019년말 현재 54개의 계열사와 총 234조7060억원의 자산을 보유한 그룹으로 변모했다. 핵심 기업인 현대차와 기아차는 세계 자동차산업에서 전례가 없는 최단 기간 내에 전 세계 10개국에 완성차 생산시설을 갖추고 매년 700만대 이상을 판매하는 글로벌 5위권의 자동차 메이커로 자리잡았다.
정몽구 명예회장의 저력은 시장을 쫓아 해외로 영역을 넓혀가며 진가를 나타냈다. 글로벌 주요 지역에 현지 공장을 건설하며 전 세계 자동차 업체 중 유례가 없는 빠른 성장을 기록했다. 해외공장 건설에 대한 반대 의견이 무성했지만 정몽구 명예회장의 명운을 건 도전은 현재 글로벌 자동차산업과 대한민국 경제의 지형을 바꾼 전환점으로 평가받는다.
‘품질경영’으로 대표되는 경영철학이 대변하듯, 정몽구 명예회장은 최고의 품질을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최선의 가치라고 강조해 왔다. 전 세계 균일한 고품질의 생산공장을 적기에 건설할 수 있는 표준공장 건설 시스템을 확립했으며, 전 세계를 발로 뛰며 생산현장에서 문제를 찾고 해결하는 현장경영을 펼쳤다.
세계 최대 규모의 연구개발센터를 구축해 기업 본연의 경쟁력을 확충하기도 했다. 높은 품질을 바탕으로 미국시장에서 실시한 ‘10년 10만 마일’ 보증 카드는 현대·기아차가 글로벌 강자로 성장하는 토대가 됐다.
정몽구 명예회장은 이 같은 혁신 리더십과 경영철학을 인정받아 △2004년 ‘비즈니스 위크(Business Week)’ 최고 경영자상 △2005년 ‘오토모티브뉴스(Automotive News)’ 자동차 부문 아시아 최고 CEO △2009년 미국 ‘코리아 소사이어티(Korea Society)’ 밴 플리트상 △2012년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Havard Business Review)’ 세계 100대 최고 경영자상 등을 수상했다..
특히 올해 정몽구 명예회장은 세계 자동차산업 최고의 권위에 빛나는 '자동차 명예의 전당(Automotive Hall of Fame)' 헌액 대상자로 선정됐다.
자동차 명예의전당 측은 "정몽구 회장은 현대자동차그룹을 성공의 반열에 올린 업계의 리더"라며 "기아차의 성공적 회생, 글로벌 생산기지 확대, 고효율 사업구조 구축 등 정몽구 회장의 수 많은 성과는 자동차산업의 전설적 인물들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 고 헌액 이유를 밝혔다.
다만 옛 한전부지 매입은 여전히 논란거리다. 정 명예회장은 2014년 당시 감정가의 3배가 넘는 10조5500억원에 삼성동 옛 한전부지를 사들였다. 현대차그룹은 부지 매입 6년 만인 지난 5월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 착공에 들어갔다.
1978년 한국도시개발공사(현 현대산업개발) 사장 시절 서울 압구정동 현대아파트 특혜분양 사건과 관련해 뇌물수수 등의 혐의로 구속된 데 이어 2006년에는 비자금을 조성해 수백억원의 회삿돈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구속된 것은 오점으로 남았다.
정 명예회장은 2016년 12월 최서원(개명전 최순실) 국정농단 게이트 진상규명을 위한 국회 국정조사에 출석한 이후로는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지난 7월 대장게실염 등으로 입원한 뒤 3개월째 병원에서 치료 중이다. 현재 병세는 다소 회복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