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강간'으로 기소된 국회의원 보좌관, 어떻게 무죄판결 받았나?

2020-10-09 13:32
법원, "범행 날짜 특정안돼"...강제적 성관계는 인정

강간혐의로 기소된 모 야당 국회의원의 현직 보좌관 A씨(50)가 무죄판결을 받았다. 자신보다 20여세 어린 여성과 성관계를 가졌고 나중에 사과문자를 보내는 등 의 정황은 있지만 '범행 날짜'를 특정하지 못했다는 것이 무죄판결 이유다.

이 보좌관은 지난달 10일 열린 결심 공판에서는 "최근에 국회의원 보좌관이 됐다"는 이유로 선처를 호소하기도 했다.

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등법원 형사10부(원익선 부장판사)는 8일 강간·유사강간 혐의로 기소된 A씨에 대한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증거들만으로 피고인과 고소인 사이 성관계가 합리적인 의심이 없을 정도로 증명이 되었다고 보기 어렵다"며 검사의 항소를 기각했다.

A씨는 2018년 8월 부천 상동 소재 노상에서 누군가와 통화 중인 B씨와 마주쳤다. 당시 B씨(당시 24세)는 명예훼손으로 고소된 상태로 다른 사람과 의논을 하고 있었다.

A씨는 "나는 변호사를 했고, 현재 국정원 직원이다"고 접근한 뒤, 9월 22일 '사건 상담을 하자'며 경기도 부천시 본인의 집으로 피해자를 유인해, 강간·유사강간한 혐의를 받는다.

법원은 "B씨가 A씨에게 통화를 통해 '성관계 당시 피고인에게 여러 번 거부 의사를 표시했음에도 피해자 의사를 무시하고 성관계한 것'을 따지자, 피고가 거듭 미안하다고 답변한 점은 피해자를 간음한 것으로 볼 여지가 있다"며 강제적 성관계의 존재는 인정했다.

그런데도 법원은 '범행 날짜를 특정하지 못했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재판부는 "B씨가 강간·유사강간을 당한 때를 2018년 9월 22일 새벽이라고 일관되게 진술하지만 통화 내용만으로 성관계가 있었던 날이 2018년 9월 22일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결국 "제출된 증거만으로 (그날)성관계가 있었다는 사실에 합리적인 의심이 없을 정도로 증명 됐다 보기 어려워” 무죄판결을 내린다는 것이 법원의 판단이다.

한편,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만난 지 한 달이 되지 않은 시점에 피해자가 사생활을 공유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고 피해자의 행적을 문제삼기도 했다.
 

서울고등법원 전경 [사진=서울고등법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