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국감] 국세청, 5년간 해외펀드 상대 패소액 3000억원
2020-10-13 16:00
해외펀드 조세행정소송 14건 중 6건 패소
국세청이 지난 5년 동안 해외 펀드를 상대로 한 소송에서 패소해 돌려준 세금이 3000억원을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13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기동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국세청은 지난 2015~2019년 해외펀드 관련 조세행정소송 14건(소송 처리 확정 기준) 가운데 6건에서 패소했다.
자료를 제출받은 기간 14건의 소송에 대한 확정판결가액은 1조1612억원이며 패소한 6건의 소송가액은 3148억원이었다. 25%가량을 돌려준 것이다. 연도별로 보면 2016년 1건은 395억원을, 2017년 2건은 2143억원, 2019년 패소 3건은 620억원에 달하는 고액의 세금을 돌려줬다.
해외펀드는 법인세법 제93조의2 및 소득세법 제119조의2에 따른 국외투자기구로, 이들을 상대로 하는 조세행정소송은 전체 소송 대비 매우 적은 비율을 차지한다. 하지만 패소 건당 발생하는 소송가액 규모가 커 패소 건수가 늘어날수록 과세당국의 피해도 눈덩이처럼 커진다.
특히 해외펀드 조세행정소송은 여러 소송이 파편화돼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 한 사건에서의 패소가 다른 소송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이다.
또한 아직 소송이 진행 중인 사건은 통계에 포함되지 않아 패소 소송가액은 커질 가능성도 높다. 실제 올해에도 국세청은 룩셈부르크 SICAV(시카브)펀드, 독일 데카펀드를 상대로 한 대법원 소송에서 패소하면서 1600억원가량의 법인세를 돌려줘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세청은 시카브펀드가 제3국 투자 비중이 높아 한-룩셈부르크 조세조약에 적용되지 않는 것으로 판단하고 국내 펀드처럼 20%의 세율로 추징금을 부과했지만 패소했다. 데카펀드의 경우도 한-독일 간 조세조약 상 세제혜택을 받을 수 없다고 판단했지만 대법원은 세제 혜택 대상이라고 봤다.
소송에 따른 변호사 비용과 패소 비용도 지출했다. 국세청은 지난 5년간 해외펀드 관련 소송에서 6억2200만원의 변호사 수수료와 패소 소송비용 2800만원을 사용했다.
기동민 의원은 "해외펀드를 상대로 하는 조세행정소송은 건수 대비 소송가액이 커 패소할 경우 과세당국의 피해가 급증한다"며 "여러 건으로 분산된 소송이 많은 탓에 한 건의 패소가 도미노처럼 다른 소송의 패소를 일으킬 우려도 크다"고 말했다.
이어 "국세청은 소송 케이스 별로 면밀한 대응을 준비해 국민의 소중한 세금을 낭비하지 않도록 힘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세청 관계자는 "해외펀드는 한국에 들어올 때 세금제도를 미리 검토해보기 때문에 대응하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또 "해외펀드에 대한 추징은 대부분 소송으로 이어지는 만큼 고액소송에 대응하기 위해 외부 전문가를 채용하고 자료를 체계적으로 정리해놓는 등 여러가지 방법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