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건부 낙태 허용에 "4개월은 짧아" VS "결정하기 충분"

2020-10-10 00:01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정부가 임신 14주, 사회경제적 사유가 있는 경우 임신 24주까지 낙태를 허용하는 내용을 담은 개정안을 입법예고한 것을 놓고 각종 커뮤니티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는 댓글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여성계는 시대를 역행하는 사실상 낙태죄 유지라고 비판하며 주수 제한없는 전면 폐지를 외치고 있다. 이에 대해 여론은 '14주의 의미'를 두고 찬반이 팽팽하게 엇갈리고 있다. 

차병원 임신정보에 따르면 임신 기간은 1~3개월(0~11주), 4개월(12~15주), 5개월(16~19주), 6개월(20~23주), 7개월(24~27주), 8개월(28~31주), 9개월(32~35주), 10개월(36~39주)로 나뉜다. 

이 중 임신 12주부터는 임신 중기에 해당한다. 태아의 눈과 코, 턱이 사람 모습에 근접해지며, 근육이 발달해 팔다리가 두꺼워진다. 태아의 움직임도 활발해진다. 24주부터는 태아가 밤낮을 구분할 정도로 인지력이 생기고, 청각이 발달해 엄마 목소리를 듣게된다.

일부 누리꾼은 여성의 자기결정권 보장에는 공감하면서도 임신 주수에 관계없는 전면 폐지에는 난색을 표하고 있다. 임신 14주까지면 낙태를 결정하기 충분한 시간이 주어진 것이기 때문에 조건부 낙태 허용을 받아들였으며 한다는 입장이다.  

한 누리꾼은 "4개월이면 임신 여부를 모를 일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본다. 조금만 더 지나면 미숙아 출산이 되기도 하는 정도인데 그 시점이면 태아는 사실상 인간이라고 봐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누리꾼은 "임신 4~6개월은 의료인이 괴로울 정도로 힘들다고 하는 기간이라고 들은 바가 있다. 우선 합법적 사유를 하나 더 늘린 것에 한숨 돌려야 되지 않을까"라고 제안했다.

반면 상당수 누리꾼들은 조건부 낙태 허용에 반감을 드러냈다. 임신 사실을 인지하고 낙태를 결정하기까지의 과정을 고려했을 때 14주 보다는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잇따랐다. 

자신을 30대 직장인라고 밝힌 한 누리꾼은 SNS에 "저는 생리불순이 매우 심하기 때문에 1년에 한 번 월경을 할 때도 있다"며 "14주는 세 달이 약간 넘는 기간이고, 저 같이 불규칙한 사람들은 임신 여부를 알기 어려운 기간"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나의 몸은 나의 선택이었으며 좋겠다", "낙태 시 남성도 함께 처벌하고, 임신부에게 위해를 가했을 때 살인미수로 처벌하도록 법 바꾸자고 하면 낙태죄 한번에 폐지될 듯", "임신부에 대한 폭행에 대해서도 생명권에 대해 열렬히 논의해봤으면" 등의 공감 댓글이 올라왔다.

한국여성단체연합은 14주, 24주 등의 임신 주수에 따른 제한 요건을 둔 것은 단지 처벌 조항을 유지하기 위한 억지 기준에 불과하다고 반발하고 있다. 

이들은 지난 8일 청와대 앞에서 '낙태죄 폐지'를 위한 기자회견을 열고 "여성을 '처벌'이라는 프레임 안에 가둔 정부를 규탄하고 ‘낙태죄’가 전면 폐지될 때 까지 끝까지 싸울 것"이라는 의사를 밝혔다.